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장한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한 3대 개혁이 연금·노동·교육이다. 3대 개혁 중 국민연금은 재정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10월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2027년에는 개혁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초부터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저부담 고급여’ 방식으로 출발했다. 매달 일정액을 떼서 적립하고, 노후에 많이 받는 구조다. 하지만, 고령화로 대상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면서 재정 안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한 국정과제가 됐다.
2003년부터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하는데, 대략 2060년이면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으로 불과 40년밖에 남지 않았다. 국민연금 제도 개혁은 윤석열 정부 들어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시급한 국정과제가 됐다.
2060년 소진된다는 국민연금 기금
국민연금 개혁 논의의 기초가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이다. 최근 재정추계에서 2060년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할 것이란 결과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 70년의 국민연금 재정 상황을 살펴보는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법에 따라 5년에 한 번씩 하고 있다.
국민연금법은 복지부가 매 5년이 되는 해 3월 말까지 국민연금 기금 재정계산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운영 전반에 관한 계획을 수립해 같은 해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2003년 첫 재정계산 당시엔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60%였다. 이를 유지할 경우 2036년부터 기금이 감소하기 시작해 2047년 소진된다는 진단이 나왔다.
5년 후 2008년 2차 재정계산에선 2044년 감소 전환, 2060년 소진 예정으로 시계가 좀 늦춰졌다.
2013년 3차 재정계산에서도 소진 시점은 2060년으로 유지됐다. 2018년 4차 계산에선 적자 전환 시점은 2042년, 소진 시점은 2057년이었다.
국민연금 개혁 역사
국민연금은 1988년 1월, 1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됐다. 보험료율, 즉 월급의 3%를 매달 적립해서, 노후에 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급지급 비율을 말하는 소득대체율 70%를 보장하는 제도로 출발했다. 이후 가입 대상을 농어촌 거주자와 도시지역 자영업자 등으로 넓히고, 전업주부나 학생까지 임의 가입이 가능해져 ‘전 국민 연금’으로 확대됐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추고, 수급 개시 연령을 60세에서 5년마다 1살씩 2033년 65세까지 늦추는 1차 제도 개혁을 진행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보험료율은 9%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40%로 인하하는 방안이 통과됐다. 이때 보완적인 방안으로 지금의 기초연금이 도입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국민연금 제4차 재정계산과 함께 국민연금 개혁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특정 안이 아닌 4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4개 안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거쳐 3개로 줄었을 뿐, 제도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국민연금 개혁 필수적 과제
국민연금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정과제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5일,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연금개혁은 심도 있는 연구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한다”며 “이번 정부 말기나 다음 정부 초기에 연금개혁 완성판이 나오도록 지금부터 시동을 걸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은 3가지다. 얼마를 내느냐는 보험료율, 언제부터 지급하느냐는 수급연령, 그리고 얼마를 지급하느냐는 소득대체율이다.
현재 연금개혁을 둘러싼 쟁점은 크게 재정안정화와 노후소득보장 두 가지다.
정부가 제시한 국민연금 개혁안의 핵심은 재정 안정을 위해 보험료는 더 내고 연금 수급 시기는 늦추자는 것이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현행 골격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오는 2057년쯤 적립기금 고갈로 연금제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더 내고 덜 받는 개혁 불가피
정부가 내놓은 안은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다.
우선, 현행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2025년까지 매년 0.5%p 높여 2036년 15%까지 올리자는 안이다. 월급이 100만원일 때 매달 9만원씩 내는 연금보험료를 15만원까지 올리겠다는 얘기다.
연금을 받는 연령은 현행 62세에서 5년마다 1살씩 늘려 2033년까지 65세로, 2048년 68세까지 높이자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 최대 2073년까지 연금제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게끔 하자는 게 정부안의 골자다.
이 같은 연금 방안이 최종 정부안은 아니다. 국책연구기관이 발표하는 형식을 통해 연금개혁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잡았을 뿐이다. 이르면 이달 말에 발표될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보고 보다 정교화한 정부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얼마를 받느냐’는 또 다른 논란거리
정부안이 얼마씩 내고, 언제부터 받느냐에 집중됐다면, 얼마씩 받느냐는 또 다른 논란거리다.
소득대체율의 경우 인상론과 현행 유지 또는 축소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현행 연금 시스템으론 전 국민의 노후소득을 보장한다는 취지를 살릴 수 없으니 만 65세 이상 노인의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현행 월 30만원 수준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하되 전 국민에게 지급하거나 국민연금과 연계하지 말자고 주장한다.
현재 43%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2028년이면 40%까지 낮아진다. 저임금 노동자가 많고 평균 퇴직연령이 낮은 상황에서 정부 안을 가지고는 연금사각지대 해소는커녕 기금고갈 시기만 늦출 뿐이라는 이유다.
따라서,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게 기초연금을 10% 더 올려주고, 여기에 국민연금을 낸 만큼 돌려받는 소득비례로, 즉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을 제안해 놨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과 정부는 조세로 기초연금을 확대 지급하려면 당장 내년에 20조원 가까운 돈이 들어가는 등 재정부담이 막대한 만큼, 기초연금 월 40만원 인상안은 방법·시기에 대해서 국민연금 개혁과 연계해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극한 대치 예상
어떠한 안이 나오더라도 국회 논의과정에서 타결 전망이 여전히 밝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의 시각차가 극명한 데 더해 여소야대 국회, 이해 집단 반발 등으로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4년 총선·2027년 대선과 같은 선거가 닥치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여야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해 인기 없는 국민연금 개혁 입법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미지수다.
앞으로 논의과정이 순탄치 않겠지만, 정부가 연금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여야 간 협상테이블에 올린 것 자체에 대해서는 고무적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