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장한형 기자] 소중한 생명을 돈벌이로 여기는 새로운 시도가 마뜩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최근 곤충산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징그러운 벌레’가 돈이 된다는 겁니다. 아이들이 애완용이나 학습용으로 곤충을 사서 기르는 모습은 익숙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곤충을 먹자고 합니다. 곤충이 미래의 중요한 식량자원이라는 것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농업과 의학, 생명과학에서도 곤충이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내년 곤충산업 시장규모가 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하찮게 여겼던 곤충, 이제는 금처럼 귀하게 대접받고 있습니다.
곤충산업이 황금알을 낳은 21세기 녹색 신성장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곤충시장은 2015년 3000억원 규모에서 2020년 5363억원으로 성장했다. 곤충의 활용범위도 농업은 물론 생명과학, 의학 등으로 보다 다양화될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곤충산업은 크게 △농식품 △비농식품 △융복합 영역 등으로 구분한다. 최근 기술의 발달에 따라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다.
농식품 영역은 천적․화분매개․사료․식품으로서 곤충을 활용한다. 친환경농업과 시설원예 확산으로 해충방제용 천적곤충을 비롯해 꽃의 수정을 돕는 화분매개곤충, 식품·사료용 곤충의 산업화가 활발하다.
비농식품 영역은 정서(애완·교육·예술·관광)․의약․환경정화 등의 용도다. 최근 애완·학습용 곤충분야는 가장 빨리 성장하는 분야에 속하며, 곤충을 주제로 한 체험관광, 예술작품, 문화콘텐츠도 증가하고 있다. 또, 음식물쓰레기 등 유기성 폐기물의 친환경적 처리, 곤충 유래물질을 이용한 기능성 의약품 소재 개발도 증가하고 있다.
융복합 영역에서는 생명공학과 생체모방이 주를 이룬다. 생명공학 발달과 기술의 융복합 추세에 따라 곤충을 활용한 유전학 연구와 곤충의 생체모방 기술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사슴벌레 시장만 3천억엔
성장하는 아이들의 정서·애완·학습용 곤충은 오래 전부터 이용돼 왔다. 최근 애완용으로 곤충을 사육하는 취미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경제발전과 더불어 애완동물시장이 매우 다양해지면서 혐오스럽지 않고 아름다운 소리까지 내는 ‘왕귀뚜라미’가 새로운 정서․애완곤충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정서․애완곤충시장은 국내 대표적 곤충산업 형태로 국내 시장규모는 40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사슴벌레 시장만 2000~3000억엔 규모. 왕사슴벌레 취급점만 1000여 개에 달하며, 8cm 사슴벌레가 1억원에 팔릴 정도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정서 및 문화적 욕구가 점차 높아짐에 따라 아직 일본수준에는 미치지 않지만 점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함평 나비축제나 무주 반딧불축제 등 지자체의 관광상품, 학습생태원과 연계해 관광벨트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시장 확대 및 발전 가능성은 매우 높게 평가되고 있다.
화분매개곤충에는 ‘뒤영벌’이 사용된다. 우리나라는 1995년 처음 뒤영벌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 이후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뒤영벌의 자체 생산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그 동안 토종 호박벌(Bombus ignitus)에 대한 실내사육 환경, 인공월동 및 현장 활용법 등 주요 핵심기술을 구명했다.
이러한 기술을 근간으로 호박벌보다 실용성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 서양뒤영벌(Bombus terrestris)에 대한 추가 연구에 착수, 여왕벌의 냉장보존 기술, 교미환경 개선 등 연중사육기술 및 시설작목별 현장 활용법을 수립해 생산업체와 농가에 관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축산분뇨, 음식물쓰레기 처리 분야에서도 곤충이 사용된다. 곤충 중에는 썩은 동물질과 식물질, 동물의 배설물 등 부식성 물질을 먹이로 이용하는 종류가 매우 많다. 이 곤충들은 자연에서 항상 발생되는 썩은 물질을 분해시켜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는 분해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 같은 습성을 가진 곤충군 중에서 집약 농업이나 인위적인 활동을 통해 발생되는 폐기물을 적극적으로 정화하거나 그 같은 활동에 투입 가능한 능력을 지닌 곤충을 환경정화곤충이라 한다. 가축 배설물 및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농업과학원이 파리와 동애등에를 이용하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천적곤충으로 농작물 해충을 방제하기도 한다. 천적을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1988년 이후 최근까지 35종의 천적을 개발해 이 가운데 24종(토착천적 16종)이 상품화돼 주로 시설재배 작물의 주요 해충인 진딧물, 응애, 가루이, 총채벌레 등의 방제에 활용되고 있다.
