[시니어신문=김형석 기자] 멀리는 싸이의 ‘오빠는 강남스타일’을 비롯해 가까이는 전 지구적 아이돌그룹 ‘BTS’와 영화 ‘기생충’, 그리고 ‘미나리’. 여기에 더해 요즘 지구를 들썩이게 하는 ‘오징어게임’까지. K-팝, K-드라마 등 K-콘텐츠의 소프트파워를 ‘K-인베이전’이라는 말로 대신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한류가 전 세계에서 파상공세입니다. 콘텐츠는 곧 소비로 이어집니다. ‘오징어게임’의 트레이닝복이 전 세계에서 불티나게 팔리듯이 말입니다. 무엇이든 차고 넘치는 국내시장에서만 맴맴 돌던 사고방식의 울타리를 이제는 전 세계 시장으로 넓혀도 무난할 듯합니다. 어느 나라도 이루지 못한 K-콘텐츠 소프트파워가 소나기 퍼붓듯 세계 시장으로 진격하고 있으니까요. 마케팅전문가인 방스커뮤니티(주) 방용성 대표이사(경영학 박사)도 같은 견해입니다.
평소 쉬는 날이면 언제나 미국 드라마에 빠져 사는 아들은 해외직구 마니아다. 자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미국 드라마 속 배우가 입었던 옷이 마음에 들면, 어떻게든 인터넷으로 찾아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한다.
요즘 20~30대의 패션에 문외한인 필자가 봤을 때는 해외직구로 구매하는 옷이나 길거리 매장 옷이나 디자인이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아마도 드라마 속 주인공과 같은 옷을 입음으로써 그 문화에 소속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문화적 교류가 점차 확대되면서 해외직구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온라인으로 해외 상품을 직접 구입하는 중국인을 일컫는 말로, ‘바다‘를 의미하는 ‘하이(海)’와 ‘소비하다‘라는 뜻의 ‘타오(淘)’의 합성어인 ‘하이타오족’이 신조어로 등장할 정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직구 시장이 이미 성장기를 넘어 성숙기 시장으로 들어서고 있으며, 대형 온라인 쇼핑몰과 오픈마켓 위주로 재편돼 있어 예비창업자들이 파고들만한 틈새가 별로 없다. 국내 직구시장보다는 한류열풍을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역직구 시장에 대해 알아보자.
한류 붐, 동남아 뷰티시장 진출
한류 붐과 함께 국내에서 만들어진 화장품이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장에서 큰 인기다. 국내에선 저가 브랜드로 알려진 제품들도 해외에선 중가 혹은 고가의 이미지로 인식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명동이나 동대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곳을 가보면 사람들로 가장 북적이던 매장이 있다. 바로 국산 화장품 매장이다. 실제로 매장 안에 들어가 보면 손님 대부분이 외국인들이어서 이곳이 한국이 맞는지 갸우뚱 할 정도였다.
이렇듯 한국 화장품은 외국인 관광객,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 여행을 온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백화점 면세점 화장품 코너엔 중국 관광객들이 거의 점령하다시피 한다. 이 같은 틈새를 파고든 회사가 바로 스타트업 A사다.
A사는 초기기업 전문투자사로부터 2억원을 투자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말레이시아에 서비스를 시작한지 갓 한 달 된 스타트업에 투자사가 높이 평가한 부분은 바로 성장성 높은 시장과 ‘사람’이다.
A사의 경쟁력은 스타트업 역직구 사업임에도 무료배송(5만원 이상), 정품보상, 최저가보상, 30일 환불제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웬만한 대기업들도 힘든 파격적인 서비스다.
서비스 개시 후 실제로 반품이 안 들어왔다고 한다. 정품이란 만족도가 꽤 높다. 블랙컨슈머가 있더라도 고객들의 만족도와 신뢰를 높인다면 괜찮은 마케팅 비용이라는 것이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SNS 입소문 타고 큰 인기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A사에 대한 말레이시아 이용자들의 좋은 평가가 SNS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광고 없이도 페이스북 팬이 1만8000명을 넘었고, 인스타그램에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사진도 많다. 제품의 품질은 기본, 정성이 깃든 포장물과 한국에서 만든 정품이란 점이 높은 만족감을 안기며 입소문이 나고 있다.
