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찾는 시니어의 가장 큰 고민은 ‘과연 내가 취업을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입니다. 시니어의 취업은 경력, 경험, 역량의 문제라기보다 ‘나이’라는 장벽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경력과 역량은 너무 높아 탈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청년층보다 시니어의 취업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시니어 구직자를 채용하겠다는 의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업종별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봅니다.
중장년은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경력이 쌓여갈수록 한 가지 분야의 일만 잘하는 경력자가 아니라 그 직책에서 요구하는 여러 가지 일을 다방면으로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즉 ‘멀티플’(Multiple)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S대기업은 퇴직 3개월 전에 기술전문직 퇴직자들을 위해 경영수업까지 시키고 있다. 그 이유는 대기업 기술관리자라도 중소기업에 입사하면 경영관리 업무도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변화의 속도만큼이나 요구사항도 증가하고 있다. 일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 증가, 평생직장에서 평생직업으로의 변화, 직무의 전문성 및 글로벌 역량까지 요구하는 세상에서 정년 이후, 제2의 직업에 대한 준비가 소홀하면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커리어를 최대한 활용해 재취업에 성공하려면 어떤 준비와 자세가 필요할까. 직종별로 취업성공 포인트를 살펴보자.
회계․재무(CFO), 인맥이 중요
회계분야 채용에 있어 회사가 희망하는 구직자 연령은 주로 40~45세가 많다. 중소기업이 선호하는 구직자는 동종업체 회계경력자나 일정 규모의 매출이 있는 제조업체 결산경험 경력자를 선호한다. 또한, 회계전문가라도 회계업무뿐 아니라 총무, 인사업무까지 맡기다 보니 업무량에 비해 연봉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오너의 신뢰가 필요한 직종이기 때문에 친인척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주위 인맥을 통해 지원서를 받는 경우도 많아 인맥을 통해 이력서를 제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퇴직 전, 또는 취업 전에 공인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빌딩경영관리사, 주택관리사, 공인중개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경력관리에 도움이 된다.
재무분야는 외국계 회사나 중견기업에서 주로 채용하며, 중소기업은 외형이 클 경우에 재무관리자를 채용한다. 이 분야는 오너의 신뢰가 중요하다 보니 지원자의 성향과 성품을 따지고 채용과정이 길고 까다로워 추천이나 인맥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재무관리자는 50세가 넘어도 취업은 가능하나 구인업체가 적을 경우 경쟁이 심하고 구직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 이 분야는 주로 외국계나 대기업 경력자를 선호하며, 연봉은 중소기업이라도 낮게 지급하지는 않는다. 경력관리를 위해 학위는 석사 이상, 외국어는 영어를 기본으로 꾸준히 공부하면서 공인회계사, 경영지도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면 경력관리에 도움이 된다.
경영․기획, 실무․현장 경력 요구
이 분야는 중소기업에서 경영(기획)총괄임원으로 불린다. 중소기업의 경영총괄임원은 실무와 현장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경력자를 요구한다. 즉, 영업관리부터 생산관리, 구매, 재무, 문제해결 능력까지 다양한 경험과 기초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한 가지 업무가 아닌, 여러 가지 업무를 폭넓게 소화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이 있어야 한다. 경력관리를 위해 석사 이상의 학위를 취득하고, 경영지도사자격증, 경영컨설팅교육, 강사스킬교육 등 퇴직 이후의 지식서비스전문가로의 준비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인사․총무, 재직시 경력관리 필수
소규모 중소기업은 대부분 오너가 인사․총무 업무를 담당하며, 규모가 있는 중소기업은 재무관리자나 경영총괄임원이 이 업무를 겸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라도 매출이 300억원 이상이라면 인사․총무관리자를 채용한다.
인사․총무분야는 40대 중반을 넘으면 채용이 감소하는 등 경력단절이 빠르며, 채용이 되더라도 양질의 일자리보다는 영업과 관련된 일자리가 많다. 따라서 지원 전에 업체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다른 분야보다 진출 가능한 폭이 넓어 오히려 재직 시 경력관리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퇴직 이후 직업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분야의 경력관리를 위해 주택관리사, 공공사업 시설관리, 열관리, 소방안전관리 등의 자격증 취득, 취미와 특기를 이용한 1인 창업, 투잡, 쓰리잡 등을 폭넓게 활용해야 한다.
