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장한형 기자] 국민연금 수급자가 크게 늘고 있다. 평균 연금액도 58만원을 넘었다. 이와 함께 월 최대 32만원이 지급되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동시에 받는 시니어들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1988년 시행된 국민연금 제도가 성숙함에 따라 국민연금 수급자가 매년 증가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수령액 등을 고려해 기초연금을 깎는 제도에 따라 기초연금을 깎이는 경우도 덩달아 늘고 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동시에 받는 경우 소득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기초연금을 감액하는 제도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꼬박꼬박 납입한 가입자들은 불만이다. 당연히 받아야 할 기초연금이 깍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연금개혁과 관련한 또 다른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국민연금·기초연금 동시 수급자 265만명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자료에 따르면 기초연금을 받으면서 국민연금도 받는 동시 수급자는 2021년 기준 265만36명이다.
동시 수급자는 기초연금이 도입된 2014년엔 132만 수준에 그쳤지만, 해마다 10~20만명씩 늘어나면서 2021년 265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기초연금 수급자 중에서 국민연금을 동시에 받는 비율도 2014년 30.4%에서 2021년 44.4% 등으로 해마다 불어났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동시에 받는 분들이 7년 새 기초연금 수급자 10명 중 3명꼴에서 4.4명꼴로 증가했다.
국민연금연구원 재정추계분석실은 ‘기초연금 추계모형 검토 및 재정 전망’이란 보고서에서 2060년에는 국민연금 동시 수급자가 전체 기초연금 수급자 중에서 훨씬 더 큰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 58만원 수준
우리나라가 1988년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한 이후 35년이 지났고, 이에 따라 월 수령액이 100만원을 넘는 사람이 지난해 말 기준 57만10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말 42만7463명에서 33%나 급격히 늘었다. 200만원 이상 받는 사람도 5410명으로, 2021년 말 1355명에서 1년 만에 4배나 늘었다.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공표한 통계다.
국민연금 수급자는 총 531만2359명으로 지난해 500만명을 처음 넘지만, 월평균 수급액은 58만6112원에 불과하다. 수령액 구간별로도 20만원에서 40만원 사이 수급자가 208만 명으로 가장 많다.
국민연금 제도 도입 후 20년 이상 장기가입자가 계속 늘어났고, 수령액도 물가상승률에 맞춰 꾸준히 올랐다. 지난 1월부터 물가상승을 반영해 수령액이 5.1% 오른 만큼, 아직 공표되지 않은 1월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매달 받는 금액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기초연금, 만족도 높지만 문제는 재정
기초연금은 65세 이상의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시니어들에게 세금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소득과 재산 수준을 따져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 국민연금과 더불어 노후소득보장제도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기존 기초노령연금을 확대 개편해 2014년 7월 기초연금을 도입했다. 당시 월 최대 20만원을 지급했지만 이후 금액이 불어나 2021년부터 월 30만원이 넘었다.
올해 기초연금 기준연금액, 즉 기초연금액 산정 기준이 되는 금액은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5.1%)을 반영해 2021년 30만7500원보다 1만5500원 오른 월 32만3000원이다.
보험료, 즉 기여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도 연령과 소득, 재산 요건만 충족하면 공짜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령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문제는 재정이다. 2014년 435만명이었던 기초연금 수급자는 올해 665만명이다. 예산은 같은 기간 6조9000억원에서 22조5000억원으로 3.3배 늘어났다. 2030년 39조7000억원, 2050년 125조4000억원이 예상된다.
국민연금 받으면 기초연금 깎는 ‘감액제도’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연금 재정이 갈수록 고갈된다는 고민도 있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기초연금 예산이다. 노인인구가 폭증하면서 기초연금 예산도 시간이 갈수록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정부가 선택한 방법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동시에 받으면 기초연금 수령액을 깎는 방법이다.
따라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동시에 받으면 월 수령액도 크게 늘어나는 것이 상식이지만, 실제로는 매달 받는 기초연금이 깎인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동시에 받는 시니어들에게 적용되는 이른바 ‘기초연금 감액제도’다.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 감액제도는 2014년 7월 기초노령연금제도에서 기초연금제도로 전환될 때 도입됐다.
기초연금법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받는 시니어의 기초연금액은 국민연금 수령액과 함께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들의 3년간 평균소득액을 반영해 산정한다.
국민연금 받으면 기초연금 1년에 1만원씩 감액
대체로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의 150%(1.5배) 이상이면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기초연금액이 깎인다. 이를 테면, 올해 현재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이 월 32만3000원인데, 이 금액의 1.5배인 48만3000원 이상 국민연금을 받으면 기초연금이 깎인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으로 따질 경우 통상 가입기간이 11년 이하면 기초연금 전액을 받지만, 가입기간이 12년을 넘으면 1년 마다 기초연금이 약 1만원씩 줄어든다. 국민연금을 받는 기간이 늘어나면 이와 반비례로 기초연금액수가 줄어드는 구조다.
전체 기초연금 수급자 중에서 국민연금과 연계돼 기초연금을 깎이는 수급자는 2014년 14만3665명(3.3%)에서 2021년 35만2410명(5.9%)으로 해마다 날어나는 추세다.
국민연금 수급자, 기초연금 감액제도 논란
전체 연금 수혜 측면에서 공평성을 유지한다는 취지에서 국민연금과 연계해 기초연금액을 감액하는 규정을 만들었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첫째, 일반 국민이 연계 방식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데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성실하게 납부한 사람은 오히려 기초연금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국민연금 보험료는 계속 오르는 반면 수령액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보험료 한푼 안낸 기초연금 수령액은 계속 인상되는 구조도 불만 요인이다. 실제로, 감액제도를 손질하지 않고 기초연금을 계속 인상할 경우 매달 내는 국민연금 보험료가 부담스러운 영세 자영업자들의 이탈이 우려된다. 매달 내는 돈과 받는 돈을 따졌을 때 장기체납하거나 아예 납부예외자가 되는 게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뇌관, 국민연금 연계한 ‘기초연금 감액제도’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이래 수급자가 늘어나면서 기초연금 감액제도가 새로운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 과거 국민연금제도가 성숙하지 못해 도입한 제도가 기초연금제도인데, 이제는 되려 기초연금제도가 국민연금제도 운영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특히, 기초연금은 매년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인상되는 데다 굵직한 선거 때마다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 국민연금을 꼬박꼬박 정상적으로 납입한 가입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기초연금 감액제도는 노후소득보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국민연금 가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오래 전부터 나왔다.
연금개혁을 천명한 윤석열 정부가 현행 기초연금제도에 적용되는 감액제도가 국민연금제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