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김지선 기자]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예방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고령 운전자 면허반납 등 제도적 관리 외에도 보행자 충돌 피해 경감 브레이크와 실수로 인한 급발진 억제 장치와 같은 위해 기술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6월 21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운전면허 소지자 중 65세 이상 비율은 지난해 기준 11.1%이다. 지난 2016년 8%에서 3.1%포인트(p) 늘어난 수치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발생건수도 2016년 8만6304건에서 지난해 11만4795건으로 증가했다. 전체의 10.5%에 달한다.
피해가 이어지면서 정부는 고령 운전자의 면허 관리 강화에 중점을 둔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75세 이상 운전자가 운전면허 갱신 시 인지능력 진단 및 교통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갱신주기 단축(5→3년) 등을 시행 중이다. 각 지자체도 운전면허 자진반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고령자 교통안전 종합계획(안)’을 일반에 공개하며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 수시적성검사 제도 개정, ICT 기반 운전적합성 평가시스템 개발 등의 추가 대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동차연구원은 현재 정책 방향이 고령운전자 관리의 의미는 있으나, 실질적인 사고 예방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고령운전자의 면허 갱신 주기를 단축하고 갱신 시 교육·평가 등을 의무화하더라도 운전능력이 급격히 저하될 경우 사고를 예방하기 어렵고, 고령운전자 면허 자진반납 제도는 생계를 위해 운전이 불가피한 경우나 능력이 부족하지만 운전을 하고자 하는 고령층에 대해서는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야간·장거리·고속도로 운전 등을 제한하는 조건부 면허도 운전자가 해당 조건을 어길 경우 차량을 추적해 운행을 중단하는 수단이 현실적으로 마땅치 않다.
이에 자동차연구원은 주기적 관리보다는 상시적 예방에 초점을 두고 기술적 해결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령운전자를 포함한 운전약자의 인지·행동특성과 사고발생 요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관련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개발해 장착을 의무화하거나 장착 시 보험·세제 혜택을 제공하자는 주장이다. 보행자 충돌 피해 경감 브레이크와 실수로 인한 급발진 억제 장치가 대표적이다.
자동차연구원은 “세계적으로 ADAS 등 자동차 능동안전 기술 개발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령운전자에 특화된 안전장치의 개발·의무 장착은 교통안전 뿐 아니라 관련 산업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령운전자뿐 아니라 ‘운전약자’ 전반을 염두하고 관련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정 연령대에 국한하여 제도를 운용하기보다는 교통사고 유발률을 높이는 신체적·정신적 요인을 검토한 후 운전약자 전반에 대해 안전운전을 지원하는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청이 고령 운전자 등의 자동차 사고를 막기 위한 ‘조건부 운전면허제’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최근 조건부 운전면허제 도입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용역 발주 공고를 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청은 연구용역 결과 평가체계 등 수립을 위해 2022~2024년 연구·개발(R&D)에 돌입하면 2025년쯤 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는 고령 운전자뿐 아니라 특정질환자 등 안전운전 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자동비상제동장치 등 운전보조장치를 장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경찰은 연구용역으로 연령 외 선별 기준도 정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조건이 없다보니 면허를 일괄취소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개개인의 신체능력을 고려해 운전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이 취지”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와 관련해 조건부 운전면허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2019년 7월 협력기관 등과 함께 고령운전자안전대책협의회를 발족해 관련 논의를 이어왔다.
해외에서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조건부 운전면허제가 시행되고 있다. 미국은 의료평가나 기능수행평가를 통해 조건부 면허를 발급해 야간운전 금지 및 고속도로 운전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