생산․품질․기술연구, 자격증 소지자 유리
생산 및 품질관리는 다른 직종에 비해 취업문이 넓은 편이며, 건강만 허락된다면 나이와 무관하게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구매-제조-품질-납품-재고-AS 등 시스템 개선을 위한 경영진의 요구가 많아 공장관리와 본사관리 경험을 보유한 대기업 퇴직자나 동종업체 또는 유사한 아이템을 취급한 경력자를 선호한다.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 화학, 금속 등과 같은 인기 업종이나 금형, 주물 등 뿌리산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업이 쉽다. 또, 기술사, 기사, 기능장 등 특정분야 또는 특정 자격증, 인증 소지자일 경우 60세가 넘어도 경쟁력이 있다.
기술연구소․연구개발․기술개발 분야는 어떤 업종, 어떤 아이템을 취급했느냐에 따라 같은 채용이라도 편차가 크다. 주로 벤처기업이나 중소 제조업체의 채용이 많아 중장년 구직자보다는 관리가 쉬운 30~40대 경력자를 선호한다. 하지만 대부분 지방에 연구소가 있고, 특정 분야의 특정 기술력을 보유한 경력자는 더욱 더 채용이 어려워 오히려 구인난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이 원하는 전문경력자를 찾기 힘든 경우 연령과 상관없이 유사한 기술력과 경험을 보유한 중견전문인력을 채용하는데, 연구 이외에 관리 및 대외업무까지 맡기는 경우도 있어 업무 범위가 넓을 수 있다.
무역․해외영업․법인장, 해외 실무 필수
무역 분야는 40세 이상 경력자를 채용할 경우 해외지역 전문가이면서 무역 실무경험을 보유한 ‘멀티플’한 경력자를 선호한다. 중소기업은 수입보다 수출경력을 더 선호하며, 바이어 발굴부터 해외 거래처 확보, 해외수주활동, 박람회 진행 경험 등 이 분야에 최소 5년 이상의 실무경력을 요구한다.
무역 경력이 10년 이상인 경력자들은 그동안의 경력과 경험을 살려 무역회사를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외국과의 거래가 성사되는 데 걸리는 기간이 최소 1년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올인’하기보다는 강의나 컨설팅, 시간제 일자리 등 투잡을 겸해 진행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밖에 국제무역사, 관세사, FTA를 대비한 원산지 관리 및 물류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해외영업 분야는 중견(소)기업들의 해외진출 증가와 정부지원 등으로 인해 생산․품질․연구직 다음으로 중견세대 채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 분야는 다년간의 해외경험, 해외주재, 해외실적, 해외지역 네트워크, 아이템 취급경력, 외국어실력 등의 경력을 갖췄다면 50세가 넘어도 취업이 가능하다. 이 분야에서 장기간 일하기 위해서는 원어민 수준의 외국어 능력이 필요하다. 50세 이전에 해외법인경영자(법인장)로 경험을 쌓아가는 것도 장기적인 경력관리에 도움이 된다.
국내영업, 멀티 스페셜리스트 돼야
이 분야는 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릴수록 채용이 늘어나며, 상품개발 이후 내수확대를 위해 경력자를 채용한다. 이 분야는 경력이 아무리 많아도 중소기업에 들어가 전문성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재직 시 자신의 업(業)을 위해 사전에 경력관리를 철저히 해둘 필요가 있다.
중견인력을 채용하는 이유는 풍부한 경력과 전문성, 네트워크를 이용한 거래선 확보와 매출 때문이다. 하지만, 취업에 성공해도 성과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로 이직이 높은 편이다. 최근 중견세대들의 경력과 경험을 이용하기 위해 영업관리 임원을 채용하려는 중소기업이 증가하고 있으나 ‘영업맨’이기보다는 경영, 재무, 기획, 해외영업, 디자인, 금융, 기술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멀티- 스페셜리스트’(Multi-Specialist)를 요구하고 있어 경력관리를 위해 기초지식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