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이길상 기자] 단순한 쓰임새를 가진 ‘물건’을 대량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행위. 지금까지 제조업은 그렇게 정의됐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이러한 물건이나 제품은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됩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아무리 뛰어난 성능의 컴퓨터를 만든다고 해도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으면 깡통이나 별반 다를 게 없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은 제조 공정뿐만 아니라 제품에 혁신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바로 ‘연결화’(Connected)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적자생존을 위한 전략, 무엇이 핵심인지 살펴봅니다.
제조업의 최종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에 기존에 없던 혁신이 필요한 시대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은 핵심 수단인 ICT를 활용함으로써 기존의 생산재와 소비재 등 제품에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을 규정짓는 키워드가 바로 ‘연결화’(Connected)다.
단절돼 있던 제품·기기 등 사물들이 4차 산업혁명으로 여타 사물들과 자율적으로 의사소통하고, 스스로 유연하게 처리하는 기능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연결화’의 의미이며, 기반 기술이 무선인터넷,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등 이른바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관련된 ICT 기술이다.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흐름은 제조공정을 포함한 제품 개발 프로세스의 혁신이다. 목표는 ICT를 활용해 미래 생산체제에 적합한 ‘스마트 공장’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스마트 공장’의 구축 목표는 주문형 제조방식,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ꠓCustomization, 대량고객화) 등을 실현해 제조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생산제품과 기계, 장비에 현 상태의 정보를 감지할 기능을 부착하고, 시장–본사–공장간의 통합 ICT 시스템을 통해 제품 설계와 유연한 제조 공정을 갖춰 적시성(timeꠓto-market)을 높인 생산 활동과 시장 출시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 네트워크 연결된 제품 만들어야
제품 자체의 혁신도 진행되고 있다. 통신과 정보처리·판단기능을 지닌 유형제품이 출시되면서 최종 제품은 유형제품과 서비스가 결합해 제품폐기까지 지속적인 수익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살아있는’ 제품으로 변모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스마트폰과 같이 제품이 사람뿐만 아니라 제품, 기기 등 모든 실체들과 연결 가능해지면서 판매 후에도 제품과의 지속적인 연결을 통해 수익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무엇보다 제품 개발부터 판매, 폐기에 이르는 제품개발주기에서 생성되는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 창출도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4차 산업 혁명에 대한 제조 혁신 정책 중에서 주로 공정 혁신에 집중하고, 제품 혁신은 다소 등한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제조업 모델은 유형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는 ‘서비스 중심 제조 모델’로 대변혁이 이뤄지고 있다.
기존 제조업 혁신은 최종 제품에 거의 변화를 주지 않고 시장 수요나 경쟁 전략의 변화에 따라 생산 체제를 변혁하는 공정 혁신에 초점을 뒀다. 그러나, 4차 산업 혁명은 유형제품과 서비스가 결합한 최종 제품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기존 ‘유형제품 제조 중심–서비스 지원 체제’에서 ‘서비스 중심–제품 지원 체제’로의 변혁이 예상된다.
한국의 제조업 혁신3.0을 비롯, 주요 제조국에서 제조업 부활과 함께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로 공정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공정 혁신을 넘어선 제품 혁신에 초점을 두고,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의 변혁, 그리고 글로벌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제조업, 판 뒤엎어야 살아남아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해 지능화, 연결화, 서비스화가 가능한 유형제품으로 변모하면서 제조업 모델이 유형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최종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는 ‘서비스 중심 제조 모델’로 변화하고 있다.
최종 제품은 기능이 고정된 ‘독립 제품’에서 벗어나, 외부와 연결되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형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제품’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ICT 발달로 유형 제품이 무선 인터넷 기능에다 전자기술, 소프트웨어 기술을 부착하면서 제품은 제조과정 또는 제품활용과 관련한 정보의 전송, 저장, 나아가 자율적 판단이 가능한 제품으로 변모하고 있다. 현재 수동적으로 정보의 수집, 송수신 기능에 한정돼 있는 최종 제품은 점점 자율 판단에 의해 능동적으로 다양한 기능(서비스)을 제공하게 될 전망이다.
