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년층 고용이 늘어나면서 청년층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언론들이 이처럼 무분별하게 청·장년간 일자리 갈등을 부추기면서 청·장년세대간 일자리 갈등이 현실화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청·장년세대간 일자리 갈등이 존재하는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7월 8일 ‘일자리 세대갈등, 대안은 없는가’란 주제로 국민대통합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세대간 일자리 갈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모은 한편, 고령화에 따른 정년연장, 임금체계 개편, 청년 취업 확대를 위한 방안 등을 중점 논의했다.
세대간 일자리 갈등, 객관적 증거없어
공공부문 등 청년취업 확대 선결해야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년연장과 청년실업의 영향’에 대한 주제발표에 나서 ‘장년층 고용이 청년층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세간의 가설을 놓고 다양한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안 연구위원은 “청년층을 선호하는 업종(청년층 비중이 높은 업종)과 청년층을 기피하는 업종(청년층 비중이 낮은 업종), 두 가지 업종에서 청년층의 상대임금이 낮아지면 청년층을 더욱 많이 채용하려 하기 때문에 결국 임금이 상승, 각 업종에서는 청년층과 장년층의 최적 배합을 선택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안 연구위원은 이처럼 노동시장에서는 청년층과 장년층의 최적 배합이 이뤄진다는 점을 전제 조건으로, 다양한 조합의 가설적 상황을 설명했다.
첫째로, 안 연구위원은 “생산증가로 노동수요가 증가하면 청년층과 장년층 모두 고용이 증가하고, 반대로 생산감소로 노동수요가 감소해도 청년층과 장년층 모두 고용이 감소한다”며 “이는 세대간 고용이 대체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둘째, 청년층 선호업종의 노동수요는 불변하지만 청년층 기피업종의 노동수요가 증가하는 경우 장년층의 노동수요가 증가할까.
안 연구위원은 “이른바 ‘IMF위기’ 당시 대기업이나 금융기관, 공공기관 등의 청년층 노동수요가 정체됐던 것이 좋은 예”라며 “이 경우 경제 전체의 균형은 청년층과 장년층의 고용이 모두 증가하고, 상대적으로 장년층이 더 많이 고용된다”고 설명했다.
셋째는, 청년층 선호업종과 기피업종 모두 노동수요에 변함없는 상태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청년층 기피업종에서 보다 많은 장년층을 활용할 경우 경제 전체의 청년층 고용은 감소하고, 장년층의 고용은 증가한다는 것. 바로 이 경우만이 정년연장을 포함한 장년층의 고용증가로 인해 청년층 고용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안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안주엽 연구위원은 “장년층의 고용증가가 청년층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어 단정 지을 수 없다”면서 “소모적 논쟁보다는 공공부문 일자리 등 청년층의 취업기회를 확대하고, ‘스펙’을 초월한 능력중심사회를 구축하는 한편, 청년-중소기업 간 미스매치를 근원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장년층과 청년층이 ‘함께 맘껏 행복하게 일하는 사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장년층의 노동시장 조기퇴장 완화를 위해 임금피크제와 점진적 퇴직제, 정년 후 재고용 등 적어도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까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자리 세대갈등은 정부재정 과중의 문제
임금체계 개편·정부-기업 분담 정책 시급
‘청·장년 세대간 일자리 갈등 요인과 해법’을 주제로 발표한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청·장년 세대간 일자리 갈등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단언하고, “그러나, 현재는 초입단계일 뿐, 고령화가 더욱 진행되면 심각한 일자리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향후 발생가능한 청·장년 세대간 일자리 갈등의 근본적 원인에 초점을 맞췄다. 그 원인은 ▲고령화로 인한 노인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고연령 복지지출 증가로 인한 정부의 재정부담 과중이다.
이 교수는 “2014년 현재, ‘27~55세 고용’과 ‘수명 80세 적합 복지 모델’로 인해 조기은퇴 및 55~80세의 장기간 고용·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곧 정부의 복지재정 부담으로 이어져 정년연장 또는 계속고용 정책 실행을 위한 ‘정년 60세 연장’이란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또, “현재의 경직된 호봉제 임금체계를 개편하지 않고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할 경우 기업들이 인건비 총액 및 인력 총량 증가의 압박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임금체계를 정년 60세 시대에 적합한 생산성 및 성과에 연동되도록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기대수명 증가로 인한 복지재정 증가에 따라 재정부담 완화를 위한 정년연장이 불가피하고, 이는 임금피크제 및 임금체계개편을 둘러싼 노사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업이 정년연장으로 인한 부담완화를 위해 청년 신규 채용을 기피하면 청·장년 세대간 일자리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 이 교수는 “대졸인력은 시장수요 대비 100만명이나 공급초과를 이루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및 근로조건의 차이에서 비롯된 미스매칭(대기업 선호)으로 인해 청년실업률(23.1%)이 OECD 13개국 평균(53.6%)에 크게 못 미치는 현실도 갈등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2033년에 ‘27~60세 고용’과 ‘수명 90세 적합 복지 모델’로 전환되면 정부의 재정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2016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정년 60세를 향후 65세 또는 70세로 지속적으로 연장하면서 연금개혁 및 인력관리방안 등 정부-기업 간 비용분담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장년세대 일자리 갈등은 어불성설”
세대갈등 있다면 일자리 분업이 최선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도 “청·장년 세대간 일자리 갈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놨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장은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간 갈등은 일반적 관습이자 신화적 해석에 불과하다”며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 지배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우려했다.
주명룡 회장은 또, “정년연장은 고령화에 따른 필수조치이며, 앞으로 65~70세까지 상향조정해야 한다”며 “정년연장의 혜택은 30~40년 뒤 지금의 청년세대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장년 세대간 일자리 갈등은 실체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단언한 뒤, “청년세대가 맞닥뜨린 현실적 문제와 사회경제적 조건이 훨씬 더 구체적이고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김민수 위원장은 “청년실업의 핵심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에서 비롯되는데 이에 대한 토론조차 매우 빈약하다”며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대학 4년 동안 평균 1700만원의 학자금 대출을 갖고 있어 이를 상환하기 위해 유럽보다 취업이 빠르다”고 꼬집었다.
김선태 노년유니온 위원장은 “중장년층은 절대로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는다”고 강조한 뒤 “과거 보릿고개를 겪은 중장년세대가 퇴직 후 연금수급 전까지 ‘시니어 보릿고개’를 다시 겪고 있다. 이들이 맘껏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길 아주대 교수는 “임금피크제나 생산성 연동 임금체계 등 임금유연화는 정년연장 연착륙에 필수”라며, “고용시스템도 유연화해 지속가능한 고용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심포지엄을 주최한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세대간 일자리 갈등이 있다면 세대간 일자리 분업화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우리나라 직업 중 상당수가 세대별 분업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합이 발생한다”며 “축구에서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로 분업화된 것처럼 직업도 연령과 세대별로 분업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젊은층은 열정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고 자신의 미래 비전을 키울 수 있는 직업을 찾고,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중·고령층은 자신의 경험과 경륜을 살리는 세대 간 직업 분업화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