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로 인생2막을 연 한선희 대표. 사진=김지유

[시니어신문=김지유 기자] 은퇴 무렵 시니어들은 대개 심리적으로 다소 부정적인 감정들을 겪곤 한다. 상실감과 무기력감, 두려움, 허망함 등이다. 개중에는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쯤 가뿐하게 무시한 채 왕성하게 활동하며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활동적인 시니어를 일컬는 신조가 가운데 ‘OPAL(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이 있다. ‘액티브시니어도 같은 말이다. 미국 시카고대 교수이자 저명한 심리학자인 버니스 뉴가튼은 액티브시니어에 대해 오늘의 노인은 어제의 노인과 다르다고 역설하면서 은퇴(Retire)’‘Re-tire(타이어 갈아 끼우기)’로 정의한 바 있다. 새로이 타이어를 끼우고 인생 후반부의 여정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열정적 시니어의 모습이 그려진다.

월드인재개발원한선희(59) 대표는 은퇴 후 8년째 큰 굴곳 없이 후배 양성 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은퇴 후 당찬 도전으로 교육 사업에 뛰어들었다. 주변의 만류를 모두 뿌리쳤다. 한선희 대표의 타이어 갈아 끼우기비결을 들어본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되고 싶었어요.”

한선희 대표는 L면세점에서 마케팅과 영업관리를 하며 20년을 근무했다. 회사를 나온 뒤 막연하게 창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싶었다.

한 대표는 내 한 몸의 영달을 위해 수익사업을 하며 사는 삶보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우아한 노년을 그린 것이라며, “창업 아이템을 찾으며 그 동안의 경험을 면밀히 살펴 시장과 연결하다 보니 돌파구가 생겼다고 했다.

한 대표가 면세점 직원 교육 전문기관을 설립하고, 유통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회사를 설립하게 된 배경이다.

동반자가 필요했어요

사람들은 흔히 주변 누군가가 동업한다면 뜯어말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한선희 대표 생각은 달랐다.

한 대표는 주변의 염려를 함부로 무시하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도 걸림돌이 된다고 믿었고, 내 뜻을 밀고 나갔다고 했다.

한 대표는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하는 것이 옳다고 믿으며 살아왔다고 했다. 주변을 탐색해 비슷한 처지와 조건의 동년배들을 찾아다니며 함께 교육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한선희 대표는 에너지가 끈기 있게 지속되는 데에는 동반자만큼 큰 힘이 되는 것도 없다, “함께 일하면 재미가 배가되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인적 교류와 사업 범위도 자연스럽게 확장되니 놓치기 아까운 기회들을 잡기에도 좋다. 협력의 장점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4명의 면세점 출신 시니어들이 뜻을 모아 교육 회사를 설립했다. 사실 이들은 개인적 친분도 전혀 없던 생판 남이었고 종교나 취미도 모두 달랐다. 그런데도 갈등이나 잡음 없이 꾸준한 협업을 이어왔으니, 한선희 대표 자신이 역설하고 실천한 행복한 동행의 이상적 사례를 실천한 셈이다.

면세점에서 20년 근무한 경험이 창업 밑바탕이 됐다. 사진=김지유

욕심을 조금 버리면 되죠

한선희 대표는 갈등은 독단성을 내비치는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욕심을 버리고 상대를 배려하는 훈련을 통해 서로 화합하는 것이야말로 협업의 최고 비결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20~30년씩 사회생활을 한 사람들이니 싸울 일도 없었다고. 오로지 공동의 목표 하나만을 갖고 사업으로 연결됐으니 그 원칙 아래 협력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정이 싹트고 서로 응원하고 성장시키는 관계로 발전했단다.

한 대표는 여성창업가 북클럽, 행복학교, 축제 포럼, ‘면세점실무서비스출간 등 함께 이뤄낸 다양한 활동들이 서로 욕심을 버린 데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사람에 대한 관심을 끊을 수가 없어요

교육사업의 특징 상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도 하지만, 그는 본디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많다. 그래서 15분씩 그 사람의 삶과 일, 꿈을 주제로 대화 나누는 프로그램 제작을 꿈꾼 적도 있다. 한 대표만의 특징이 아니다.

한 대표는 시니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행복학교에서 만난 50~60대 시니어들 가운데 나 혼자 의미 있고 재미있게 살기를 원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했다.

대부분 같이의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었다. 다만, 용기가 없어 쭈뼛대거나 체면 때문에 자신을 숨기는 이들이 많았다. 한 대표는 그 점을 간파했다. 시니어 교육사업에서 약간의 자극을 제시하면 놀랍게도 커뮤니티들이 생성되고 뜻 맞는 이들의 교류가 이어졌다.

한선희 대표는 “혼자라면 하기 힘들었던 일, 동년배들과 ‘연대’해서 가능했다”고 강조한다. 사진=김지유

우리를 누가 도와주겠어요?”

한 대표는 움직일 수 있는 날까지 은퇴는 없다, “시니어 스스로가 스스로를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처럼 부양 받거나 복지정책에 기대기보다 시니어들끼리 스스로 연대하고 자조해야한다는 것.

특정한 가치 실현을 위해 행동을 같이 하거나 뜻을 함께하는 행위를 연대라고 한다. 한선희 대표는 연대를 강조한다.

한 대표는 사회에서 입지가 줄어들고, 일과 여가도 만족스럽지 못한 노년을 보내는 것은 역동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세월을 지우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 대표는 시니어들의 문제에 관심 갖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동병상련, 시니어가 시니어에게 관심 갖고 공감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시니어가 서로 연대해서 스스로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은 고령사회의 중요한 이슈라고 강조했다.

신중년 이미지 메이킹에 대해 강의하는 한선희 대표. 사진=김지유

먼저 손 내미는 용기가 필요해요

한선희 대표는 동년배들과 나누고 싶은 말을 묻자 낯선 것을 두려워말고 자꾸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가 창업할 당시 직면한 두려움 앞에서도 당차게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도전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세월이 흐르면 육체도 정신도 조금씩 노쇠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니, 지금이 가장 젊은 때이고,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더 힘들어질 뿐이라며, “도전이 두려울 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바로 동년배라고 했다.

한 대표는 협업과 연대를 위해 처음 사람들을 찾아다닐 때는 외향적인 성격의 그도 다소 낯설고 설렜다고 했다. 하지만 수줍게 내민 한 장의 사업제안서, 한 번의 만남이 또 다른 교류로 이어지며 아이디어가 모였고, 사업의 단점이 보완됐다. 자신감이 갑절로 상승하는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

한 대표는 일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협업, 소통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즐거운 일이 됐다, “행복해지려면 기회나 환경, 공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손 내미는 용기가 시니어들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선희 대표는 소소한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을 굳이 지금 꺼내 펼치고 싶지는 않다면서, “그저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삶을 잘 굴리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한 대표는 인터뷰 마지막까지 타이어 갈아 끼우고 다시 한 번 신나게 달리기 위해 줄곧 연대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