동남아 대상 한국 화장품 역직구 몰을 통해 크로스보더(cross-border) 유통을 혁신하고, 현지 소비자와 한국 브랜드의 간격을 줄이겠다는 것이 A사의 목표다. 마케팅, 물류, 고객관리 등 모든 서비스의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고, 병행수입이 아닌 직배송을 통해 관세, 통관 등의 이슈를 해결해 합리적인 공급가를 실현하겠다는 것.
A사는 동남아시아 현지 시장과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성공적인 창업 경험과 해외 상거래에 특화된 전문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흩어져 있는 동남아 온라인 뷰티 시장을 정리하고, 유통 혁신을 통해 한국의 뷰티 트렌드가 글로벌 트렌드가 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다.
A사는 영어로 무궁화를 말한다. 한국의 미를 세계에 전파하자는 것이 회사의 비전. 한국의 미를 글로벌 스탠다드로 만드는 것이 지향점이다. 국내 대기업의 인기상품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제품도 트렌디한 상품들을 동남아에 소개함으로써 한국 화장품의 마케팅 채널이 될 것이라고 이 회사의 대표는 설명한다.
해외 소비자 대상 현지화 추진
앞서 살펴봤듯, 예비창업자에게는 해외상품을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직구시장보다는 국내 상품을 해외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역직구시장이 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런 전략적 성찰 없이 국내 소비자를 대하듯이 해외 소비자를 상대한다면, 문화적인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역직구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마케팅 전략이 필요할까?
첫째, 해외 소비자의 특성에 맞는 현지화 추진.
각 나라의 문화와 언어가 다르듯이, 소비자의 특성과 소비패턴 역시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결국 해외 소비자를 상대하려면 현지화 작업이 필수적이다.
현지화란 단순히 온라인 홈페이지나 제품 판매 글을 그 나라 언어로 번역하는 1차적인 수준에서 벗어나 그 나라에 대한 문화적 이해와 고찰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본과 시간이 부족한 사람이 전문컨설턴트 수준으로 해외시장을 분석하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 한 가지 팁을 주자면, 해외시장의 전반적인 분석보다는 먼저 진출한 국내 대기업 또는 중소기업에 대해 조사하는 것이다. 기사나 칼럼, 기업보고서 등을 통해 국내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어떤 마케팅 전략을 사용했으며, 실질적으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분석해봄으로써 진출할 해외시장의 특성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다.
둘째, 진출국가의 유통망과 인프라 활용.
해외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유통망을 구축하는 것은 소모되는 비용과 시간을 생각한다면, 투자대비 마진을 남기기 어려운 전략이다. 따라서 가능하면 새롭게 인프라를 구축하기보다는 진출국가의 유통망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중국의 경우에는 알리바바와 타오바오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있다. 굳이 새롭게 홈페이지를 제작할 필요 없이 그 사이트를 활용한다면 저비용으로 단기간에 중국진출이 가능하다. 실제로 필자의 한 지인은 현재 타오바오를 통해 동대문 의류를 중국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리는데 성공했다.
중국보다 동남아를 주목하라
셋째, 제약이 많은 중국을 넘어 동남아시장으로 진출.
역직구 창업을 생각하는 많은 예비창업자가 가장 먼저 생각하는 진출 국가는 아마도 중국일 것이다. 중국시장은 한류열풍으로 인한 국내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지리적 이점도 있고, 하이타오족의 성장세를 생각한다면 역직구 창업을 준비하기에는 좋은 시장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기업 보호를 위해 해외기업에 대한 제약이 많고, 이미 포화상태인 산업이 많아 중국보다는 오히려 동남아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한류열풍에서 보았듯이 문화 콘텐츠와 소비 트렌드는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연관성을 활용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바로 역직구 창업이다.
역직구 창업의 핵심포인트는 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국제품이 가진 가치를 한류와 연계해 판매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한국제품을 소비함으로써 한류에 동화돼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소비자를 움직이는 것은 제품의 기능적인 특성을 넘어선 감성적 만족감이라고 할 수 있다.
글·방용성 방스커뮤니티(주) 대표이사/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