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김지선 기자] 유품정리인은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곁에 어떤 인연도 남겨놓지 않은 채 삶을 마감하는 이들이 생겨남에 따라 등장한 직업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40~50대를 ‘고독사 위험군’, 20~30대를 ‘고독사 예비군’이라 부릅니다. 그만큼 고독사 연령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노인층 고독사’ 중심으로 해법을 찾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회에서 노인고독사에 대한 입법이 진행 중이고, 정부도 고독사를 막기 위해 노인돌봄서비스·유케어(U-Care)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고독사는 이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생겨난 직접, 유품정리인에 대해 알아봅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독사 문제를 겪고, 이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한 일본사회에서는 유품정리인이 하나의 직업군으로 정착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유품 정리 전문업체가 처음 등장했다. 현재는 청소 관련 서비스업체에서 특수청소의 일환으로 유품정리 서비스 영역에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고인의 소중한 물건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청소의 개념으로 접근하기 힘든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이 분야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가진 베이비부머가 도전하기에 적합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유품정리인은 가족의 돌봄 없이 사망한 사람들의 유품, 재산 등이 제대로 정리 및 처리되도록 돕는 일을 한다. 유품을 물리적으로 정리하는 일부터 고인의 재산 등이 알맞은 상속자에게 제대로 상속되도록 도움을 주는 일까지 고인의 삶에 남은 많은 것들을 정리하는 일을 한다.
일의 시작은 의뢰 전화가 왔을 때 현장에 가서 견적을 내는 것부터다. 이때 언제부터 언제까지 정리를 하겠다는 작업 일정을 짜게 되는데,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정해둔 생활폐기물 수거날짜, 종량제 수거날짜 등도 고려해 일정을 잡는다. 그밖에 정리할 인원수, 협력업체 파악 등을 기초로 최종 견적을 내고 정해진 날짜에 유품을 정리하게 된다.
물리적인 유품 정리 업무는 병균, 악취를 제거하는 일부터 유품에 묻은 혈흔, 분비물, 악취 등 악성 폐기물 처리, 공기정화제 뿌리기, 깨끗한 유품 따로 정리하기 등 일련의 순서에 따라 진행한다. 이런 작업은 고인의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말을 바탕으로 최대한 고인의 뜻을 헤아려 진행한다.
이때 현금, 유가증권 같은 귀중품은 상속자에게 정상적인 상태로 제대로 전달하고, 각종 가재도구는 사용 가능 여부나 자식들의 판단에 따라 재활용 센터에 매각하거나 자식들에게 전달한다. 때론 각종 법적 문제를 처리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품정리인이 직접 유품 정리를 하기도 하지만 유품 정리 분야가 자리를 잡은 나라에서는 유품정리인이 유품 정리를 기획만 하고, 실제 정리는 용역업체 직원이 하는 식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유품정리인은 유품 정리 업체나 상조회사 등에서 일한다. 홀로 살다가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늘면서 고독사한 사람의 유품을 정리하는 유품 정리 업체도 덩달아 조금씩 늘고 있다.
유품 정리 비용은 혼자 살던 이가 머물던 공간의 넓이, 유품의 규모, 특수청소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데 유품 정리만 할 경우 30만원 수준이고, 주검의 혈흔·악취 등을 지우는 특수청소를 할 경우 비용은 400만원까지 오른다.
청소서비스 업체에서는 특수청소의 영역으로 유품정리 서비스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개 청소의 개념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서비스가 이뤄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창업이 가능한 분야라는 점에서 유품 정리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세워 소규모 업체로 창업할 수 있다.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는 일이기 때문에 일할 때 경건한 자세로 임할 수 있어야 한다. 유품 정리를 할 때는 시체 악취가 나는 공간을 정리할 수도 있고, 자살이나 타살 현장 등 끔찍한 장소에 갈 수도 있으므로 심적 담대함이 필요하다.
유품 정리 업무와 관련해 별도의 학과가 개설돼 있진 않지만 장례지도학과, 생사의례학과, 사회복지학과, 법학과를 졸업한 이들에게 적합하다. 특히 민법 공부를 해두면 도움이 된다. 친족상속법, 형법 중 횡령 관련한 법 개념 등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폐기물 관리법 등 환경과 관련한 법 내용도 꼼꼼히 파악해둬야 한다. 인문학 공부를 통해 삶과 죽음, 행복에 대한 가치관을 자기 나름대로 세워두는 태도도 필요하다.
유품정리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학력이나 자격증은 별도로 없다.
