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이길상 기자] 인구 고령화와 평균수명 증가는 치매 발병 위험도가 높은 후기 고령인구가 증가하는 결과를 낳게 돼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복지부자료에 따르면, 2020년 65세 이상 노인 중 추정 치매 유병률은 10.3%(약 84만 명)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의 치매관리비용은 2019년에 연간 총 16조5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0.9%를 차지하고, 2050년에는 103조1000억 원으로 GDP의 약 3.8%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도 지난 10여 년간 치매관리법 제정, 5년 단위 치매관리종합계획 추진,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 도입 등을 통해 치매정책적 측면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달 발간한 ‘보건복지포럼’에서 이러한 정책들이 현실적으로 치매를 예방하거나 늦추고,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불이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정책적 개선점을 제안하고 있다.
치매란 질병의 특성
치매관리법 제2조는 치매에 대해 “퇴행성 뇌질환 또는 뇌혈관계 질환 등으로 인해 기억력, 언어능력, 판단력, 수행능력 등의 기능이 저하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지장을 초래하는 후천적 다발성 장애”라고 정의하고 있다.
치매의 경과는 발병원인에 따라 다양해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지만, 치매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알츠하이머 치매는 발병 후 사망까지 평균 10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이 치매질환, 특히 퇴행성 치매는 대체로 시간 경과에 따라 자립적인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이로 인해 가족이나 부양자의 돌봄 부담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치매질환은 예방, 진단, 치료, 돌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질병관리가 요구된다. 그 경과에 따라 치매환자나 가족의 욕구에 따라 이들에 대한 개입 방안이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 치매질환은 환자 개인과 가족,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완치가 어려운 데다 유병 상태가 장시간 유지됨에 따라 단일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관심이 높다.
국가차원의 치매관리사업
국가 차원의 치매관리사업은 2008년 ‘제1차 치매종합관리대책’을 수립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치매관리법 제정(2011년 8월)을 통해 치매치료, 치매관리 인프라 확보를 위한 정책 개입의 당위성을 명문화하고, 국가치매관리종합계획 수립을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제1차 치매종합관리대책(2008~2012)에 이어 제2차 국가치매관리종합계획(2013~2015), 제3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16~2020)에 따른 치매관리정책이 추진됐다.
특히, 치매국가책임제(2017년 9월~) 추진을 통해 치매관리정책의 추진 체계를 강화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인지지원등급 도입해 치매 환자에 대해서도 장기요양을 적용했고, 중증 치매질환자 의료비 부담 경감으로 의료 지원을 강화하는 등 보장성 강화도 시도했다.
치매정책, 지난 10년의 성과
지난 10여 년 동안 추진한 치매정책의 큰 성과 중 하나는 치매정책의 국가 단위 추진 체계인 중앙치매센터와 17개 시·도 광역치매센터,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 설치를 통해 치매정책의 핵심 추진 체계를 갖췄다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확장과 치매질환에 대한 의료 인프라 확대 등을 통해 치매정책의 외연이 크게 확대됐다. 이와 같은 치매정책의 급속한 성장에 따라 앞으로 정책 효율성과 고도화를 위해 중앙치매센터와 광역치매센터, 치매안심센터를 중심 축으로 하는 치매정책 추진 체계를 보완해야 할 필요성도 꾼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21년 발표된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1~2025년)은 ‘치매관리 전달체계 효율화’라는 정책 과제가 제시됐다.
개선점1. 치매관리 기관 사이의 협업
치매관리 사업기관이 ‘관리’ 사업을 중점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재 하고 있는 역할(사업) 중에서 다른 기관이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사업에 한해 민간의 관련 기관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를 테면, 지금까지 치매안심센터를 비롯한 치매정책 추진 체계에서 축적된 전문성과 노하우를 민간기관에 적극적으로 전수, 지원해 치매 예방, 발굴·진단 과정에 민간기관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또한, 치매 예방 효과가 검증된 프로그램을 보급해 치매 진단에서 전문적인 도구를 적극적 활용하기 위한 기술을 전수해 민간기관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유인책을 갖춰야 한다는 것.
이밖에, 치매안심센터 내 쉼터에서 효과가 검증된 프로그램도 민간기관으로 확대 보급해 현재 쉼터가 지니고 있는 낮은 접근성과 서비스 이용자 제한과 같은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선점2. 치매안심센터 운영 개선
국가치매관리제의 말단 기관이자 대국민 접점인 치매안심센터에 대한 개선책도 나왔다.
첫째, 인력운용과 관련, 현재 20명 내외의 직원들이 나열된 사업을 수행하는 구조에서, 현실적으로는 상담, 등록, 조기 검진과 같은 특정 사업에 치중해 운영되고 있다. 등록 이후 대상자에 대한 적극적인 모니터링이나 자원 연계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따라서, 현재의 사업들을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할 기본사업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사업 구조로 이원화해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둘째, 치매안심센터에는 자격 요건을 갖춘 종사자를 모두 배치해야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특정 직종에 대한 인력 쏠림이나 부재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인력의 고용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셋째, 치매안심센터는 정부의 치매정책을 일방적으로 전달받아 실무자의 이해를 바탕으로 제시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실무자들이 사업 내용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는가에 따라 사업 운영 편차가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치매정책 사업 안내를 정교하게 고도화해 하나의 매뉴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개선점3. 치매안심마을
가장 최근 수립된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은 ‘치매 환자와 가족,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행복한 치매안심사회 실현’이란 비전 아래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치매친화적 지역사회 구축은 치매와 관련, 국내외적으로 최근 가장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주제다.
치매친화적 환경 구축은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이 지역 내에서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치매안심마을은 치매친화적 지역사회 구축을 위한 대표적 사업이다.
치매안심마을은 일회성 사업이 아닌 데도, 현재 각 지자체들이 무조건 인증부터 받고 보자며 덤벼드는 통에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따라서, 장기적 관점에서 치매안심마을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 인증제를 시행해 치매안심마을의 질적 관리도 추구하고 있지만,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고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인증제와 별개의 지역 자율형 치매안심마을 운영을 통해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