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추미양 기자] 누구나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독일 시인 빌헬름 웰러는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장 많이 소유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많이 감사하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매일 꾸준히 감사 5개를 일기에 썼습니다. 감사일기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딛고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여성이 되도록 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천지세무법인 박점식(66) 회장이 있습니다. 박점식 회장은 “감사일기를 쓰면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며, “감사일기를 쓰면서 삶이 행복해졌다”고 강조합니다. 7월 14일 천지세무법인 사무실에서 어머니에 대한 1000 감사를 책으로 출간한 박점식 회장을 만났습니다.
Q. 지난 5월 출간된 ‘어머니, 내 어머니’는 어떤 책인가?
이 책은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글을 묶은 것이다. 2014년 발간된 ‘어머니’ 후속작이다. 어머니에 대한 감사일기는 2011년 어머니가 치매로 병석에 누우셨을 때 쓰기 시작했다. 1주일 만에 200통을 썼고, 새벽 3시에 일어나 명상하면서 기억을 더듬어 어머니와의 추억을 기록했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630통을 썼을 때 어머니는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그 후 370통을 더 써 ‘1000감사’를 완성했다. 부치지 못한 감사편지 사연이 모 일간지 기사로 나자 출판사에서 책으로 엮자고 제안했다. 어머니에 대한 1000통 감사편지와 아내에 대한 100개 감사를 담아 ‘어머니’ 책이 세상으로 나왔다.
‘어머니’ 책을 읽다 보니 미처 깨닫지 못한 어머니의 사랑과 신뢰가 보이기 시작했다. ‘추가감사’를 써 감사나눔신문에 보냈고 연재됐다. ‘어머니, 내 어머니’는 연재된 기사와 감사운동 동참자 24명의 감사 특별기고문을 담았다.
Q. 언제부터 감사일기를 썼나?
감사일기는 2010년부터 쓰기 시작했다. 회사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이었다. 2009년 전자세금계산서 제도 도입이 발표되고 경쟁이 치열해졌다. 우리 회사도 변화해야 했다. 이때 긍정심리학자와 뇌과학자가 공동 집필한 감사에 관한 논문 초록을 읽었다.
“하루에 다섯 가지씩 감사일기를 3주간 써 봐라. 그러면 네 자신이 변화한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3개월을 쓰면 다른 사람도 당신이 바뀐 것을 알아보게 될 것이다.”
감사가 습관으로 굳어져 생활화되면 뇌가 긍정적 사고를 하게 변한다는 것이다. 뇌 사진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한다. 이 글에 꽂혀 ‘감사일기’를 써 내려갔다. 감사일기를 쓰면서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다. 긍정적 사고를 하면 회사도 변할 것이라 확신했고 ‘감사경영’을 도입했다.
우선 회사 직원들과 감사일기를 쓰고 회사 내부 인트라넷 망에 공유했다. 한 발짝 더 나아가 고객에게 ‘100감사’를 써 선물했다. 가족도 아닌 고객에게 100개 감사 글을 쓰는 것은 참 어렵다. 리더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어머니께 ‘1000감사’를 쓰겠다고 선언했다.
Q.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나?
어머니는 평생 나만 바라보고 사셨다. 어머니는 정말 아들 바보였다. 유복자를 혼자 힘으로 키우느라 온갖 고생을 하셨다. 나는 목포에서 태어났지만 5살 때 어머니와 흑산도로 건너갔다. 흑산도에는 외숙이 살고 계셨다. 어머니는 농사일, 품앗이, 갯일을 가리지 않고 하셨다. 형편이 어려운데도 ‘특별한 아이’라는 자부심을 불어넣기 위해 빡빡이 머리가 아닌 하이칼라 머리를 해주셨다. 검정 고무신 대신 운동화를 사주셨다. 어머니가 남의 집 일을 도와주실 때 그 집에서 밥을 얻어먹었다. 하지만,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선생님 사택 일도 하셨다. 지금 회상해보니 “아들이 선생님을 가까이 접하면 공부를 열심히 하겠지”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었던 것 같다.
