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홀몸어르신들을 케어하는 방법으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IT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가 2019년 홀몸어르신들에게 전달한 케어로봇 효돌. 사진=영등포구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 홀몸노인 수가 매년 7만 명씩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노인 고독사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고독사보험 도입, 사회안전망 확충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홀몸노인 수는 158만9371명으로 집계됐다. 2016년 127만5316명에 비해 4년 사이 25% 가량 증가했다.

연도별로 봐도 홀몸노인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6년 127만5316명, 2017년 134만6677명, 2018년 143만748명, 2019년 150만413명, 2020년 158만9371명으로 매년 평균 7만명씩 늘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별 홀몸노인 수는 전체 인구수에 비례해 수도권에 가장 많은 홀몸노인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5년간 홀몸노인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 121만1362명으로 집계됐고, 그다음으로 서울 108만8766명이었다. 수도권 이외는 경북(60만752명)과 경남(59만114명) 지역에 홀몸노인이 많았다.

홀몸노인 지역적 편차…수도권에 집중

문제는 홀몸노인이 늘어나면서 장례를 치러줄 가족이나 친척도 없는 무연고 사망자, 이른바 ‘고독사’가 빠르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은 무연고 사망자는 총 973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연령대 중 배우자나 자녀 없이 살아가는 65세 이상 홀몸노인의 고독사가 가장 많았다. 지난 5년간 무연고 노인 사망자 수는 총 4170명으로 고독사 전체 42.8%를 차지했다. 2016년 대비 2019년 무연고 노인 사망자 수도 55.8%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 735명, 2017년 835명, 2018년 1067명, 2019년 1145명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20년 6월까지 388명을 기록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2736명, 여성은 1434명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1302명 더 많았다.

스스로 은둔하면 홀몸노인 대책 ‘백약무효’

정부가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홀몸노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노인 고독사가 늘고 있어 더욱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인복지정책의 사각지대가 너무 크다는 얘기다.

정부는 현재 홀몸노인을 보살피기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고립과 우울 위험이 높은 어르신들을 위해 특화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사회관계가 취약한 노인을 발굴하고, 대상자 특성에 따라 은둔형, 우울형으로 분류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독사나 자살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 60세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가족이나 이웃과 관계가 단절된 노인이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비나 의료비를 받는 것 외에 공식 또는 비공식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노인은 은둔형으로 분류한다. 자살시도 이후 생존했거나 우울증 진단을 받고 자살시도 가능성이 높은 노인은 우울형 집단으로 관리한다.

이밖에도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 일반 자원봉사자가 서로 연계, 협력하는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을 비롯해 전국 647개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수행기관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전문교육을 받은 상담원들이 전국 어르신들의 고민을 듣는 노인상담전화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거나, 외부로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홀몸 어르신들이 많아 발굴에 한계가 있다”면서, “서비스 혜택을 받는 홀몸 어르신들에게 중복적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는 등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고독사와 관련 지난 3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이 제정됐지만, 내년 4월에야 시행돼 홀몸노인 고독사는 공식 통계조차 없이 무연고 사망자 수로 추정하는 현실이다.

IT기술 적극 활용, 홀몸노인 케어 효율화

지금까지 홀몸노인을 케어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집안에 센서를 달아 생활반응이 없을 경우 현장 돌봄인력이 개입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돌봄로봇을 홀몸 어르신들에게 보급하는 지자체도 많다. 이와 더불어 사물인터넷이 인력난을 대체하는 또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례로, 대구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지난해 4월부터 사물인터넷(IoT) 생활가전 기반 스마트홈 기술 가운데 사회복지형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 9월부터는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홀몸 어르신 30세대를 대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실제로 검증하고 있다.

냉장고, 공기청정기, TV와 같이 사물인터넷이 가능한 생활가전과 상수도, 도시가스, 전기 검침기를 통해 수집되는 일상생활 데이터를 저장한 뒤 가공·분석해 인공지능이 안전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김치냉장고에 부착된 동작감지센서와 온도·습도센서를 통해 식생활 패턴을 분석하고, 공기청정기에 부착된 동작감지센서나 열화상센서, 심박측정센서를 통해서는 활동량과 체온 정보를 확보한다. 여기에다 TV시청 유형이나 원격검침기에서 수집되는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패턴이 발생하면 아파트관리사무실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 신속하게 조치하는 방식이다.

사후 처리 위한 보험 도입도 과제

노인 고독사에 따른 피해구제를 위해 민간보험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초고령사회인 일본도 노인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일본에서는 노인 고독사 사후 처리를 위해 이미 보험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일본 소액단기보험협회가 밝힌 ‘고독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고독사한 사람이 사망 이후 발견되기까지 평균 17일이 걸린다. 심한 경우 90일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사망자의 방치기간이 길수록 원상복구 비용과 청소, 도배, 임대료 손실과 같은 비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상복구 비용은 평균 36만엔(한화 약 390만원)이며, 최대 410만엔(한화 약 4460만원)이 소요된 경우도 있었다.

이와 관련, 일본에서는 고독사 보험이 필수 보험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고독사 보험은 무연고자의 자살, 살인, 자연사 또는 병사(객사 등)로 인해 발생한 임대사업자의 손실 또는 손해를 보상해주는 것에서 시작됐다. 고독사 발생시 특수청소나 유품정리 비용, 주택임대료 손실을 보상한다. 보험 종류는 집주인형, 세입자형, 임대보증회사형이 있고, 임대차계약때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필수로 가입을 요구한다.

우리나라도 내년 4월부터 ‘고독사예방법’이 본격 시행되고,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소액단기보험 관련법이 통과되면 일본처럼 고독사 관련 보험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상담 :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노인상담전화 1661-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