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시장에서 액티브시니어, 오팔세대, 욜드가 뜨고 있다. 정부도 오팔세대의 등장에 잔뜩 기대하고 있다. 그래픽디자인=기획재정부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겪던 세계 경제가 설상가상 코로나19 사태로 셧다운 상태로 얼어버린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들이 높은 교육수준과 풍부한 자금력을 가진 5060베이비붐세대의 은퇴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2020년 세계 경제 대전망’을 통해 “만 65~75세 ‘욜드(Young Old, 젊은 노인)’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며, “이전 노인들보다 건강하고 부유한 욜드의 선택이 앞으로 소비재와 서비스, 금융시장을 뒤흔들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 시발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욜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이들이 가진 경제적 잠재력에 잔뜩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언론사는 정기적인 전문가 포럼을 시작했고, 전국 백화점을 중심으로 ‘욜드 페스티벌’을 열어 이들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욜드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체질개선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와 같은 경직된 정년구조에서는 노동시장이 50~60대 인력을 수용하기 어려워 문제의 발단이 되고 있다. 60세 또는 65세로 못박고 있는 복지제도의 수혜연령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는 지적이다.

욜드(YOLD)는 ‘young old’, 65~75세를 뜻하는 일본식 조어

욜드(YOLD)는 ‘young old’의 줄임말이다. 65~75세의 사람들을 호칭하는 일본식 영어다. ‘젊은 노인’이라는 의미의 이 신조어는 영국에서 발행되는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필두로 전 세계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지는 지난해 12월 발간한 특집호 ‘2020년의 세계’에서 2020년이 욜드 세대의 서곡이 울리는 해가 될 것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욜드 세대의 주력은 1946~1964년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태어난 베이비 부머(baby boomer)들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쟁터에서 돌아온 병사들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으면서 출생률이 급증했다.

2020년, 선진 부국에서 욜드 세대가 전체 인구의 11%인 1억3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욜드 세대는 올해부터 65세로 접어들고 있는데, 인구도 많고 이전 세대들보다 더 건강하고 부유해 세상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는 지금, 욜드세대가 새로운 경제부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욜드와 이상적인 경제 상황을 의미하는 ‘골디락스’(Goldilocks)를 합한 ‘욜디락스’(yoldlocks)란 합성어를 사용하면서 욜드가 주도하는 새로운 시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상적인 경제 상황 ‘골디락스’(Goldilocks) 합한 ‘욜디락스’(yoldlocks)

욜드는 이전 세대에 비해 더 건강하고 부유하고, 고학력이며, 인구도 많다. 욜드는 건강과 경제력을 기반으로 생산과 소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은퇴 후에도 사회·경제활동을 계속한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로 국한하면 5060세대를 뜻하는 ‘오팔세대’의 특성과도 겹친다.

욜드는 젊은 시절 가족을 위해, 바쁜 삶으로 인해 여가나 취미생활을 포기했지만, 이제 쇼핑이나 운동, 여행 등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열며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경희대 고령친화융합센터가 분석한 결과, 국내 욜드산업 규모는 2015년 39조원에서 올해 72조원, 2030년에는 168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회계법인(삼정 KPMG) 부설 연구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50~60대 연령층은 청년이었던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평균 29%대의 취업률을 보이면서 전 연령대에서 가장 왕성하게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통계청 ‘가구주 연령별 평균 순자산액’에서도 50대 가구주의 평균 순자산은 2019년 4억원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고, 60세 이상이 3억68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욜드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순자산액이 가장 많으면서도, 왕성하게 임금노동에 참여하는 특징을 갖는다. 과거와 현재의 기준으로 볼 때, 사상 처음으로 스스로 자기부양능력을 갖춘 새로운 세대가 출현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일본노년학회, 65~74세는 준고령자-UN, 66~79세 중년

욜드경제 부흥을 기대하는 세력들은 연령기준부터 재정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노년학회는 2017년, 새로운 노인연령 기준을 일본정부에 제안했다. 65세에서 74세 사이를 준고령자, 75세에서 89세 사이를 고령자, 그리고 90세 이상을 초고령자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앞선 2015년, 유엔도 생애연령기준을 다시 정립해 발표했다. 18세에서 65세 사이를 청년, 66세에서 79세 사이를 중년, 80세에서 99세 사이를 노인, 100세 이후를 장수노인으로 구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노인기준연령은 현행 65세에서 단계적으로 70세로 상향조정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복지공백에 따른 우려로 일괄 상향조정 대신 정책별로 대상 연령 기준을 조정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복지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는 지난해 11월, 노인기준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조정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노인기준연령 변경이 복지제도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크다는 이유에서다.

1000만 욜드세대, ‘욜디락스’ 경제부흥 이끌 것이란 기대

우리나라의 욜드세대는 올해 600만명을 넘어서고, 10년 뒤인 2030년 인구의 5분의 1인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자산이 가장 많은 1000만명 욜드세대의 지갑을 열게 해 경제를 부흥시키자는 논리가 ‘욜디락스’다.

욜디락스는 욜드와 골디락스를 합친 말. 골디락스는 영국을 비롯해 유럽에서 인기있는 구전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서 나온 용어다. ‘골디락스’란 금발의 소녀가 숲속을 헤매다 곰 세 마리가 사는 집에 들어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스프를 먹고, 딱딱하지도 푹신하지도 않은 편안한 침대에서 잠을 잤다는 이야기에 빗대 가장 이상적인 경제상황을 뜻한다.

욜디락스는 고령화 시장을 수동적으로 진단한 실버산업에 의한 ‘실버이코노미’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개념이다. 욜드의 숨겨진 수요까지 발굴해 서비스·제품 발굴로 연결시키고, 욜드가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숙련된 노동인구를 경제 성장의 밑거름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도 담겨 있다.

욜드 세대의 노동참여도를 높여 ‘젊은 노인’의 생산력과 소비력을 동시에 활용하는 ‘청로(靑老)경제’를 실현하자는 구상이다.

경희대 고령친화융합연구센터에 따르면, 욜드산업은 헬스케어, 바이오, 가전, IT를 비롯한 모든 산업과 연결돼 올해 72조원에서 2030년 168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욜디락스 이끌 제도적 기반은 탄탄한가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고령화 대응에 미온적이다. 안일한 행정은 통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대와 40대가 다른 것처럼 60대와 80대도 분명 다른 인구집단인데,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에도 불구하고 60대 이상 연령층의 통계를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 대체로 60대 이상으로 뭉뚱그리고 만다. 60대 이상 연령층에 대한 세분화된 통계가 없다보니, 정부나 민간이 실효성 있는 고령화 관련 정책, 서비스,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실정이다.

산업별, 업종별 특성을 무시한 채 일률적으로 60세로 못박은 정년제도와 연공서열제도 큰 걸림돌이다. 특히, 연공서열제는 입사 1년차와 30년차 직원의 임금격차를 4배로 벌려 놓는다. 기업은 비용절감을 위해 고령 직원 1명을 내보내고 4명의 신입사원을 뽑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능력껏 일한 만큼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급제 또는 능력급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이밖에 특정 연령을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제공되는 노인복지, 국민연금 등 사회와 경제 전체를 완전히 새롭게 설계하는 시도와 노력이 뒤따라야 새로운 경제부흥 욜디락스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