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김지선 기자]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법이 8월 23일 국회 논의 9개월 만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지난 2014년 수술실 의료진 생일 파티 논란에 따라 이듬해인 2015년 국회에서 CCTV 설치법이 처음 발의된 것부터 따지면 6년 만이다.
복지위는 이날 오전 법안소위에 이어 오후 전체회의를 소집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방안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안은 수술실 안에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은 CCTV를 설치·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다만 법안 공포 후 시행까진 2년의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촬영은 환자 요청이 있으면 의무적으로 해야 하며, 열람은 수사·재판 관련 공공기관 요청이나 환자와 의료인 쌍방 동의가 있을 때 할 수 있다.
의료계 반발을 고려해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항도 뒀다.
수술이 지체되면 환자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응급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전공의 수련 목적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이다.
또 CCTV 설치비용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했고, 열람 비용은 열람 요구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촬영할 땐 녹음 기능은 사용할 수 없지만, 환자나 의료진 모두의 동의가 있으면 녹음이 가능케 했다.
의료기관은 CCTV 영상정보를 30일 이상 보관하고, 자료가 유출·훼손되지 않도록 조치하도록 했다.
의료계, 국회 본회의 통과 저지 총공세
의료계는 수술실 내부에 CC(폐쇄회로)TV를 설치·운영토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8월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이날 오전 9시부터 국회 앞에서 이필수 회장을 시작으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 저지를 위한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섰다.
시위에는 이 회장과 이정근 상근부회장, 이현미 총무이사, 윤인모 기획이사, 박종혁 의무이사, 조정호 보험이사, 박수현 홍보이사 겸 대변인 등이 참여했다.
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가 의사와 환자 간 신뢰를 깨뜨리고, 의사의 의료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해왔다.
수술실에서 일어나는 의사의 의료행위를 CCTV로 감시하는 행위 자체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면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이날 ‘최악의 인권유린 수술실 CCTV 설치’라는 피켓을 들고 “수술실 CCTV 설치는 헌법상 직업수행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행위로 선진국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법”이라며 폐기를 촉구했다.
의협뿐만 아니라 대한병원협회,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대한신경외과의사회·대한신경외과병원협의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대한산부인과학회 등 일선 의료계 단체들도 잇따라 반대 성명을 냈다.
산부인과의사회·학회는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나 의료사고 가해자로 취급하는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의사의 자존감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환자의 사생활뿐 아니라 의료진의 인권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병원의사협의회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법이 “의료 종사자의 인권을 짓밟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추진하는 법안”이라며 “즉각 폐기하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일부 지역 의사회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나 수술을 포기하는 방식의 투쟁을 해야 한다고 거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의사총연합도 “법 통과 시 의협이 대정부 투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