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이길상 기자] 유튜브가 시니어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최근 시니어들 사이에서도 스마트폰 보급률이 급격히 높아진 데다, 시니어를 타깃으로 제작된 유튜브 영상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탓이다. 게다가 마음에 드는 영상을 손가락 터치만 몇 번이면 볼 수 있는 편리함 덕분에 TV보다 유튜브를 더 많이 보는 경향이 나타날 정도다.
실제로 시니어계층은 젊은층보다 유튜브 이용시간이 더 긴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시니어 유튜브 스타들이 속속 나오면서 시니어는 이제 소비자에서 창작자로 거듭나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통신사들이 시니어를 겨냥한 저렴한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으며 발 빠르게 대응할 정도로 유튜브의 영향력이 막강해지고 있다.
아직도 유튜브 채널이 없나요?
유튜브는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된 세계 최초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다. 세 명의 미국 젊은이들이 친구들에게 파티 비디오를 쉽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모두가 쉽게 비디오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을 생각해 낸 것이 유튜브의 시초다. 2006년 세계 최대 IT 기업인 구글에 인수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유튜브는 개인이 하나의 계정을 만들어 자신의 채널처럼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최근 유명인사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이 유행이다.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재생하면 광고가 자동으로 노출되는데, 방문객 수에 따라서는 한 달 수억원씩 광고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동영상을 찍어 자신의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가 선망의 직업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시니어들도 스마트폰 유튜브 삼매경
50대 이상 시니어들 사이에서 스마트폰 보급률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유튜브 사용도 급증하고 있다. 시니어는 전화통화나 문자메시지만 가능한 피쳐폰을 사용한다는 상식이 깨진 지 오래다. 50대 이상 시니어계층의 ‘스마트폰 사랑’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조사에 따르면 2013년 19.0%에 그쳤던 60대 스마트폰 보유율은 5년이 지난 2018년 80.3%로 4배나 늘었다. 60대 5명 중 4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얘기다. 70대 이상도 같은 기간 3.6%에서 37.8%로 5년 새 10배 이상 증가했다.
시니어계층에서 스마트폰이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동영상 서비스도 덩달아 인기다. 그 핵심에 유튜브가 있다.
한 시장조사업체(와이즈앱)가 1인당 한 달 평균 유튜브 이용시간을 조사한 결과, 50대 이상(1045분)이 30대(988분), 40대(781분)보다 길었다.
통신업계는 50세 이상 가입자들의 스마트폰 데이터 사용량이 3년 전보다 2배 이상 급증해 매달 평균 3~4GB 수준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월등한 인터넷 인프라, 유튜브 키웠다
유튜브가 시니어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데는 전 세계적으로 월등한 IT 인프라가 큰 몫을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보급률은 가구 기준으로 99%에 달하고, 스마트폰 보급률도 95%로 세계 1위다. 초고속 통신망과 모바일 네트워크 속도도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무선으로 인터넷만 연결되면 언제 어디서나 유튜브나 SNS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일례로, 시니어들이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을 즐기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자 통신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통신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데이터 혜택을 높인 요금제를 출시하고, 동영상을 중심으로 시니어용 맞춤형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지역별로 ‘시니어 전용 상담센터’를 개설하고, 시니어 고객들에게 적절한 요금제와 스마트폰을 추천해 주는 50여명의 상담사를 배치하기도 했다.
강력한 소통도구 유튜브, 박막례 인기가 대변
유튜브는 본인의 개성과 욕구를 가감 없이 표현하는 문화적 현상으로 해석된다. 과거 소수 기획자에 의해 의도된 획일적인 문화가 아니라 개개인의 독특한 환경과 성향을 고스란히 전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소통 도구가 된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과 같은 유명인사를 제외하고는 존재감 자체를 드러내기 어려웠던 일반 시니어들이 유튜브를 통해 한순간에 유명인사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튜브 크리에이터’란 직함을 달고 있는 박막례(72) 씨다. 식당을 운영하던 박씨는 20대 손녀의 권유로 2017년 첫 영상을 올렸는데, 다소 서툴고 거칠지만 솔직한 모습이 청년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일약 대스타가 됐다. 최근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박막례 씨 뿐만 아니라 순대국집 사장에서 모델로 활동하는 김칠두(65) 씨 등 유튜브를 통해 유명해지는 이른바 ‘시니어 셀럽’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변화에 부응해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60대 이상 시니어들이 유튜브로 상징되는 디지털 기술을 만나면서 시니어 셀럽 현상이 촉발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유튜브 부작용, 가짜뉴스 지원지 ‘오명’
유튜브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의 창조성을 갖는 독보적인 소통수단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대표적인 부작용이 유튜브를 진원지로 떠도는 가짜뉴스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세 이상 성인남녀 1218명을 대상으로 유튜브와 가짜뉴스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유튜브 이용행태, 유튜브 속성에 대한 인식, 유튜브를 통해 유통되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한 인식 등을 전반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번 조사에서 10명 중 8명(77.8%)이 유튜브를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대는 10명 중 9명(91.3%) 이상이 사용할 정도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사용자가 더 많았다. 하지만, 50대 72%, 60대 이상 67%로, 고령층에서도 10명 중 6~7명이 유튜브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사용자들에게 가짜뉴스라고 판단한 동영상을 어디서 봤는지 모두 선택하게 한 결과,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30대(67%)는 유튜브 사이트나 앱에 직접 들어가 봤고, 40대(46%)는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 봤다고 했다. 반면, 50대(29%)는 주로 동호회나 지인들을 통해, 60대 이상(40%)은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를 통해 가짜뉴스가 포함된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이용습관 점검해야 악성채널 피한다
유튜브 이용자 10명 중 6명은 단순한 동영상 시청이 아니라 네이버, 다음과 같은 검색채널로 이용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그만큼 동영상의 강력한 메시지 기능이 신뢰를 얻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와 같은 악성채널을 피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유튜브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자가분석을 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타인의 이용을 조정하기에 앞서 자신의 이용 습관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면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여대 에코크리에이티브협동과정 최선영 교수는 “울고 있는 아기에게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과연 옳은지, 부모님이 유튜브 동영상으로 가짜뉴스를 보고 계실 때 시청을 자제하도록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는지 반문해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 교수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이미 습관화된 시청 패턴을 수정하려면 훨씬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갈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본인 스스로 자주 보는 채널과 콘텐츠는 무엇이고 댓글 개수와 내용은 무엇인지 확인하는 자가진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한 콘텐츠를 왜 보았는지 간단한 평을 작성하는 것도 자가진단의 좋은 도구가 되고, 필요할 경우 가족구성원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 악성채널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