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장한형 기자] 직업세계의 변화가 이미 시작됐습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고령생산인구의 증가현상을 불러오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사라지는 직업이 있는가하면 새롭게 등장하는 직업들도 있습니다. 휴대폰과 노트북 등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유연근무체제,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잡 노마드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숨 가쁘게 변화하는 직업세계 속에서 100세 시대를 살아야할 중장년의 정년퇴직 이후 경력개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과제가 됐습니다. 미래의 직업 세계 변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5회에 걸쳐 알아봅니다.
첨단기술 발전으로 인한 작업공간의 확장은 회사 입장에서는 모든 직원들을 수용할 건물을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 자택에서 원격 근무하는 직장인의 입장에서는 직장생활과가정생활이 공간적으로 다시 통합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단점이 있지만, 혼잡한 출퇴근을 반복하지 않는 것, 효율적인 시간의 활용 측면에서 직장인에게 편리하고 효율적인 근무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또 다른 모습은 프로젝트 팀의 광범위한 활성화다. 상시적인 조직을 갖춘 것이 아니라 특정한 과제가 있을 때 팀을 구성해 일하는 조직이 프로젝트 팀이다.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도 일종의 프로젝트 팀이다. 국가대표팀은 항상 모여 팀을 유지하지 않는다. 대표팀은 국가 간 대항전이 있을 때 일시적으로 모여 연습하고 시합에 나서고, 경기가 끝나면 각자의 소속팀으로 돌아간다. 이와 같이 특정한 과업이 주어졌을 때 필요한 인력을 선발, 팀을 구성해 작업하는 프
로젝트 팀은 미래 직업생활을 대표하는 한 가지 형식이 될 것이다.
필요할 때만 조직되는 프로젝트 팀이 일반화되면 프리에이전트(free agent)가 직장인의 모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에이전트는 특정 회사에 소속돼 있는 것이 아니라 이 회사, 저 회사를 옮겨 다니면서, 일률적인 봉급을 받기보다 능력과 성과에 따라 수수료, 보너스, 스톡옵션 등의 보상을 받는 사람들이다. 프리에이전트는 자영업자, 임시직이나 계약직, 프리랜서 등의 신분으로 직업생활을 수행한다.
프로젝트팀과 잡노마드 출현
새롭게 출현하고 있는 직업인들 가운데 잡 노마드(job nomad)가 있다. 공항이나 역 대합실, 호텔 로비에서 무릎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호주머니에는 휴대전화를 넣어두고, 귀에는 헤드셋을 착용한 채 끊임없이 일하는 사람들이다. 잡 노마드는 말 그대로 유목민처럼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일에 따라 여러 직장과 지역을 유랑하는 직업인들이다. 이들은 평생 한 직장, 한 지역, 한 가지 업종에 매여 살지 않는다. 승진 경쟁에 뛰어들지도 않고, 회사를 위해 목숨 바쳐 일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자신의 가치를 정확히 분석하고, 자신을 위해 그것을 이용한다. 현대의 잡 노마드는 첨단 정보통신·디지털 시대의 자유롭고 창조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전형적인 인간형이다. 이들은 일을 찾아 전 세계의 국경을 민첩하게 넘나들기도 한다.
이처럼 미래의 직업생활은 스마트워크, 프로젝트 팀, 프리에이전트, 잡 노마드 등의 개념으로 정리된다. 그렇다면 개인 입장에서 볼 때 미래 직업생활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할까.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서 적응하는 변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아래 설명할 ‘프로테우스식 경력관리’(protean career)에서 찾을 수 있다. 프로테우스식 경력을 갖춘 직업인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자신의 인생과 경력을 변화시킨다. 이러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학습하고 준비해야 한다.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미래에 등장하는 새로운 직업인을 ‘지식근로자’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지식근로자는 육체적 노동이나 수작업 기술을 사용하기보다 배운 지식을 일에 활용하고 보수를 받는 사람이다. 이들이 다른 노동자와 다른 점은 이론적·분석적 지식을 획득하고 적용하는 능력이다. 미래의 직업인 대다수는 지식근로자일뿐만 아니라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서 자신을 변신시키는 존재라고 했다.
이처럼 직업환경 변화는 개인의 대응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직업세계의 변화에 맞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적극적 경력개발, 제너럴 스페셜리스트
첫째는 제너럴 스페셜리스트(general specialist)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경력개발에 힘써야 한다.
미래의 직업세계는 평생직장과 완전고용의 개념이 사라진다. 고령화의 진전과 함께 개인의 경제활동 수명도 늘어난다. 개인이 일하고 싶을 때까지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고 경력을 관리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세계화로 인한 기업 간의 무한경쟁 속에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해 기업의 경쟁우위를 유지시켜 줄 지식근로자들이 각광받는 시대다.
미래의 직업세계에서는 세계화로 인해 일자리를 두고 세계 각국의 구직자들과 경쟁이 심화되고, 한 분야에만 정통한 전문가가 아닌, 여러 분야에 대한 폭넓고 깊은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제너럴 스페셜리스트를 요구한다.
미래의 직업사회에서는 쉽게 정의되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직업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어떠한 환경에서도 적응해 살아남을 수 있는, 취업 준비부터 은퇴에 이르기까지 경력을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관리하는 적극적 경력개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특히 고령화의 진전에 따라 중장년층의 경제활동 수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경력개발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고 꾸준한 자기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등 자신의 평생 고용가능성을 높이는 노력이 더욱 절실해질 것이다.
다양한 경력개발, 프로테우스식 대응
둘째는 프로테우스식 경력(protean career)을 개발해야 한다.
프로테우스는 자신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그리스신화 속 ‘바다의 신’ 중 하나다. 무궁무진하게 자신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프로테우스처럼 자신의 경력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다양한 과제에 대응하는 경력을 갖추는 것이 프로테우스식 경력개발이다.
과거에는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를 위해 온 힘을 다해 일하고, 회사는 이들에게 평생직장을 보장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개인의 삶을 희생해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고, 그에 따라 승진, 고소득, 고용안정과 같은 보상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세계화에 따른 무한경쟁의 심화, 급속한 기술발전, 기업 간의 인수합병 등은 충성과 헌신을 바탕으로 한 직장인과 회사 간의 거래 규칙을 깨뜨렸다. 그 결과 더 이상 한 회사에서 평생고용을 꿈꾸지 않으며, 고소득과 승진을 위해 개인의 삶을 무조건적으로 희생하려 하지 않는다. 프로테우식 경력은 개인의 경력이 직업 환경의 변화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개인의 관심과 능력, 가치관의 변화 등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고소득이나 높은 지위, 명성과 같은 외적 성공도 중요하지만 자아실현, 가정의 행복, 마음의 평안과 같은 심리적 성공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 즉, 한 직장 내에서의 수직 상승만을 추구했던 기존의 경력개발과 달리, 프로테우스식 경력은 개인이 다양한 직장경험과 경력개발을 통해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고 동시에 삶의 균형을 추구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직업세계의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될 미래에는 직장에서 제공하는 금전적 보상이나 승진에만 의존하는 수동적 경력개발이 아니라, 개인의 심리적 만족과 성공을 이뤄 줄 기회와 경력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 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지금의 직장인들은 회사를 뛰쳐나와 잡 노마드 또는 프로테우스가 될 준비가 됐다는 신호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