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국가와 지자체의 노인체육 지원이 의무화되면서 각 지역마다 노인체육회가 결성되고 있다. 특히, 전국 규모 단체를 지향하는 사단법인 대한노인체육회가 법정단체로 승격될 수 있는 법안들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법적 근거를 갖고 노인체육 진흥을 통해 어르신들의 복지가 향상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지자체장 중심으로 운영되던 지역체육회가 동력을 잃고, 연령계층을 기준으로 한 또 다른 체육회가 출현하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으로 제10조2(노인 체육의 진흥)에 관한 조항이 신설돼 2020년 6월 9일부터 시행됐다. 이 조항은 첫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노인체육 진흥에 필요한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둘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인 건강의 유지 및 증진을 위한 맞춤 체육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그 운영에 필요한 비용 및 시설을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이로써,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노인체육 진흥에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고, 체육활동 프로그램이나 관련 단체 운영에 필요한 비용과 시설을 지원하는 근거가 마련됐다.
노인체육회, 법정 단체 추진
지난해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은 노인체육 진흥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에는 이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미 설립된 사단법인 대한노인체육회를 전국 단위 법정단체로 승격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지원하도록 규정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현재의 대한노인회와 유사한 법정 노인단체가 하나 더 신설되는 셈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김포시갑)은 3월 8일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노인체육을 종합적·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대한노인체육회를 대한장애인체육회와 같이 사회적 약자로 구분, 법정 법인화하여 건강수명 연장을 위한 체육활동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를 주무부처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한노인체육회의 운영비를 보조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이 법안은 대한노인체육회가 지회인 지방노인체육회와 해외지회를 둘 수 있도록 했고, 목적 달성에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수익사업도 가능토록 했다.
독립적 ‘노인체육진흥법안’ 제정안도 나와
국민체육진흥법에 부수적으로 마련된 규정이 아니라 노인체육과 노인체육단체를 법적으로 지원하도록 규정한 독립적인 제정법도 나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파주을)은 노인체육회에 대한 조세 감면과 대한노인체육회 설립을 골자로 한 ‘노인체육진흥법’을 2월 26일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문화체육부장관이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해 노인체육 진흥에 관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 시행하도록 했다. 또, 노인체육의 진흥에 관한 사업과 활동을 하도록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인가를 받아 ‘대한노인체육회’를 설립한다고 규정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인의 체육활동에 필요한 운동장, 체육관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노인체육 교재 및 기자재, 용품 등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특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의 범위에서 노인체육진흥 사업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해야 하고, 노인체육회에 대해 ‘조세특례제한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조세를 감면하도록 했다.
이미 설립된 ‘대한노인체육회’ 파격 지원
더불어민주당 김주영·박정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률안은 모두 2018년 6월 설립된 사단법인 대한노인체육회를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한노인체육회는 설립 취지문에서 “노인인구 1000만 시대, 질병 없는 노년을 목표로 각자의 지혜와 정보를 모아 노인들의 생애 주기에 맞는 다양한 운동종목을 개발하고 널리 보급함과 동시에 노인체육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스포츠 취약계층인 노인들에게 운동과 여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해 중점추진 사항으로, ▲고령자 생활체육 저변 확대를 위한 정책제안 ▲노인생활체육 종목단체 설립과 육성 ▲체력유지를 위한 노인체육 종목 발굴 및 지도 ▲질병 없는 건강한 사회비용의 절감과 노년의 삶에 기여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단체 홈페이지에는 당구, 낚시, 보디빌딩, 댄스스포츠, 궁도, 게이트볼, 장기 등 11개 종목단체가 가입해 활동하는 것으로 돼 있다.
대한노인회장 낙선 강숙자 회장 선출
대한노인체육회는 지난 1월 열린 정기총회에서 국회의원을 역임한 사업가 강숙자(76)씨를 제2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강숙자 대한노인체육회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대한노인회 회장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한 바 있다. 대한노인체육회 초대 총재에 이 심 전 대한노인회장 이름이 올랐다는 점도 눈에 띈다.
강숙자 대한노인체육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인체육 여건을 개선하고, 전문적이며 조직적인 형태로 전환하는 등 노인체육의 진흥을 전담하는 책임주체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노인체육 종목이 전국체육대회에 정식으로 채택되고, 노인들의 국제스포츠 교류를 확대해 노인체육회의 위상을 높이겠다”며, “정부와 대한체육회, 대한노인회 등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평생 체육 인프라를 구축하고 과학적인 운동프로그램도 개발하겠다”고 했다.
강 회장은 “전국 시·도별 조직을 완료했다”면서, “대한노인체육회 회원이 80만 명인데, 65세 이상은 자동으로 회원에 가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혀 동일한 사업을 추진 중인 대한노인회와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노인체육회 설립에 대한 우려
노인체육회 설립과 지원에 대한 체육계의 우려도 있다. 일부 광역시·도와 시·군·구에서 이미 노인체육회를 설립하거나 창립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노인체육회 설립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도 않았는데, 일선 시도와 시군구에서는 이 법률들을 미리 적용하고 있다는 것.
특히, 대한노인체육회 설립으로 지난 2016년에 분열돼 있던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통합하면서 일원화된 대한민국 체육정책과 체육인들이 사분오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대한체육회는 두 개의 체육 단체로 분리돼 있어 체육 정책의 일원화와 선진국형 체육문화 조성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를 통합하고 일원화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갈등을 겪었다. 2020년 1월에는 지자체장이 체육회장이었던 전국 228개 시·군·구 체육회 회장이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민간인 중에 투표로 선출되도록 하는 등 아직도 변화를 겪고 있는 중이다.
또한, 일부 체육계 인사들은 “일부 지자체가 해당 지역에 어르신들의 건강 유지 및 증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수행하고 있는 지방체육회가 존재하고 있는데도 노인체육회 창립을 승인하거나 지원하려 하고 있어 해당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도 노인체육회를 만들어야 하는지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외에도 “노인 이외 다른 세대나 체육회를 만들어 이익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서로 체육회를 만들겠다고 나서게 될 수도 있어 겨우 하나가 된 대한민국의 체육이 다시 갈등과 분열로 얼룩지는 상황이 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밖에 “지자체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체육회 가운데 지방재정이 열악한 시군들이 노인체육회 재정지원 부담을 갖게 되고, 이로 인해 지방체육회 예산이 줄어 노인체육회와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