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장한형 기자] 한국인 기대여명은 82.4세로, OECD 36개 나라 가운데 10위에 해당, 지난 50년 동안 기대여명이 급격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은퇴 후 사망까지의 기간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짧아서 여성 1위, 남성 2위를 차지했다. 특히, 한국 노인은 생계비 마련을 목적으로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에서 가장 오랜 기간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OECD 통계를 통해 본 한국 노인의 삶과 시사점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경제활동참가율에서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노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매우 높은 이유는 노인의 소득빈곤율이 OECD 회원국 중 1위 수준이기 때문이다.
80세 이상 초고령 노인의 빈곤과 사회적 고립에 대한 범정부적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령자를 위한 양질의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마련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지역공동체의 역할을 강화해 노인에 대한 다차원적인 지원수준을 높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대여명 82.4세, OECD 상위권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인의 기대여명은 82.4세, 36개국 중 10위로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기대여명은 어느 연령에 도달한 사람이 그 이후 몇 년 동안이나 생존할 수 있는가를 계산한 평균 생존연수를 말한다. 보통, 출생시점을 기준으로 한 기대여명을 기대수명이라고 한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주요 나라들의 기대여명에서 일본(84.1세)을 제외하고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었다. 프랑스 82.4세, 영국 81.2세, 독일 81.1세, 미국 78.6세 등이었다.
지난 50년 동안 모든 회원국의 기대여명이 지속적으로 상향되어 왔지만, 특히 한국은 기대여명이 급격히 높아진 국가에 해당한다.
실제로, 한국인의 기대여명은 1970년 62.3세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82.4세로 20.1세나 높아졌다. 같은 기간 OECD 평균은 70.1세에서 80.6세로 한국의 절반 수준인 10.5세 증가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급격한 기대여명의 증가는 노인인구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인 은퇴연령 72.3세, 가장 오래 일해
한국 노인의 기대여명은 높은 편이지만, 경제활동에서 은퇴한 이후의 기대여명은 다른 OECD 회원국 노인보다 현저히 짧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노인은 남성과 여성 모두 72.3세에 은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이후 남성은 12.9년을 더 살았고, 16.3년을 더 살았다.
반면, OECD 회원국 평균 은퇴연령은 남성이 65.4세이고, 여성이 63.7세였고, 은퇴 후 사망까지 기대여명은 남성 17.8년, 여성 22.5년이었다.
바꿔말하면, 한국 노인들은 다른 OECD 회원국 노인들에 비해 훨씬 더 오랜 기간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한 기대여명이 짧은 것이 특징이다.
노인 경제활동참가율도 OECD 1위
65세 이상 노인의 경제활동참가율에서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근 수년 동안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고용상연령차별금지법에 따라 5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5세 단위로 국가별 경제활동참가율 순위를 보면, 한국의 55~59세 연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74.7%)은 OECD 평균(73.3%)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고, 순위도 OECD 35개국 중 22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연령이 높아질수록 순위가 급상승, 60~64세는 11위, 65~69세는 2위, 70~74세 연령층에서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한다.
순위 상승뿐만 아니라, 65세 이후에는 국가별 경제활동참가율 격차도 점점 더 벌어져 70~74세 한국 노인의 2018년도 경제활동참가율은 35.3%로, OECD 평균(16.2%)보다 2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장 오래 일하는데도 빈곤율도 1위
한국 노인이 OECD 회원국들과 비교해 더 오랜 기간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이유는 가난하기 때문이다.
OECD는 소득빈곤율 계산에서 자산을 포함시키지 않고, 연금소득과 같은 금융소득만 고려한 중위소득 50%를 기준선으로 보기 때문에 77.6%를 달하는 우리나라 노인들의 자가보유율, 즉 부동산 자산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다만, 한국 노인들의 국민연금 수급률이 46%(2018년)에 불과하고,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후에도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로 옮겨 오랜 기간 종사하며, 60~70대 이후에도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주된 이유가 생계비 마련(73%)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 노인들은 생계유지에 필요한 가처분소득이 부족한 상황이고 그로 인해 계속 소득이 있는 일을 하고자 한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OECD의 소득빈곤율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노인 중 43.8%가 중위소득 50% 미만의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연령별로는, 66~75세 노인의 소득빈곤율이 35.5%, 76세 이상 초고령층 노인의 소득빈곤율은 55.9%에 달해 연령이 높아질수록 더욱 빈곤해지고 있다.
설상가상, 노년층 사회적 고립도 심각한 수준
사회적 고립도 심각한 수준이다.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갑자기 많은 돈을 빌려야 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경우는 10명 중 6명(66.6%)에 달했다. 5명 중 1명 꼴로 몸이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없다(25.5%)거나, 속을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없었다(27.4%). 다른 연령층은 몸이 아플 때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비율이 이야기 상대가 없다는 비율보다 높았지만, 노인은 이야기 상대가 없다는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조사된 3가지 항목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사회적 고립도 수준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모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의 노인자살률은 65세 이상 5세 단위 모든 연령층에서 OECD 회원국 중 현저히 높은 1위였다.
2016년 기준, 한국 노인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65~69세는 37.1명, 75~79세는 72.5명, 85세 이상은 87.1명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급격히 늘고 있다.
한국의 연령계층별 노인자살률은 OECD 평균의 약 4배(65-69세)~7배(80-84세)에 달하고 있다.
노년기 정기적·안정적 소득확보 가장 시급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빨라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에 맞춰 초고령노인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80세 이상 초고령노인의 빈곤과 사회적 고립에 대한 범정부적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 노인의 공적연금 수급률은 40%대에 머물러 있어, 대다수 노인들은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소득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기초연금액 인상이나 공공근로 일자리 증대와 같은 방안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역공동체의 역할을 강화시켜 노인에 대한 다차원적 지원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커뮤니티케어를 통해 보건복지서비스 제공 간 지역공동체 연계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
또한, 삶에 대한 다양하고 성숙한 관점을 키울 수 있는 시민교육이 강화돼야 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설계와 노후준비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마련되도록 생애주기별 평생교육 프로그램도 지역사회 인프라를 통해 적극적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