중1까지는 동네에서 매를 가장 많이 맞는 아이였다. 어머니는 “아비 없는 후레자식 소리 듣지 말아야 한다”며 어린 나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셨다. 중2 때는 매를 놓고 말씀으로 교육하셨다. 중3이 되어서는 담배와 술을 해도 아무 말씀 없이 믿고 기다려 주셨다. 학교 성적은 1등이었지만 고교 진학을 포기했던 때였다. 사기를 당해 재산을 모두 날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으셨다. “고등학교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보내주겠다”며 몸이 부서져라 일하셨다. 어머니의 이런 고귀한 희생으로 목포상고를 졸업할 수 있었다. 상경해 세무사 시험에 합격했고, 훗날 천지세무법인 회장이 됐을 때, 내가 잘나서 성공한 줄 알았다. 감사일기를 쓰면서 되돌아보니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과 희생 덕분이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나는 어머니와 다정히 손잡고 다녀본 적이 없다. 늘 어머니는 무섭고 어려웠다. 호랑이 어머니셨다. 가슴에는 한없는 사랑을 품고 계셨는데…. 어른이 돼서도 따로 떨어져 걸었다. 지금 생각하면 후회된다. 따뜻하게 안아드리고 손잡아드렸으면 기뻐하셨을 텐데….
Q. 어머니가 특별히 강조하신 말씀은?
어머니와 둘이 단칸방에 누우면 ‘베갯머리 교육’을 하셨다.
“너는 외로우니까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귀어라.”
“남들에게 늘 베풀고 살아라.”
“남들에게 원망받는 행동을 하지 마라.”
이 세 가지 말씀은 내 인생의 키워드가 됐다. 특히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보면 지나치지 않고 음식을 나눠주시던 모습은 내 머릿속에 각인됐다. 베풀고 살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나눔과 기부의 원동력이 됐다.
아들이 두 돌도 지나지 않아 희귀병인 근위축증 진단을 받았다. 아내는 아들을 업어서 등하교시키느라 쉰 살 전에 양쪽 무릎 연골이 상했다. 너무 미안하고 감사했다. 아들을 키우면서 장애어린이에 관심이 갔다. 장애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푸르메재단에 작은 도움을 드렸다. ‘어머니, 내 어머니’ 인세도 전액 (사)감사나눔연구소에 기부하고 있다.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기도 하다. 기부는 타인에게 주는 선물이 아니고 자신에게 주는 소중한 선물이다.
Q. 감사일기를 쓰면 어떤 점이 좋은가?
자신이 한 말이나 행동을 글로 옮기다 보면 ‘이건 잘못했다. 다음부터는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면서 성찰하게 된다. 상대방의 고마운 행동이나 말을 발견하려고 노력하고 감사를 표현하니 인간관계도 부드러워진다. 다툼이 생겨도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상대방 감정을 다치지 않게 행동하게 된다. 상대방 입장에서 바라보고 갈등 원인을 내 안에서 찾게 되니, 다툼이 격해지지 않고 무난히 해결된다.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습관화하면 감사할 일이 많다.
감사가 한 단계 더 발전하면 내가 밥을 산다고 제안한 것에 응해준 상대방에게도 감사하게 된다. 사소한 일이라도 감사하면서 일기를 꾸준히 쓰면 행복을 느끼게 되고 표정도 밝아졌다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한편, 나쁜 일이 생겼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를 하면 선물이 찾아온다. 어머님 묘소에 다녀오다가 아내 다리가 골절됐다. 속이 상했지만 “나쁜 일 뒤에 무슨 선물을 주려고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며 더 큰 사고가 아님에 감사했다. 그랬더니 간병인을 거부하고 아내에게만 의지하던 아들이 전문 간병인 도움을 받겠다고 나섰다. 너무 감사했다. 화(禍)가 복(福)이 되기도 한다는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떠올랐다.
Q. 감사일기를 쓰고 싶은 분들에게 조언을 주신다면.
나이가 들면 고집이 세지고 자식, 손주와 소통하기 힘들다. 이럴 때 부담 없는 짧은 감사를 써 가족에게 전달할 것을 권한다. 말로 하는 것보다 백배 효과가 크다. 명절이나 생일 모임 분위기가 바뀔 것이고, 손주도 조부모를 살갑게 대할 것이다. 배우자에게도 미안하거나 감사한 일을 찾아내 감사편지를 슬며시 건네자. 말보다 글은 힘이 강하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니 부부간의 정도 깊어진다.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에 5개 감사할 것을 찾아 써보는 것도 추천한다. 마음이 편해지고 잠도 잘 올 것이다. 직장이나 모임 회원들끼리 감사메모를 써 공유하면 소통과 화합이 잘 된다. 작은 감사메모 한 장이 큰 변화를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