곤충을 식용이나 약용으로 이용하고 있는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 식용곤충은 메뚜기와 누에번데기가 대표적이다. 동남아시아나 중국에서는 매우 다양한 곤충이 식용으로 이용되고 있고, 약용으로도 활용된다.
국내 곤충산업 걸음마 단계
그러나, 국내 곤충산업은 학습애완곤충을 비롯해 화분매개곤충, 환경정화곤충, 천적곤충, 식·약용곤충 등 일부 분야에 국한된 걸음마 단계다.
우리나라의 곤충자원 활용은 양봉·양잠과 일부 약용·식용분야를 제외하고는 2000년 이후부터 본격화됐다. 국내 곤충산업의 시장규모는 2009년 1570억 원에서 2015년에는 약 2배 수준인 3000억 원, 2020년엔 5363억원대로 성장했다.
가장 규모가 큰 나비류, 반딧불이 등 지역행사곤충의 시장규모는 2015년 1816억원에서 2020년 2542억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갈색거저리 유충, 쌍별귀뚜라미,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장수풍뎅이 유충 등 식용곤충 시장규모는 2015년 60억원에서 2020년 1014억원(추정)으로 급성장했다.
세계 각국은 일찍부터 곤충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일본은 동물애호관리법(애완곤충), 식품위생법(식용곤충) 등 관련 법률을 정비하고 곤충산업 창출에 노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도 미생물농약제조법(천적), 식물상과 동물상 관리법(곤충관리) 등을 통해 곤충산업을 지원한다. 네덜란드는 1991부터 10년간 천적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농산물 수출액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곤충자원의 산업화 관련 국가별 특허 건수 및 점유율(2010년)은 일본 379건(33%), 미국 359건(32%), 한국 314건(28%), 유럽 85건(7%) 등으로 비슷하다. 곤충산업 기술수준은 일본(100%)을 기준으로 미국(87%), 한국(80%), 중국(68%) 등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내 곤충산업 활성화를 위해 2010년 2월 ‘곤충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고 곤충산업 진흥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법안은 곤충산업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한편, 사육농가 지원 및 규제, 전문인력 양성 등의 내용을 포함한 최초의 곤충 관련 법안이란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식의약품 이용 활발한 연구진행
최근 식품 미래학자들이 20년 후 식량으로 곤충을 꼽으면서 식의약 곤충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2008년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개최한 ‘식량으로서 곤충:이제는 인간이 깨물 차례’라는 주제로 열린 워크숍 이후 전 세계가 곤충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식품 원료로 등록된 곤충은 메뚜기와 누에, 갈색거저리 3종뿐이다. 이에 따라 흰점박이꽃무지, 장수풍뎅이 등을 식품으로 등록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하고 있다.
또, 곤충에서 고기능성 물질을 분리해 의약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애기뿔소똥구리에서 분리한 항생물질인 ‘코프리신’을 이용한 재생연고제, 화장품 등이 개발됐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앞으로 곤충을 미래자원으로 인식해 식품, 가공, 의약 등의 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 전략이 중요하다”며, “곤충을 혐오 대상으로 여기는 기존 인식을 바꾸는 데에도 많은 노력과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곤충산업과 관련, “국내 곤충자원 조사, 유용곤충 탐색, 연구개발 강화, 전문기업 및 사육농가 육성 등 곤충산업 진흥을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시간·공간·인력 투자가 적으면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산업으로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어 앞으로 국내 농업․농촌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곤충산업이 자리를 잡아 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