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이길상 기자] 요양병원 입원 환자에 대한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요양병원의 간병비만 건강보험에서 제외돼 일상 회복이 가능한 어르신들도 저가의 요양병원을 전전하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요양보호사 처우개선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장기요양기관 노인돌봄인력 10명 중 9명이 요양보호사로 구성돼 있지만, 강도 높은 업무에 비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보수를 받는 등 최악의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 같은 지적은 대한노인회(회장 김호일)가 주최하고, 한국노인복지정책연구소(소장 황진수)·대한요양병원협회(회장 기평석)가 주관해 12월 3일 오후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한국노인요양보험,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열린 ‘한국요양보호정책과 실천세미나’에서 제기됐다.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더는 미룰 수 없다”
이날 발제를 맡은 대한요양병원협회 이윤환 기획위원장은 ‘환자 인권보호를 위한 요양병원 간병급여화’를 주제로 요양병원만 제외되고 있는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윤환 기획위원장은 본인이 운영하는 요양병원 운영사례를 소개하면서, 충분한 간병인력 확보를 통한 ‘한국형 존엄케어’ 도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윤환 기획위원장은 “매월 억대에 달하는 적자를 감수하면서 질 높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2013년부터 ‘4무(無)2탈(脫)’을 실천하는 존엄케어를 도입했다”며, “그 결과, 입원 어르신들의 건강 및 일상회복이 상당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4무(無)2탈(脫)’의 ‘4무(無)’란 입원환자에 대한 ‘냄새無·낙상無·와상無·욕창無’를 뜻한다. ‘2탈(脫)’은 입원환자의 손발을 묶지 않는 ‘脫억제대’, 가급적 기저귀를 사용하지 않는 ‘脫기저귀’다.
이 기획위원장은 “간호사들까지 달려들어 매주 2회 이상 목욕을 시켜드려 냄새를 없앴고, 어르신들의 특성에 맞춰 제작한 낮은 침대를 온돌방에 놔드려 낙상을 예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어르신들이 침대를 벗어나 활동하면서 와상을 겪지 않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욕창 위험군 어르신들은 2시간마다 체위를 바꾸는 한편 아침마다 피부상태점검과 마사지로 욕창을 예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기획위원장은 “과격하게 행동하는 어르신들은 손발을 침대에 묶고 신경안정제를 투여하는 대신, 인형장갑을 끼워드려 자해를 막거나 모빌을 달아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한다”며, “손발을 묶지 않으면 어르신들의 건강상태가 크게 호전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어르신들은 기저귀를 찼을 때 자존감이 가장 크게 훼손된다”며, “어르신 개개인의 배뇨패턴을 파악한 후 화장실 이동을 도와드려 가급적 기저귀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윤환 기획위원장은 “야간 간병인력이 없는 일부 저가요양병원의 경우 요양보호사가 어르신들의 손발을 묶고 기저귀를 채운 뒤 퇴근하고, 다음 날 아침 출근해서야 기저귀를 교환하기도 한다”며, “간병비 급여화가 실현돼 최소한의 간병인력만 갖추더라도 지금보다 훨씬 존엄한 케어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간병비 부담을 갖지 않는 돈 있는 사람들은 좋은 병원에서 좋은 서비스를 받고, 대부분 돈 없는 사람들은 저질의 나쁜 요양병원을 찾아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전국 어느 요양병원에 가더라도 같은 금액과 평준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간병비를 급여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요양병원 환자 중 간병이 필요한 20만명에 대해 요양원 인력 기준인 환자 2.5명 당 1명의 요양보호사를 둘 경우 월평균 100만원 안팎의 간병인 인건비를 고려하면 연간 2조4000억원만 투입하면 된다”며, “현재 고려인·조선족이 다수를 차지하는 간병인력에 8만개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요양보호사 최저임금·전문성 보장해야”
▲조추용 가톨릭꽃동네대학교 교수
이번 세미나에서는 장기요양기관 노인돌봄인력의 90%를 구성하고 있는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지적도 나왔다.
가톨릭꽃동네대학교 조추용 교수는 발제를 통해 “사회복지사,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장기요양기관에서 일하는 인력 50만명 중 요양보호사가 45만명으로 90%를 차지한다”며, “하지만, 제도의 근간인 요양보호사들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면서 온갖 인권침해와 고용불안을 감수하면서 과도한 근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입소시설 요양보호사는 월평균 177시간을 근무하는데, 1일 24시간 등 장시간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며, “요양보호사 1명이 평균 10명 이상의 어르신들을 돌보면서 중증질환 어르신을 이동시키는 등 강도 높은 업무 탓에 근골격계 질환 발생이 잦은 실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장기요양학회가 최근 발간한 ‘한국 요양보호사의 신체적 부담 현황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서울·경기지역 노인요양시설 12곳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280명 가운데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한 후 요통이 생겼다고 응답한 비율이 70.4%에 달했다.
조 교수는 “요양보호사도 임금을 받는 엄연한 노동자”라며, “숙련 정도에 따라 경력을 인정받고, 직위도 승진하면서 그에 걸맞는 임금체계를 확립,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매년 7만~9만명이 신규로 자격을 취득하지만 150만명의 요양보호사 자격취득자 중 현업 종사자는 45만명에 불과하다”며, “현업 종사자 중 여성비율이 94.2%, 평균연령 58.9세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베이비붐세대가 추후 요양보호사의 케어를 받을 경우 다양한 욕구가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2년제 전문대학이나 특성화고에서 요양보호사를 양성하고, 1년 이내에 자격취득예정자도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요양보호사들은 본연의 업무 외에도 가사도우미와 유사한 업무를 강요받거나, 성희롱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권리침해도 감수한다”며,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요양보호사에 대한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 또는 담당하는 센터를 설치하거나, 기존 상담센터를 활용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추용 교수는 “우리사회는 요양보호사의 자질문제가 논란이 될 때마다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보수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교육을 외면했다”며, “관련 단체가 요양보호사의 전문성, 재교육, 직무교육, 현업교육 등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를 주최한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이번 세미나는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한국노인요양보호정책과 현장의 문제점, 요양보호사에 대한 현안을 살펴보고 개선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대한노인회도 ‘노인이 행복한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기평석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2년 간의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감염에 취약한 노인환자들은 요양보호의 필요와 동시에 의료적 필요도 매우 높아졌다”며, “대한노인회 등 관계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