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장한형 기자] 시니어들의 재취업에는 이직과 전직, 두 가지가 있다. 이직을 할 것인가, 전직을 할 것인가, 재취업에 대한 명확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확실한 선택이 선행돼야 한다. 이것이 결정된 다음엔 나를 살펴보고 나의 경쟁력을 확인해야 한다.
마케팅에서 SWOT분석이 있다. 이 시스템에 나(개인)를 대입해 보자. 가장 먼저 나는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그다음 SWOT분석을 해야 한다. 내가 하려고 하는 일에서 나는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는가, 그 분야의 경력은 풍부한가, 자격증이 있는가 등을 적어본다. 또한, 내가 이 분야에서 어떤 약점이 있는가도 찾아내야 한다. 내가 하려는 일 또는 분야에 어떤 기회가 있는지 그 업종의 기회요인을 살펴보자. 그리고 이 업종에 앞으로 어떤 위험요소가 있는지, 성장성이나 경쟁력 등을 따져 봐야 한다.
이렇게 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고 나면 비로소 나의 강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이며, 내가 하고 싶은 일 등을 명확히 알 수가 있다. 나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돋보이도록 하는 전략도 이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SWOT 분석은 어렵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체크해 봐야 한다. 이를 토대로 3배수 목표 안에 원하는 직종과 업종을 정해 효율적인 구직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시니어 취업은 대부분 비공개시장에서 이뤄진다
시니어의 재취업을 위한 다양한 활동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네트워킹이다. 이 네트워킹을 잘 활용해야만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
채용시장은 공개 채용시장과 비공개 채용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공개 채용시장은 어떤 광고나 인터넷 채용 포털, 채용박람회 등이다. 비공개 채용시장은 네트워킹이다. 전문가들은 시니어들의 공개 채용시장 재취업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한다. 취업하는 경우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 대부분의 채용이 비공개 채용시장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기업이 사람을 채용하는 단계를 보면 알 수 있다. 한 직장에서 결원이 생겼다고 가정해 보자. 그 인원을 충원하기 위해 우선 회사 내 다른 부서에서 직원을 데려오려 한다. 다시 말해 부서를 이동시킨다. 그런데 어떤 부서장이 자기 직원을 다른 부서로 보내고 싶겠는가. 그래서 이 방법이 마땅치 않으면 그다음 단계로 주변에 부탁을 한다. 여기서 ‘주변’은 굉장히 다양한 네트워크다. 그 회사 직원들이 아는 사람들의 아는 사람들까지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적임자가 있으면 소개를 부탁해서 충원하려고 한다.
아는 사람들 가운데 적임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 인력공급기관에 의뢰하게 된다. 헤드헌터에게 일을 주고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유능한 사람을 끌어오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급 직종에서 일할 사람이 필요한 경우 취업알선기관이 이미 선별해 놓은 사람 가운데 적당한 사람을 채용하게 된다. 이러한 방법으로도 채용이 어려울 때 구인광고를 낸다.
이 같은 여러 단계를 거쳐서 충원이 안 될 때 최종적으로 공개채용 시장으로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구인광고다. 구인광고는 빙산의 일각이다. 비공개 채용이 안 될 때 열리는 아주 작은 시장이 공개채용시장, 구인광고인 것이다. 공개채용시장에 올라올 때까지 일의 양도 줄고 질도 떨어진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구직활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개채용시장에서 움직인다. 제한된 일자리, 질이 떨어지는 일자리를 갖고 격렬하게 경쟁하는 것이다.
최근 구직시장에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본격화되면서 시니어들이 구직시장으로 몰려오고 있다. 네트워킹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적극적인 네트워킹 활동을 전개하지 않으면 취업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실정이다.
내 ‘주변’ 인적네트워킹 활용이 첫 번째 관문
인적 네트워킹을 확실히 활용한다면 재취업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한 나라 안에서 여섯 단계만 거치면 서로 아는 사람이라는 여섯 단계 이론이 있다. 주변에 6단계만 거치면 나를 필요로 하는 회사와 연결될 수 있고, 이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시작된다. 내가 일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 이유다.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비공개시장 ‘주변 인맥’을 이용해야 한다.
공개시장에서, 즉 구인광고를 통해 구직하는 과정에서 최종 면접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있다. 여러 이유로 탈락했겠지만 나보다 월등히 뛰어난 인재가 지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종 면접에서 탈락하더라도 구직과정에서 접촉했던 채용담당자에게 ‘비록 이번에는 채용에서 선택되지 못했지만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도전해 보겠다는 의지와 면접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뜻을 문자나 메일로 보낼 필요가 있다. 채용담당자가 향후 추가로 직원을 채용할 때 나에게 채용 정보를 알려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직접네트워킹은 지원하는 회사를 선정하고 적극적으로 회사에 나를 소개하는 방법이다. 큰 비용부담이 없고, 회사 입장에서는 나의 적극성을 높이 사게 된다. 많은 후보 기업을 선정해서 부지런히 마우스 품을 팔면 취업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웹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입수한 다음 담당자의 연락처를 파악해서 준비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이메일로 보낸다. 한 번 보냈는데 열어보지 않거나 연락이 없으면 다시 시도한다. 이렇게 여러 번 자기소개서나 이력서를 전송하면 담당자로부터 답장이 오게 되고 최종 담당자와 연결될 수 있다. 최종 담당자와 접촉해 통화하고 약속을 정해 면접일정을 잡는다. 이후 과정은 일반적인 채용 프로세스가 적용된다.
징검다리 취업도 고려해 보자. 퇴직 후 창업 등 다른 활동으로 경력 단절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직전 본인이 했던 업무와 연계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눈높이를 많이 낮춰 취업해야 한다. 급여나 직위를 고려하지 말고, 근무 지역도 따지지 말고 무조건 관련 업체에 취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1년 안에 자신이 전에 담당했던 일에 대한 감각을 찾을 수 있고, 업계에 소문이 나면 지금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의 기회가 생긴다.
전 직장의 대우를 고집하며 급여와 직책을 제시한다면 취업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어렵게 취업이 되더라도 경력단절에서 오는 업무 처리 미숙으로 오히려 신뢰를 잃고 본인도 자신에게 실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정부지원 전문기관·전문가 적극 활용해야
전문기관과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도 적극적인 네트워킹 활동이다.
고용노동부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고용센터 등에서 제공하는 각종 정보와 서비스를 활용하고 교육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는 등 노력해야 한다.
본인의 컴퓨터에 아직 즐겨찾기 등록이 돼 있지 않다면 한국무역협회, 고용노동부 워크넷, 전경련,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노인인력개발원, 100세누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시 고령자 취업알선센터, 직업능력지식포털 등 전문기관을 추가해 놓고 매일 접속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시니어 재취업을 위해 최근 정부가 많은 지원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장년인턴제, 내일배움카드제, 사회공헌형 일자리창출, 월드 프렌즈 코이카 봉사단 등 정부의 지원사업에 관심을 갖고 활용한다면 재취업 문이 생각보다 쉽게 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