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를 위한 디지털접근성 표준이 마련됐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장노년층에게 디지털 기술을 통한 사회참여 및 일자리 제공, 복지 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어르신 IT봉사단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경로당에서 어르신 IT봉사단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책포털

[시니어신문=이길상 기자] 고령층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덜어드리기 위한 해결책이 나왔다. 서울시 출연기관인 서울디지털재단이, 어르신들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복잡하고 난해한 글씨와 기능들을 사용하기 편하도록 ‘고령층 친화 디지털 접근성 표준’을 마련해 최근 공개했다.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자는 취지로, 모바일 앱이나 웹, 영상콘텐츠를 만들 때 지켜야 할 총 20대 준수요건을 제시했다. 이를테면, 글자 크기는 최소한 어느 정도로 키우고, 어떤 용어들을 사용해야 하는지, 자막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등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디지털재단은 오는 8월까지 ‘용산노인복지관’ 홈페이지에 이번에 마련한 디지털 접근성 표준을 시범적용하고, 이후 고령층 이용이 많은 서울시와 각 구청 주요 민원서비스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올 하반기 중에는 무인주문 시스템 ‘키오스크’도 어르신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디지털 접근성, 취약계층 결정짓는 핵심

서울디지털재단이 이번에 마련한 ‘고령층 디지털 접근성 표준’은 어르신들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요건이란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지털정보사회에서 정보격차에 따른 고령층의 소외는 기존 산업사회에 존재했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사회적 양극화를 더욱 크게 벌인다는 지적이다.

과거 산업사회의 취약계층은 일반적으로 장애인, 이민자, 한부모가정과 같은 사회경제적 약자의 위치에 있거나, 질병, 산업재해, 실업·실직과 같은 경제적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사고나 위험에 직면했을 때 현재의 경제적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운 개인이나 계층을 뜻했다.

현재 디지털정보사회에서 취약계층은 과거 산업사회에서 정의한 개인이나 계층에다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한 접근, 역량, 활용 등의 측면에서 취약한 계층이 더해진다.

고령자들의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정보격차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곧 디지털정보사회에서 취약계층으로 전락하는 연쇄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디지털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령층, 취약계층 중 정보화수준 최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매년 고령층을 비롯해 저소득층, 장애인, 농어민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 2020년에도 고령자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는 1대1 면접조사 방식으로 매년 취약계층의 디지털 접근성과 역량, 활용수준을 평가해 발표한다.

지난해 실태조사에서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저소득층 95.1%, 장애인 81.3%, 농어민 77.3%에 이어 고령층은 68.6%로 취약계층 중에서 가장 낮았다. 고령층의 경우 디지털 접근성과 역량, 활용수준을 갖춘 사람이 10명 중 7명도 안 된다는 얘기다.

디지털 정보격차는, 디지털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그 편리함과 혜택을 누리는 반면, 디지털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사람은 불편함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디지털 정보격차는 단순히 디지털 기기와 정보를 ‘쓰냐 안 쓰냐’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과 생각, 문화, 경제적 격차로 확대되는 사회적 소외의 원인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 기기·서비스, “복잡하고 불편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상화된 온라인‧비접촉 소통방식은 의도치 않은 혁신이란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디지털 기기가 익숙지 않은 고령층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온라인 쇼핑을 하거나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볼 때 어려운 용어나 복잡한 절차, 너무 작은 글자크기 때문에 어려움이 겪는다.

실제로 서울디지털재단이 서울 거주 65~79세 300명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은 디지털격차 해소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고령층이 이용하기 편리한 환경 구축’을 꼽았다.

설문조사에서 디지털 기기·서비스 개선방안으로 ‘단순하고 알기 쉬운 화면구성’(34.3%)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서비스 이용절차 간소화’(26.7%), ‘주 이용 서비스 위주의 간결한 구성’(23.3%) 순으로 응답했다. 모바일 웹‧앱과 영상콘텐츠 모두 가장 불편하다고 느끼는 요소는 ‘용어’(모바일 웹‧앱 51.3%, 영상콘텐츠 57.9%)로 나타났다.

모바일웹·앱 및 영상콘텐츠 제작방법 제시

서울디지털재단이 공개한 ‘고령층 디지털 접근성 표준’은 크게 ‘모바일 웹‧앱’과 ‘영상콘텐츠’ 2개 분야로 나눠 총 20대 제작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모바일 웹‧앱’ 분야에서는 스마트폰으로 구동되는 앱이나 모바일 홈페이지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제공할 때 고려해야 할 요건을 10가지로 정리했다.

예를 들어, 글자크기는 14포인트 이상으로 하고, 필기체나 흘림체 같은 복잡한 형태의 글꼴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 시력이 저하돼 작거나 흘린 글자를 읽기 어려운 고령자의 신체 특성을 반영한 지침이다. 고령자들은 신조어나 행정용어가 낯설 수 있는 만큼,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보편적인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영상콘텐츠를 만들 때는 영상을 시청하면서 느끼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자막 크기와 속도, 말하는 속도 등을 강조하고 있다.

흐르는 자막은 시간을 두고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첫 글자가 화면에서 사라지기까지 5초 이상 머물도록 해야 한다. 영상 속 말하는 사람의 속도도 초당 4음절 가량으로 천천히 발음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고령자는 새로운 정보를 즉각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중요한 정보나 복잡한 내용은 반복설명이나 요약설명으로 재확인해야 한다.

의미 있는 고령자 기준평가

서울디지털재단이 이번에 내놓은 ‘고령층 디지털 접근성 표준’은 기존 연구성과보다 한 단계 발전했다는 평가다. 단순한 글자크기나 화면구성에서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 앱이나 모바일 웹, 영상콘텐츠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작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이를테면, 스마트폰 앱이나 모바일 홈페이지의 글자크기는 14포인트 이상이어야 하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보편적인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자세히 적고 있다. 영상콘텐츠의 자막은 첫 글자가 화면에서 사라지기까지 5초 이상 머무르도록 해서 고령자들이 읽을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고 돼 있다.

이번에 발표된 ‘고령층 디지털 접근성 표준’은 디지털 기반 비접촉 서비스와 웹 콘텐츠 이용률이 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콘텐츠가 고령층의 신체적‧인지적‧심리적 특성을 반영해 제작될 수 있도록 표준안을 제시하고 있다.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정보격차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란 평가다.

서울디지털재단은 이번에 개발한 ‘고령층 디지털 접근성 표준’을 4~8월 ‘용산노인종합복지관’ 홈페이지에 시범·적용한다. 이후 고령층이 많이 이용하는 서울시 주요 민원서비스로 적용 범위를 점차 넓혀갈 계획이다. 하반기 중에는 ‘키오스크’ 분야 표준안도 추가로 개발 완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