[인터뷰] “혼자 사는 사람 급증 … 전망 밝아”
키퍼스코리아 김석중 대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관련 시장이 계속 커지고 수요도 있기 때문에 우수한 서비스를 기획해 도전하면 성공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 사회 경험이 많은 50대가 도전하기 좋고, 창업하기에도 적합합니다. 일상에서의 경험도 중요하고, 각각 사례마다 접근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일하며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경험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므로 막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배우면서 일을 시작하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유품정리업체인 키퍼스코리아 김석중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시작–보다 가치 있는 일 위해
원래 무역업에 종사했습니다. 2006년 직원 중 한 명이 남해로 여행을 갔다가 사고로 사망을 했는데, 제가 사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유가족들에게 곤혹스런 일을 많이 당했습니다. 그 후 남은 사람의 곤혹스러움에 대해 생각하며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일본에 갔다가 NHK에서 유품정리인이라는 직업을 소개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리고 유품 정리 회사 대표인 요시다 타이치씨를 만나 일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던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업무–망자의 유품 정리하는 일
사람이 죽고 나서 남아 있는 유품들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일입니다. 의뢰인을 만나 유품 정리 업무를 설계하고, 유품 정리를 모두 마친 후 집 열쇠를 의뢰인에게 건네줄 때까지 모든 일을 책임집니다. 직원들과 함께 현장에서 정리 업무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산 상속이 제대로 되기 위해 상속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분석하는 것도 저희 일 중 하나입니다.
이 일은 일본의 키퍼스라는 회사에서 전 세계 최초로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일들을 해보고 싶다고 키퍼스 대표에게 먼저 제안을 했고,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유품정리인은 보았다!」는 책을 국내에 번역하는 일도 해봤습니다. 저는 3년 정도 일본에서 경험을 쌓은 후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기준–고인의 입장에서 유품 처리
유품 가운데 등기부등본, 전세계약서 등 법적인 권리 관계에 관한 것들은 고인만 아는 것이기 때문에 따로 수색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인의 물건 중 고인의 명예와 관련해 감춰야 할 것들이 있는가 하면, 자식이나 친지에게 알려줘야 할 것들도 있습니다. 모든 유품을 다 없앤다는 개념이 아니라 법적인 문제, 고인의 생각 등을 헤아려 “고인이 살아 있을 경우 이렇게 처리했을 것이다” 싶은 기준대로 정리를 해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보람–누군가의 마지막 아름답게 마무리
저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고 그가 그 도움으로 웃을 때 가장 행복해 합니다. 유품 정리를 하면서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유족들 중 고인의 애정이 깃든 물건 하나를 찾고 싶고, 제대로 보관하고 싶다고 의뢰를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일을 잘 진행해서 유족들이 덕분에 고인을 잘 보낼 수 있었다고 감사의 편지를 보내줬을 때 보람이 큽니다. 그게 이 직업의 매력이죠.
어려움–직업에 대한 인식 부족
처음엔 제 딸마저 아버지의 직업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 직업에 대해 정확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죽은 사람이 있던 곳을 청소하는 일로 여기는 선입견과 편견이 가장 무섭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전망이 밝은 직업입니다. 실제로 일본의 유품 정리는 원스톱 포장이사 서비스 산업 수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에서도 유품 정리를 요청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지만 실제로 유품 정리를 제대로 하는 업체는 전무한 실정입니다. 재활용, 폐기물, 이삿짐 모두를 포괄적으로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아직 걸음마 수준이죠. 시기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얼마나 더 많은 업체가 나오고 산업화 되느냐에 따라 고용은 물론 시장 규모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겁니다.
경험–상대방에 대한 배려 필요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이 함께 사시다가 할아버지가 요양병원에서 생활하게 되셨는데 할머니가 집에 다녀오시겠다고 하시고는 댁에서 그만 돌아가셨습니다. 집을 정리하려고 보니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도 모르고 계시더군요. 자녀들이 집 정리 의뢰를 해왔지만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할머니의 유품이지만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할머니가 살아계시기 때문에 유품으로 처리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유족들을 설득했지요. 할아버지는 아직도 건강하게 살아 계십니다. 훗날 유족들도 그 일에 대해 고마움을 드러내더군요. 이 에피소드가 말해주듯 어떤 기준과 입장에서 유품을 정하고 정리할 것인지도 중요합니다.
조언–직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 중요
유품을 정리하는 일은 사람들이 혐오하는 일일수도 있습니다. 사전에 그런 점을 알고 접근하면 좋겠습니다. 또한, 단순 청소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진출하면 좋다는 점에서 베이비부머들이 관심을 갖고 자신만의 철학을 세워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자료=한국고용정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