시간 기능에 거의 국한된 시계가 스마트폰과의 연계하거나, 독자적으로 시간 기능 외에 통신서비스, 건강측정 등 정보 단말기 기능으로 변화하는 것이 좋은 예다.
제조 모델의 경우 최종제품 변화로 인한 시장과 수익원 이동에 따라 서비스 개발이 강조되면서 제조 모델이 ‘제조 중심–서비스 지원’에서 ‘서비스 중심–제조 지원’ 모델로 크게 변하게 된다.
ICT 업체의 진출에 따라 기존 유형제품이 저부가가치의 일상 용품으로 전락해 수익력이 약화됨에 따라 제조업에서 서비스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유형 제품의 제조 및 이용과 관련된 정보를 활용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시장을 형성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현재 스마트폰 제조업체에서 볼 수 있듯, 제조업은 유형 제품을 활용한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는 ‘서비스 중심 제조 모델’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현대자동차가 단순히 멋지고, 잘 달리고, 잘 서는 자동차에서 탈피하기 위해 최근 세계적인 네트워크 장비 및 솔루션 기업인 ‘시스코’(Cisco)와 손잡고 ‘초연결성 지능형 자동차’라는 커넥티드 카 개발 콘셉트를 발표한 것이 좋은 예다.
‘제조 후 AS’ 이분법적 사고 깨야
4차 산업혁명으로 유형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제품 개발로 변화하면서 제조업의 가치 사슬이 크게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 제조업은 이에 대한 대응이 크게 미흡한 상황이다.
영국 캠프리지 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한국 제조업체 가운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3.94%에 불과하며, 이는 미국, 독일, 일본의 30~50%와 비교하면 극히 낮은 수준이다.
첫째, 공정 혁신에 맞춰진 제조업 혁신 3.0 정책을 제품 혁신을 포함한 것으로 확장하면서, 그에 대응한 미래의 ‘서비스 중심 제조 모델’로 혁신 정책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제조업 혁신 3.0 정책은 ‘스마트 팩토리’와 같은 설비 첨단화를 포함한 공정 혁신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성장 산업 육성책도 기술 확보를 통한 유형 제품의 고부가가화 또는 차별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은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서비스 중심 제조 모델’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요구되며, 그동안 소홀이 다뤘던 서비스 부문의 연구개발 정책도 수립될 필요가 있다.
둘째, 미래 ‘서비스 중심 제조 모델’에 맞춰 제조업종별로 예상되는 제품+서비스의 발굴과 미래 가치사슬의 변화를 조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지금부터 약 10년 동안은 4차 산업 혁명 진전에 따라 기존에 없었던 제품과 서비스, 양자의 결합 상품이 다양하게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가치 사슬 활동별로 필요한 서비스 활동, 그리고 최종 개발될 유형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패키지 상품을 발굴하는 연구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제조업, 서비스업, ICT산업을 대상으로 해외 주요국과 주요업체의 서비스 개발 동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제조업 종사자는 제조와 서비스로 나눠보는 산업화 시대의 이분법적 시각을 극복하고, 융합 관점에서 보는 새로운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앞으로 진전될 4차 산업 혁명 트렌드에 따르면, 제조와 서비스로 나눠보는 기존 산업화 시대의 이분법 시각으로는 대응책 마련이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제조의 서비스화에서 의미하는 서비스는 전통적인 서비스보다는 ICT 기술을 중심으로 한 첨단 기술과 직접 연관돼 유형상품 개발 과정에 중간재로 투입되거나 최종재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업을 의미한다.
기존의 시각을 극복하고, 미래 제조 모델 구축을 목표로 융합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기존에 없던 산업 활동과 신제품 탐색에서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도움말=현대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