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장한형 기자] 65세 이상 신규 취업자에 대해 실업급여 적용을 제외하고 있는 고용보험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합니다. 고용보험법이 최초로 제정된 때가 1993년 12월, 법은 이때부터 ‘60세 이후에 새로이 고용된 자’를 제외했습니다. “사실상 재취업이 안 되니, 실업급여도 필요없다”는 이유입니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습니다. 70세 이상 고령자 2명 중 1명은 일하고 있는데, 법은 여전히 30년 전에 머물러 있습니다. 노후희망유니온,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한국사회법학회가 4월 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노인일자리를 위한 고용보험법 제도 개선 토론회’(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주요 내용을 지상중계합니다.
김태환 서울 광진구의회 정책지원관(법학박사)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한 김태환 서울 광진구의회 정책지원관은 “25년 전(1997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보험 적용 제외는 ‘고령자들이 받지도 못할 고용보험료를 납부한다”는 것만으로 설득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태환 정책지원관은 “60~79세 월 평균 연금수령액이 69만원에 불과하다는 점, 6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10.4%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해 (실업급여) 적용 제외 규정에 대한 삭제가 검토될 때”라고 밝혔다.
김태환 정책지원관은 이날 발제에서 2020년 이후 발의된 고용보험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검토보고서의 부정적 견해에 대해 재반박 형식으로 법 개정 필요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내용을 문답형식으로 풀었다.
Q. 65세 이상인 사람은 국민연금을 지급 받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지급할 필요성이 적지 않은가?
A. 대부분의 검토보고서에서는 “65세 이상인 사람에게는 국민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지급할 필요성이 적다”고 하였는데, 국민연금공단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월 20~40만원을 수령하는 사람이 43.5%로 가장 많았고, 40~60만원 19.0%, 0~20만원 14.7% 순으로 조사되었다. 반면, 100만원 이상 수령하는 사람은 8.5%에 그치고 있다. 즉, 국민연금 급여 수급자 중 월 60만원 미만에 해당하는 금액을 수령하는 사람이 77.3% 달한다는 것으로 그 금액이 매우 적음을 알 수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2년 5월 기준 55~79세의 공적연금(국민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공무 원연금, 기초연금 등), 개인연금 등 노후생활의 안정을 위해 정부 또는 개인에 의해 조성되어 수령한 금액을 살펴보면, 월평균 연금수령액이 69만원(성별로는 남자는 90만원, 여자는 46만원)에 불과하였다. 즉, 현재 국민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대다수의 고령자들은 용돈 수준의 적은 수급액을 받고 있기 때문에 실업급여의 지급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 생각된다.
Q. 고용보험 적용 제외 연령이 지속적으로 확대됐지 않은가?
A. 제정 「고용보험법」부터 적용 제외 규정을 두고 있었는데, 1993년 제정 당시에도 ’60세 이후에 새로인 고용된 자는 적용이 제외되었으며, 1996년 개정에서는 이에 더하여 ’65세 이상인 자‘ 또한 적용이 제외되었다. 이후에 지속적인 확대를 통하여 현재는 “65세 이후에 고용(65세 전부터 피보험 자격을 유지하던 사람이 65세 이후에 계속하 여 고용된 경우는 제외한다)되거나 자영업을 개시한 사람에게는 제4장 및 제5장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1996년 개정 이후부터 사실상 65세 이상인 자의 적용을 제외해왔기 때문에 2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을 알 수 있다. 일부 검토보고서에서는 “고용보험 적용 제외 연령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연령 상향에 대한 확대는 1996년 이후 멈춰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1996년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도 채 되지 않았던 고령화사회 이전의 시기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1996년에 정한 연령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Q. 대부분의 국가들이 실업급여 지급 연령을 연금제도와 연동하지 않는가?
A. 대부분의 국가들이 실업급여 지급 연령을 연금제도와 연동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검토보고서를 통해 확인하였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대부분의 국가들의 상황과 우리나라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여러 검토보고서에서 언급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노후소득보장이 우리나라 보다 잘 되어있는 나라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55~79세의 월평균 연금 수령액이 69만원(성별로는 남자는 90만원, 여자는 46만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노후소득보장제도가 미흡한 우리나라의 상황과 외국의 상황을 단순비교 해서는 안 될 것이다.
Q. 공적연금과 실업급여를 동시에 지급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와 상충하지 않는가?
A. “기초적인 생활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공적연금과 실업급여를 동시에 지급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와 상 충된다“는 검토보고서의 견해가 있었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의 수급자 통계를 살펴보면, 65세 이상 인구 약 950만명 중 현재 국민연금을 수급하는 자는 6,268,911명, 공무원연금을 수급하는 자는 599,485명(2021년 기준, 65세 이하에 수급하는 경우도 포함),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을 수급하는 자는 98,730명(2021년 기준, 65세 이하에 수급하는 경우도 포함)으로 조사되었다.
