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월 23일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3월 23일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청와대

4월부터 7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가운데 백신을 둘러싸고 불안감을 조장하는 갖가지 허위조작정보가 퍼지면서 어르신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 광범위한 유행, 즉 ‘팬데믹’ 사태를 맞으면서 전 세계가 최악의 ‘인포데믹(infodemic, 정보 전염병)’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허위조작정보에 감염되는 것이란 말도 있다.

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로 잘못된 정보가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가짜뉴스도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허위조작정보, 생명까지 위협

허위조작정보는 단순한 ‘가짜뉴스’가 아니다.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고, 사회적 혼란과 무질서를 부추겨 혐오와 분열, 갈등을 조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일례로 영국 런던에서는 ‘10초간 숨 참기로 코로나19 자가 진단이 가능하다’는 가짜뉴스가 전파되면서 어느 건물에서는 사람들이 숨 참기 테스트를 벌이는 우스운 사건이 있었다. 이 정도면 애교에 불과하다. 이란에서는 ‘강한 알코올은 몸속 바이러스를 죽인다’는 가짜뉴스로 인해 술 대신 메탄올 알코올을 섭취하고 수백 명이 사망하는 사고도 벌어졌다. 인도와 브라질에서는 코로나 입원 환자의 장기가 사라졌다는 가짜뉴스가 퍼져 의료진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이처럼 허위조작정보는 감염병에 대한 공포는 물론 의료진, 아시아인, 종교집단, 소수자, 제약사, 특정 국가나 집단을 향한 편견과 증오를 키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문 대통령 백신 바꿔치기 논란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백신접종 영상이 보도되자 난데없는 백신 바꿔치기 논란이 나왔다. 백신 접종 전 녹화된 화면에서 간호사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주사기에 담았고, 이후 주사기를 들고 가림막 뒤로 갔다가 뚜껑이 닫힌 주사기를 들고 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백신을 접종했다. 이를 놓고 일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리 준비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마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것처럼 위장했다는 허위조작정보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주사기를 백신 바이알(병)에 꽂아서 백신을 뽑은 다음에 주사기 침이 노출된 상태에서 움직이게 되면 오염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또 주사기에 찔릴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위험성을 차단한 채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라고 해명했지만 허위조작정보는 줄어들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극우·보수단체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백신 접종을 한 종로구청 소속 간호사의 자택주소나 전화번호를 공유하며 “양심 선언하라”거나 “진실을 밝히라”는 등 욕설과 협박이 담긴 강도 높은 문자·전화 테러를 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논란이 됐다.

가짜뉴스, ‘허위조작정보로 써야 옳아

‘가짜뉴스’는 영어 ‘페이크 뉴스’(fake news)의 우리말 번역이다. 하지만, ‘가짜뉴스’는 그 실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원래는 뉴스보도 형식을 빌려 만든 의도된 거짓 정보를 뜻하는 것으로 사용됐지만, 지금은 뉴스기사 형식일 필요도 없고 의도적으로 조작된 것도 중요하지 않게 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발간한 ‘일반 시민들이 생각하는 뉴스와 가짜뉴스’에 따르면, 일반 시민들은 좁은 의미의 가짜뉴스 즉, 페이크 뉴스뿐만 아니라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주로 유통되는 일명 ‘찌라시’, 언론사가 생산한 품질 낮은 콘텐츠(낚시성 기사, 어뷰징 기사, 광고성 기사 등)도 가짜뉴스로 인식하고 있었다. 심지어, 언론이 취재과정에서 충분한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생산한 오보도 가짜뉴스로 간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가짜뉴스’의 개념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한다. 의도적으로 만든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와 실수로 만든 오정보(misinformation)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 가짜뉴스는 의도된 목적으로 만든 전형적인 허위조작정보이지만, ‘진짜뉴스’ 중에도 어떤 의도든 사실을 교묘히 왜곡·과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사실을 전제로 한 ‘뉴스’란 단어와 ‘가짜’를 조합한 용어도 가짜뉴스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유가 된다는 지적이다.

최근 논란이 된 허위조작정보 유형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허위조작정보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허위조작정보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다른 백신보다 안전하지 않고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현재 논란이 된 접종 후 증상은 예상된 수준의 ‘이상 반응’이다. 백신 접종과 사망의 인과관계는 드러나지 않았고, 유럽 일부 국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대상 접종을 제한했는데 ‘검증’된 이후 확대하는 추세”라고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또 다른 허위조작정보는 “코로나19 백신이 유전자를 변형시킨다”는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화이자, 모더나 등의 mRNA계열 백신이 새로운 유형이라는 점에서 비롯된 허위정보”라고 반박한다. 백신이 사람 DNA를 변형시키려면 DNA가 있는 세포핵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물론 모든 백신은 세포핵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 주입된 mRNA 백신의 유전 물질은 분해돼 인체의 DNA와 상호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할 경우 긴급체포된다”는 말도 돈다. 이도 허위조작정보다. 코로나19 예방접종은 의무 접종이 아니라 본인이 자발적으로 동의하지 않으면 강제할 수 없다.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과 같이 어떤 의료 행위를 받을지 자신이 선택하는 것처럼 코로나19 예방접종 여부도 개인의 선택이다.

허위조작정보에 대응하는 방법

한국언론진흥재단 양정애 선임연구위원은 우리사회가 ‘가짜뉴스’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크게 3가지 방향으로 정리한다.

첫째, 국가가 공적으로 개입해서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것이다. 관련 법률을 제정해 가짜뉴스를 생산 및 유포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과 같은 조치를 통해 ‘가짜뉴스’의 범람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짜뉴스’의 범위와 정의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이를 기반으로 관련 규정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난점이 있다.

둘째, SNS나 메신저와 같이 ‘가짜뉴스’가 주로 유통되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자율적 규제 노력이다. ‘가짜뉴스’로 확인된 콘텐츠를 삭제 또는 차단하는 방법 등을 통해 이용자들이 ‘가짜뉴스’에 노출되고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최근 들어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강해지고 있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들에게 공적 책무를 부과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율’ 규제는 어디까지나 ‘자율’일 뿐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셋째, 미디어 이용자 개개인이 정보의 품질을 평가하고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법만으로는 ‘가짜뉴스’를 다 걸러낼 수 없고, 따라서 이용자들이 정보 분별력을 함양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주장도 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돼 왔다.

미디어 리터러시능력 키우는 교육 중요

‘가짜뉴스’ 대응과 관련,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이용자가 ‘가짜뉴스’를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고 피해를 입는 것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는 다양한 소셜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해 이용자들 사이에서 급속히 퍼지는 것이 특징이다. 한 마디로 이용자들이 알게 모르게 ‘가짜뉴스’ 유포와 확산에 서로 기여하는 구조다.

따라서, 개인이 판단할 때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정보가 있다면 나 먼저 공유를 멈추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박일준 회장은 “‘가짜뉴스’가 나의 소셜네트워크에서 퍼지는 것을 막는 행위만으로도 전체 소셜미디어 생태계를 놓고 보면 ‘가짜뉴스’의 범람을 상당히 막을 수 있다”면서, “이제는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미래는 디지털 리터러시, 즉 디지털을 읽고 분석하고, 쓸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