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 경산의 요양원들에서 코로나19 감염증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가장 우려하던 노인요양시설 집단감염이 현실이 됐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의 어르신들이 감염될 경우 기저질환이 심한 어르신들의 건강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는 것은 물론, 해당 어르신들을 돌볼 인력확보도 어려워 당국이 마짝 긴장하고 있다.
자택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어르신들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중국과 한국, 이탈리아, 일본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나라들의 사망자 대부분이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등과 같은 기저질환이 있던 고령자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방역 당국이 강조하는 감염예방 생활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특히 실내에는 가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하고,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 외출과 상관없이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
코로나19 사망자, 60대 이상 최다
지금까지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확진환자 대부분이 기저질환을 가진 70~80대 고령층에 몰려 있어 어르신들의 각별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6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6284명) 대비 사망자는 42명으로 치사율은 0.7%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대에서 더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30대 1명 ▲40대 1명 ▲50대 5명인 반면, ▲60대 11명 ▲70대 14명 ▲80대 이상 10명 등이다. 코로나19 전체 확진자 연령별 분포에서 20대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사망자는 60대 이상 고령층에 몰려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성별로는 남성(25명)의 치사율이 1.1%로 여성(17명) 치사율 0.4%보다 0.7%포인트 높다. 사망자 발생 지역은 대구(28명)와 경북(13명)이 41명으로 전체의 97.6%에 달한다.
노인요양시설 51명 무더기 확진자 발생
우려하던 대로 노인요양시설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경북 봉화군에 따르면, 이 지역 푸른요양원이 입소한 어르신들과 종사자 112명 검체를 의뢰한 결과, 3월 6일 기준 입소자 40명, 종사자 11명 등 모두 5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푸른요양원 확진자 가운데 중증 20여명은 국립중앙의료원으로, 경증은 도립의료원 3곳으로 옮겼다.
경북도는 도립의료원으로 옮기는 경증 확진자를 돌보기 위해 함께 양성 판정을 받은 요양보호사를 같은 병실에 입원시키기로 했다. 확진 입소자 평균 연령이 88세로 고령인 데다 여러 지병이 있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다른 요양보호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봉화군이 확진 어르신들을 도립의료원에서 돌보기 위해 요양보호사를 구하고 있지만 신청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서도 코로나19로 요양원 집단 사망
고령자에게 더욱 치명적인 코로나19의 특성상 요양원이나 요양병원과 같은 노인복지시설 집단감염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5월 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주에 위치한 요양원 ‘라이프케어센터’에서만 6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요양원은 아직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유증상자가 수십 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워싱턴 주의 또 다른 노인 요양원에서도 코로나19 유증상자가 50여명 발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노인요양시설에서 추가적인 집단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노인요양원·요양병원, 코로나19 취약 이유
노인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이 코로나19에 취약한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 첫째는 고령층은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고, 면역력이 떨어져 코로나19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은 고령자 중에서도 면역력이 가장 취약한 분들이 모여 생활하는 곳이란 점에서 코로나19의 공격에도 가장 위험하다.
둘째는 기본적인 방역물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경북 봉화의 요양원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이후 요양시설 종사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마스크와 같은 기본적인 방역물품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대로된 지침조차 내리지 않는 등 특별히 요양시설을 챙기고 있지도 않다.
셋째는 방역에 대처할 수 있는 의료진이 없다는 점이다. 전국 요양원의 70% 가량은 의료진이 상주하지 않고, 주변 병원의 촉탁의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관련법이 정한 최소한의 간호조무사만 두고 운영되고, 의료시설과 장비도 열악하기 때문에 감염수칙을 제대로 지켜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국 지자체, 노인요양시설 방역 비상
경북 봉화군 인근에 위치한 청송군을 비롯해 전국 지자체들은 노인요양시설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경북 청송군은 관내 6개 노인생활시설을 대상으로 3월 9일부터 22일까지 2주간 외부감염원을 전면 차단하는 코호트 격리를 실시한다. 이 기간 동안 양로시설 1곳과 노인요양시설 5곳은 통째로 봉쇄돼 보호자, 자원봉사자 등 외부인 출입이 전면 통제되는 것은 물론, 입소자의 외출·외박, 종사자의 외출·퇴근까지 금지된다.
경기도는 이미 3월 1일부터 노인요양시설을 비롯해 장애인 거주시설 등 사회복지시설 1824곳에 대해 2주간 ‘예방적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상태다. 방역조치는 바이러스보다 빨라야 한다는 취지다. 경기도의 예방적 코호트는 출입문을 잠그고, 해당 시설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필요한 물품을 반입하거나 반출할 때도 반드시 소독을 거쳐야 한다.
방역당대책본부, “신속한 진단&치료가 방역 핵심”
중앙방역대책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5월 4일 “어르신들은 기침 등의 증상이 특이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하기 어려워, 갑자기 폐렴이 악화돼 사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특히 집단생활을 하는 요양병원과 요양원, 사회복지시설을 중심으로 의심환자를 조기에 인지해 검사하는 대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특히 최근 감염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70~80대 고령자들이 수일 내 폐렴이나 호흡곤란 등으로 악화되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들을 조기에 인지해 신속하게 진단과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방역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각 지자체에 집단이용시설과 비상 연락체계를 구축하고 역학조사와 방역조치를 위한 만만의 준비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이번 지시에 따라 각 시설은 ‘증상 신고 담당자’를 지정해야 한다. 의심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보건당국에 즉각 신고하고, 증상자를 가려내기 위해 시설 이용자를 대상으로 1일 2회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을 확인해야 한다.
마스크 5부제 판매, 1주일 2장으로 제한
한편, 약국, 농협하나로마트, 우체국 등 공적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는 마스크가 1인당 하루 5장에서 1주일에 2장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3월 5일 ‘마스크 3대 구매 원칙’을 담은 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첫째, 공적 판매처에서 1명이 구입할 수 있는 마스크 수량을 1주일에 2장으로 제한했다. 약국은 3월 9일부터 바뀐 규제가 적용된다.
둘째, 줄서기를 막기 위해 요일별 5부제 판매제를 도입한다.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날이 정해진다. △월요일 1·6 △화요일 2·7 △수요일 3·8 △목요일 4·9 △금요일 5·0이다. 1982년생은 화요일에만 구매할 수 있다. 토·일요일에는 평일에 마스크를 사지 못한 사람을 대상으로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