종합해보면, 약 950만명 중 6,967,126명의 고령자들만이 공적연금(기초연금 제외)의 혜택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고령자의 약 73.3%에 해당하는 수치로 약 26%의 고령자들은 공적연금을 수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공공부조로 만 65세 이상 중 소득하위 70%에 해당하는 고령자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제도가 운영 중이지만 기초연금제도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 2023년 기준 월 323,180원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렇게 적은 금액을 수급하거나 수급받지 못하는 고령자들이 65세 이후에 취업한다고 하여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고령자들을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것이라 생각된다.
Q. 장기적으로 고용보험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겠는가?
A. 고용보험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해당 법률안에 대한 비용추계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4건의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비용추계가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여 ‘비용추계서 미첨부 사유서‘가 있어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개정안에 따라 법 제10조제2항이 삭제되는 경우 “65세 이후에 고용(65세 전부터 피보험 자격을 유지하 던 사람이 65세 이후에 계속하여 고용된 경우는 제외한다)되거나 자영업을 개시한 사람“도 「고용보험법」 제4장(실업급여) 및 제5장(육아휴직 급여 등)이 적용되므로 고용보험기금의 추가재정소요가 발생“한다. 다만, “개정안의 고용보험 적용 대상자와 대상자 중 구직급여 등의 수급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을 추정하기 어려워 추가재정소요를 추계하는데 한계가 있다. 또한, 개정안의 고용보험 적용 대상자 중 고용보험 적용 대상자 중 구직급여 등의 수급자 수를 추정하더라도 구직급여 등의 수급자의 평균임금, 고용보험 가입기간, 육아휴직 대상 자녀의 존재 여부 및 사용 의사 등에 관한 자료가 미비하여 추가재정소요를 추계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용보험기금의 추가재정소요가 발생하지만, 현실적으로 비용추계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김영진 의원 대표발의 법률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도 “최근 5년간 고용보험기금의 자체수입과 실지출액을 비교하면, 2022년을 제외하고 매년 2조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고, 기금의 연말적립금도 축소되고 있는 추세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금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기존에 2조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였다는 것과 ’65세 이후에 고용(65세 전부터 피보험 자격을 유지하던 사람이 65세 이후에 계속하여 고용된 경우는 제외한다)되거나 자영업을 개시한 사람‘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 생각된다.
우선 65세 이후에 고용된 사람들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적자와는 관련이 없다. 그리고 고용보험 재정 악화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최저임금법 상의 최저임금과 구직급여 하한액이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즉, 지난 2017년 이후 최저임금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구직급여 하한액도 함께 상승하였지만 고용보험요율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고용보험의 재정이 실업급여의 과다 지출만으로 발생하였다고도 볼 수 없다. 예컨대, 육아휴직급여도 고용보험에서 지급되는데, 지난 2021년 12월 31일 법 개정을 통해 육아휴직 수당을 큰 폭 인상(4~12 개월, 월봉급액 50→80%, 월 상한액 120만→150만원)한 바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고용보험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일정 부분 인정하지만, 이것을 65세 이후에 고용된 사람들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근거로 사용하는 데에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Q. 고령자는 보험료를 적게 납부하고 많이 받는 구조 아닌가?
A. 고령자의 경우 소위 ‘좋은 일자리‘라 일컫는 곳에서 근로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통계청이 2022년 7월 27일 발표한 당해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들의 경우 단순노무종사자가 34.4%로 가장 많았으며, 농림어업숙련종사자 23.3%, 서비스·판매종사자 17.1% 순으로 많았다.
이러한 이유로 소득이 적을 수밖에 없으며, 소득이 적기 때문에 고용보험료도 적게 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들은 보험료를 적게 낸다고 하여 급여를 받을 수 없도록 적용을 제외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로서 보호를 해야 할 대상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보험료를 적게 납부하고 많이 받는다는 이유로 65세 이후에 고용된 사람들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고령노동자를 차별하는 것이며, 일반근로자와의 형평에도 반한다고 생각한다.
Q. 고령자의 고용보험 반복 수급도 우려되지 않는가?
A. 고령자들은 정부의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에 참여한 후 구직급여 수급 요건을 채우면 근로를 그만두고 구직급여를 수급하고, 구직급여를 모두 수급하고 나면 다시 정부의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즉, 구직급여 수급요건이 이직일 이전 18개월 동안 피보험 단위기간이 합산하여 180일 이상일 것(「고용보험법」 제40조)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고 나면 구직급여를 수급하고, 구직급여를 수급하는 동안에는 근로를 하지 않다가 수급 기간을 모두 채우면 다시 근로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구직급여 반복 수급자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와 여러 의원들이 인식하고 있으며, 현재 여러 건의 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이다. 정부안과 윤준병 의원 대표발의안, 홍석준 의원 대표 발의안의 경우는 ‘이직일 이전 5년 동안 2회 이상 구직급여를 지급받은 후 다시 구직급여를 지급받는 경우의 구직급여일액은 구직급여를 지급받은 횟수를 기준으로 100분의 50 범위에서 감액하도록 하는 안‘을 발의하였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반복 수급의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