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베이비붐세대가 본격적으로 65세 이상 노년층에 편입한 가운데, 노인일자리사업을 주관하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노인일자리사업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나왔다. 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노인일자리사업 목적, 대상을 비롯해 일자리 구성과 진행방식, 사후관리 방식을 완전히 뒤집어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베이비붐세대 즉, 신노년세대는 일반적으로 현노년세대와 비교해 경제적 수준, 교육 수준, 건강 등이 더 나은 편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까지 노년세대를 ‘65세 이상 인구집단’으로 단편적으로 정의했던 것처럼, 신노년세대를 하나의 동질집단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지적을 수용했다.
따라서, 지금처럼 65세 이상 노인의 소득보충을 위한 노인일자리사업이 아니라 신노년세대의 욕구와 역량을 충분히 살려 실질적인 사회참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노년세대에게는 일을 제공하고, 국가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과 같은 사회경제적 위기에 대응하는 효과를 노려야 한다는 반성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서 나온 노인일자리사업 ‘자성론’
이번에 나온 노인일자리사업 자성론(신노년세대를 위한 노인일자리사업 개편방안 연구, 김수린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연구위원 외 4명, 2020.12)은 베이비붐세대의 고령화를 전제로 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신노년세대의 급속한 유입을 앞둔 상황에서 노인일자리사업의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인일자리사업의 사업지침상 목표는 ‘어르신의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일자리 및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일자리와 사회활동이 공존하는 일차적인 목적에 대해 그동안 학계는 물론 일선 현장에서도 혼란이 존재했다.
이 같은 목적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현장에서는 일자리 제공을 통한 노년기 소득보충을 가장 중요하게 꼽는 노인일자리사업 목적으로 본다. 실제로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가운데 많은 수가 생계비와 용돈 등 경제적인 동기를 참여하고 있다.
노인일자리사업 목표에 대한 혼선은 정부 정책에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2019~2023)에는 노인일자리 논의가 ‘소득보장’ 분야에서 다뤄졌다. 이와 달리,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16~2020)에서는 ‘참여’ 분야에서 논의됐다. 정부도 노인일자리사업을 놓고 소득보장과 사회차여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는 지적이다.
“소득보충→보편적 사회참여” 새로운 목적 강조
신노년세대의 고령층 편입에 맞춰 노인일자리사업 목표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자성론이 던진 중요한 화두다.
신노년세대를 포함한 고령층이 노후 일자리를 원하는 배경에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주요하게 존재하는 상황에서 노년기 소득보충이 노인일자리사업의 주된 목적 중 하나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노인일자리사업은 과거 노년세대에 비해 향상된 역량과 다양성, 욕구를 가진 신노년세대에게 적합지 않다는 사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
예컨대, 신노년세대의 특성과 욕구를 고려해 이들의 욕구에 맞는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노인일자사업이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노인일자리사업에서는 신노년세대가 새로운 인적자본인 만큼, 이들 인력을 적극 활용해 국가와 사회 발전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노인일자리사업의 질을 높여 적극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단순한 소득보충이 아니라, 신노년세대의 욕구에 기초한 보편적인 사회참여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신노년세대를 위한 ‘일자리’를 ‘모든 생산적인 활동’과 같은 넓은 의미의 개념으로 접근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소득하위 70% 노인’ 정책대상 맞나?
노인일자리사업에 있는 다양한 유형의 일자리와 사회활동이 공존할 수 있도록 그에 적합한 정책대상도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인복지법 상 노인일자리사업의 표면적인 정책대상은 ‘일할 의욕과 근로능력이 있는 모든 노인’이다. 하지만,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따라 경제적으로 안정되 노후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실제 참여자 다수는 기초연금을 수급하는 소득하위 70%에 해당하는 노인으로 정한다. 한정적인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측면에서 일면 타당하지만, 한계도 있다.
첫째, 애초 노인일자리사업 참여기회를 제공할 만큼 충분히 ‘경제적으로 안정된/불안정된 노후생활’을 판가름할 소득기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초연금 수급여부가 과연 적절한 기준인지 확언하기 어렵다는 것.
둘째, 노인일자리사업의 각 사업유형에 따라 요구되는 참여자 특성이 다양한데도, 대개 소득을 가장 중요한 참여자 선발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역량 있는 노인은 사업에 참여할 수 없어 다양한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셋째, 무엇보다 과거 노년세대에 비해 일반적으로 더 나은 경제 수준을 갖춘 신노년세대의 특성을 고려하면, 지금처럼 소득을 기준으로 참여자를 선정할 경우 사실상 신노년세대 다수가 참여기회를 갖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소득수준 아닌 사업특성별 대상자 선발해야”
신노년세대는 같은 나이라도 다양한 욕구를 가진 인구집단이란 측면을 고려하고, 이러한 환경변화를 적극 수용해 신노년세대가 사회활동을 통해 활기찬 노후를 실현하도록 일자리사업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는 반성이다.
우선, 소득수준에 치우친 선발요건을 사업특성에 따라 다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노인일자리사업은 정책대상이 노년기 경제활동과 사회활동 참여 욕구를 가진 활동역량이 있는 모든 노인이란 사실을 분명히 하되, 사업유형에 보다 적합한 집단을 우선적인 정책대상으로 달리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때 사업유형 특성에 따른 미스 매칭문제를 함께 줄일 수 있도록, 참여자의 소득수준만이 아닌 역량, 주된 생애경력 등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신노년세대에 대응해 노인일자리사업의 목적과 정책대상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졌다면, 사업유형과 운영방식에 대한 고민 역시 필연적으로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상이 달라졌으니 내용도 바꿔야 한다는 것.
현재와 같은 공익활동 중심의 일자리사업에서 벗어나 사업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업방식도 사업을 정하고 대상자를 모집하는 지금의 방식보다는, 공모전 활성화를 통해 사업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신노년세대를 참여시키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자리사업 배제된 사각지대 대상자 발굴해야”
국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단위로 진행되는 신노년세대 관련 직접 일자리사업은 상당한 전문성과 경력을 갖춘 은퇴자들을 타겟으로 수행돼 주로 50대, 이르면 40대부터 참여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상대적으로 역량이 취약하고 주된 일자리 경험이 없거나 짧은, 신노년세대는 이러한 직접 일자리사업에서 배제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노인일자리사업이 이 같은 신노년세대 관련 일자리 사업에서 배제된 집단에 보다 집중함으로써 사각지대를 포괄하는 방식이 일차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것. 예를 들어, 주된 생애노동 경력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낮거나, 교육수준 등 역량이 낮은 신노년세대가 노인일자리사업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육훈련 강화해 참여자 역량 높여야”
그동안 노인일자리사업은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거나 다양한 사업유형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이는 참여자의 역량이 극히 낮은 현실과 무관치 않다. 건강수준 등 활동역량을 포함해 일정 수준 이상의 기초적인 역량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훈련만 한다고 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목표한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다는 반성이다.
반면, 현 노년세대에 비해 향상된 역량을 갖춘 신노년세대는 교육·훈련을 통해 참여자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가 있다. 예컨대, 신노년세대가 노인일자리에 참여할 경우 교육·훈련을 통해 사업유형과 운영방식을 다양화할 수 있다.
기초적인 역량을 갖췄지만 숙련도가 낮아 민간노동시장에서 구직이 어려운 신노년세대의 경우, 심화된 교육과 훈련기회를 함께 제공해 실질적인 고용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