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주지영 기자] ‘활명수’를 마셔보지 않은 대한민국 사람이 있을까. 우리나라 소비자의 99.8%가 활명수를 알고 있으며, 연간 1억병이 생산된다. 한마디로 활명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이자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브랜드다. 활명수는 근 120년의 세월을 우리 곁에 있었다.
활명수는 우리를 지킨 만병통치약이었을 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에는 독립투사들을 후원하는 든든한 동지가 됐다. 또한 해방 이후 혼란의 시기와 한국전쟁, 전후 복구와 경제발전 시기, 민주화와 세계화, 지식정보화 시대를 거치는 동안 사람들의 지친 속을 달래준 활명수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활명수는 지난 120년 우리나라 역사만큼이나 역동적이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가득 안고 있다.
‘대한민국, 활명수에 살다(전병길, 생각비행)’는 총 7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활명수가 태어난 시점인 1897년 전후의 상황을 살핀다. 2부는 급변하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활명수가 탄생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활명수 탄생의 주역, 민병호 선생의 주생활 공간이었던 정동과 서소문 일대를 역사 자료에 근거해 당시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살핀다. 활명수와 활명수 모기업 동화약방의 첫 시작이 어떠했는지 묘사된다.
이 책에 실린 활명수 모기업 동화약방의 첫 신문기사와 광고, 활명수 상표를 도용한 신창약방의 사과 광고는 사실상 처음 세상에 공개되는 것이어서 초창기 한국 기업 연구에 있어 상당한 의미가 있다.
3부는 일제강점기의 활명수와 동화약방의 모습을 담았다. 동화약방이 활명수를 팔아 독립운동 자금을 댄 이야기, 그리고 민족경제 진흥을 위해 전개된 ‘조선산직장려계’와 ‘물산장려운동’에 활명수와 동화약방 윤창식 사장이 참여한 이야기는 20세기 초중반 암울한 식민지 상황에서 민족경제 진흥을 위해 투쟁한 활명수의 지나온 역사를 보여준다. 또한, 사회계몽운동과 구호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활명수의 모습을 보면 오늘날까지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의 특징이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4부는 제2차 세계대전과 해방 이후의 혼란기, 한국전쟁의 참상 가운데에서도 국민과 함께 고난을 이겨낸 활명수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시대는 그야말로 한국 현대사의 암흑기였다. 중국 만주에서부터 부산 국제시장까지, 시대와 장소는 달랐어도 활명수는 한국인의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 위로해줬다. 한국전쟁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과연 활명수가 국민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함께 살핀다.
5부는 1960년대 후반 이후 우리와 함께한 활명수를 보여준다. 월남전 특수와 더불어 베트남에도 활명수가 진출하게 되고, 남북 간 대립이 극에 달한 시대에는 활명수의 역사 또한 시대상을 반영할 수밖에 없었음을 살핀다.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다양해지면서 활명수의 마케팅 또한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새로운 모색을 하게 된다.
6부는 197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활명수가 지나온 세상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생명을 살리는 물’이란 뜻이 담긴 활명수는 그 의미로 인해 독특한 언어유희의 대상이 됐으며, 막힌 속을 뚫어주는 독특한 효능은 다양한 상황에서 직유 혹은 은유적인 표현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7부는 활명수의 경쟁전략과 마케팅전략의 역사, 그리고 사회경제적 의미를 고스란히 담았다. 특히 브랜드 라이벌 관계인 삼성제약의 ‘까스명수’와 활명수가 1967년에 벌인 탄산가스를 함유한 액상 소화제 대전을 일명 ‘탄산가스 전쟁’이라는 이야기로 구체적인 자료를 찾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활명수와 까스명수의 ‘탄산가스 전쟁’은 한국 브랜드 라이벌 역사의 백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