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확정
정부가 내년부터 2025년까지 적용되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세부안을 12월 15일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심의 확정했다. 우리나라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으로 국가발전을 위한 청사진이다.
고령화 관련, 정부는 안정적인 노후소득 보장을 첫 과제로 제시했고, 예방적 보건·의료서비스 확충과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위한 통합돌봄도 중요 과제로 내놨다. 이밖에 존엄한 삶의 마무리, 즉 ‘웰다잉’이 제도권에 들어오게 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하지만, 이번 제4차 기본계획의 핵심 과제인 노후소득보장이 퇴직연금제도를 강화한다는 것이어서 정규직 노동자에게만 국한된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또한, 통합돌봄과 관련, 장기요양서비스의 다양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 공공이 공급의 30%를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공공요양시설을 2022년까지 130곳 늘린다는 계획으로 그쳤다. 130곳은 9월말 기준 총 3058곳인 노인요양시설의 4.2%에 불과하다.
고령화 정책 ①안정적 노후소득 보장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서 고령화 관련, 첫 번째 과제는 공적연금제도 정비 등 노후준비 기반 강화다.
우선,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2021년 폐지키로 했다. 다른 급여에서는 부양의부자 기준이 폐지됐지만, 생계급여에만 적용되고 있다.
기초연금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모든 지급대상 어르신들에게 월 30만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주택연금 활성화를 위해 가입대상 주택가격 상한을 기존 시가 9억원에서 공시가 9억원으로 확대하고, 주택요건도 집주인이 전세임대 중인 단독‧다가구주택도 포함시킬 계획이다.
이번 계획에서는 노후소득보장 대책으로 퇴직연금제도 도입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 도입이다. 퇴직연금의 노후소득보장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노후소득보장 정책의 한계
정부는 국민의 노후소득보장과 관련,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를 강조한다. 국민연금이 1층, 그 위에 있는 퇴직연금이 2층, 개인연금이 3층이란 뜻이다. 우리나라 고령자의 노후소득보장 기반이 되는 1층, 국민연금이 매우 부실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번 제4차 기본계획에서는 지금까지 계속 언급된 퇴직연금이 또 다시 소환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을 정상화하지 않고는 어떤 정책도 모래 위에 지은 집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이은주 정책위원은 “2018년 기준 퇴직연금의 98%가 일시금으로 수령됐다는 것은 퇴직금이 퇴직연금이 될 수 없다는 사회적 맥락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제3차 기본계획에도 퇴직연금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 들어있었는데, 지난 5년의 어떤 평가와 반성도 없이 계속해서 노후보장 대안으로 언급되는 것은 납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령화 정책 ②예방적 보건·의료서비스 확충
제4차 기본계획은 건강한 노후를 위한 사전예방적 건강관리와 의료서비스 체계 마련을 두 번째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신체기능 검진주기를 현행 66·70·80세에서 80세 이후에도 지속해 건강검진을 강화할 계획이다. 건강 인센티브제도 도입해 사전예방적 건강관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방문건강관리와 비대면 서비스를 확충하고, 방문형 진료‧간호 서비스 제공 등 고령자를 위한 방문형 건강관리‧의료서비스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치매 검사비를 지원해 조기 발견을 돕고, 초기 치매환자 집중관리해 선제적으로 치매를 예방키로 했다. 이밖에 2023년 치매가족이 마음 놓고 상담 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에 치매상담 수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고령화 정책 ③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위한 통합적 돌봄
고령화 관련 세 번째 과제는 어르신들이 살던 지역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 즉 커뮤니티케어 구축이다.
이미 16개 지자체에서 시행한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성과분석 후 보완해 2023년까지 전국확산 모델을 마련키로 했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지역 인프라 확충을 비롯해 통합돌봄법 제정 등 기본토대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요양보험과 관련, 대상 노인을 OECD 수준인 전체 노인의 11%로 확대하고, ‘통합재가 급여’ 도입으로 재가서비스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2022년까지 공공요양시설 130곳을 확충하고, 코로나19 사태를 교훈 삼아 장기요양시설의 감염 대응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장기요양보험 공공성 제고는 또 누락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의 근간이 되는 제도는 장기요양보험이다. 하지만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지금까지 서비스의 질적 한계, 종사자의 낮은 처우 등 극복해야 할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이고 유일한 대안은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사회보험에 기반한 서비스인 만큼 공공성을 높이는 것뿐이다.
이번에 제시된 제4차 기본계획에서 장기요양보험제도와 관련해서는 장기요양시설의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2022년까지 공공이 운영하는 요양시설을 총 130곳 확충하겠다는 계획만 들어있다. 공공이 장기요양서비스 공급의 30%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데, 지난 9월말 기준 총 3058곳인 노인요양시설의 4.2%에 불과한 130곳의 공공시설이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게다가, 현재 공립노인요양시설은 지자체 부담이 50%에 달하는 반면, 치매전담형 요양시설은 20%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자체들이 비용부담을 이유로 치매전담형 요양시설로 공공시설을 확충할 경우 일반 노인이 입소할 공공요양시설은 더 부족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령화 정책 ④고령친화적 주거·도시 환경 조성
네 번째 과제는 지역사회 전반의 고령친화적 주거‧도시 환경 구축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고령자복지주택과 리모델링을 2025년까지 2만호 공급하고, 고령자복지주택에 입소할 수 있는 소득 요건도 올려 대상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고령자복지주택에 들어갈 수 있는 기준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50%(고령자 1인, 132만원)에서 70%(1인 기준 185만원)로 늘어난다.
돌봄‧요양 서비스가 연계 또는 제공되는 ‘(가칭)고령자 서비스연계주택’ 또는 ‘(가칭)한국형 은퇴자복합단지(K-CCRC)’ 등 다양한 주거 대안도 마련된다.
노인보호구역도 2017년 1299곳에서 2025년 3000곳으로 확대하고, 고령자 통행·편의시설 설치 등 보행환경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고령화 정책 ⑤존엄한 삶의 마무리 지원
이번 제4차 기본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생애말기‧죽음 관련 자기결정권이 구현되는 사회문화적 기반을 조성한다는 것.
우선, 호스피스 대상 질환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 등 4개 질환만 인정하고 있다. 반면, WHO는 악성종양, 급사 제외한 심혈관질환, 만성호흡부전 등 13개 질환을 권고하고 있다.
가정형·자문형 호스피스 등 공공 인프라와 서비스를 확충하고, 의료기관의 일반 완화의료도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도 확대되고, 연명의료결정 상담에도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도입해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정착시키기로 했다.
이밖에 ‘노인복지법’ 전부개정 또는 (가칭)‘웰다잉법’ 입법을 통해 생애말기 자기결정권 강화를 위한 제도적인 웰다잉 지원체계도 마련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