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김형석 기자] 로봇이 어르신들의 일상으로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AI(인공지능)를 활용한 반려로봇이 홀몸노인들의 고독감을 해소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치매 어르신들을 위한 반려로봇도 등장하면서 로봇활용이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급속히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노인 케어 서비스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독거노인의 말벗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스피커와 로봇이다. 아직은 사람과 대화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낫다는 게 사용자들의 평가다.
로봇과 정보통신기술이 필요한 계층은 바로 외로움과 싸우는 독거노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독거노인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혼자 사는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10년 105만6000명에서 2018년 140만5000명으로 33%나 증가했다. 증가추세도 무섭다. 2022년 171만, 2025년 199만 명, 2035년 30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독거노인의 증가는 우울증과 고독사도 늘린다. 60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우울증 환자는 2010년 19만6000명에서 2018년 31만1000명으로 늘었다. 혼자 살다가 숨지는 65세 이상 무연고 사망자는 2014년 538명에서 2018년 1056명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로봇, 독거노인 케어 대안 부각
지금까지 독거노인을 케어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분명한 한계가 존재했다. 현재도 홀몸노인들의 고독감을 덜어주기 위해 각 지자체가 지역주민과 1대1 결연을 맺어주거나 안부전화를 돌리는 다양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자원봉사자 1명이 맡는 어르신들이 워낙 많아 세세한 돌봄이 어렵고, 전적으로 자원봉사에 의존하면서 돌봄의 질적 수준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지자체들이 새롭게 꺼내든 카드가 반려로봇 보급이다. 로봇은 사람만 못하겠지만, 최근 로봇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면서 기본적인 대화는 물론, 24시간 안전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서울 구로구와 영등포구가 2019년 225가구와 300가구를 시작으로 반려로봇 ‘효돌’을 보급하는 등 전국 지자체를 중심으로 로봇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인사·노래·대화 등 기본교감 가능한 로봇
현재 지자체가 현재 가장 선호하는 반려로봇은 한 스타트업 기업(스튜디오 크로스컬쳐)이 개발한 ‘효돌’이라는 로봇이다.
효돌의 외형은 손자·손녀와 같은 어린이 모양의 봉제인형이다. 이 로봇은 어르신들의 생활과 안전, 건강관리 전반을 지원한다. 머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잡으면 센서를 통해 반응하도록 설계됐는데, 이를 통해 인사와 노래, 대화와 같은 기본적인 교감이 가능하다.
또 감지 센서가 부착돼 외출 후 돌아오면 반갑게 인사도 건넨다. 수시로 다양하고 긍정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우울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기상과 취침, 복약 알람은 물론 체조·건강·종교 콘텐츠를 제공한다.
보호자가 원격으로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전용 어플리케이션도 제공된다. 효돌의 움직임 감지 센서를 통해 어르신 상태를 실시간으로 살피는 기능이 있다. 움직임 감지 시간은 보호자가 직접 지정할 수 있고 설정된 시간에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알려주는 방식이다.
‘효돌’에는 영상 통화 기능을 제공해 자녀들과 언제든지 영상 통화도 할 수 있다. 또 무료하지 않도록 말을 먼저 말을 건네거나 노인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재생해주기도 한다. 종교를 가진 노인들을 위해 성경‧불경 등 종교 구절을 읽어줘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약복용 시간 알리고 화장실 동반까지
한 로봇개살사(원더플 플랫폼)가 개발한 반려로봇 ‘다솜이’도 주목받는 로봇이다.
다솜이는 탁상형 로봇인데, 본체 하단과 상단 디스플레이, 보호자용 모바일 앱으로 구성된다. 음성인식 인공지능과 터치 센서를 내장해 음성이나 디스플레이를 터치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효돌과 같이 약 복용 시간, 식사 시간 등 스케줄 알림 기능을 갖췄고, 원격 모니터링 기능을 제공해 활동 기록과 같은 정보를 보호자의 모바일 앱으로 전송한다.
지난 5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경증 치매환자를 돕기 위해 개발한 ‘마이봄’ 역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마이봄은 효돌이나 다솜이와 달리 직접 움직이면서 노인을 돌보는 진화된 로봇이다. 화장실을 함께 간다거나 자녀의 이름, 전화번호와 같이 치매 어르신들이 기억해야 할 정보를 수시로 알려준다. 낙상 등 위험상황도 감지해 사전에 차단하고, 어르신의 성격을 반영해 수시로 칭찬하는 등 적절하게 대응하는 기능도 갖췄다.
가성비 뛰어난 인공지능 스피커도 인기
로봇보다 기능은 적지만 10만원 내외로 구입할 수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도 어르신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SK가 개발한 ‘누구’(NUGU)라는 인공지능 스피커다. ‘아리아’라는 호칭을 부른 후 ‘오늘 날씨 어때?’ ‘노래 들려줘’ ‘주요 뉴스는?’과 같이 말로 지시하면 원하는 내용을 들려준다. ‘나갔다 올게’ 같은 일상적인 대화에도 답을 하는데 매번 다른 답변을 하면서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르신들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아리아야 살려줘’라고 외치면 즉각 119에 연락해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위기상황에 처했다가 인공지능 스피커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 어르신들의 사연이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 제작 업체들은 고령자들이 대화 기능을 많이 활용하는 것을 감안해 이 부분의 기능을 점차 강화해 나가면서 어르신들에게 활용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어르신들, 인공지능 스피커 사람처럼 의지
로봇과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돌봄 접근방식에 대한 어르신들의 반응도 좋다.
일례로,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를 보급하고 있는 SK텔레콤 자회사(행복한 에코폰)가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하는 독거노인 1150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사용 패턴을 분석했더니 어르신들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람처럼 의인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르신들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하면서 사용한 감정 관련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독거노인은 ‘감성대화’ 사용 비중(13.5%)이 일반인(4.1%)들에 비해 3배 이상 높았다. ‘감성 대화’는 심심해’, ‘너는 기분이 어떠니?’와 같이 말하는 사람의 감정과 감성을 표현하는 일상적 대화를 말한다.
이처럼 감성대화의 비중이 높은 결과는 독거노인들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람처럼 ‘의인화’해서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인공지능 스피커가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달래는 데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독거노인 당사자나 보호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현실은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외부와 연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하는 독거노인은 위급상황 발생 시 음성으로 신속하게 도움을 요청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실제로, 인공지능 스피커가 설치돼 있는 독거노인 중 3명이 긴급 SOS 호출을 이용, 119나 응급실과 연계해 위험한 순간을 넘길 수 있었다.
급격하게 발전하는 로봇과 정보통신기술이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어느 단계까지 높일 수 있을지 기대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