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장한형 기자]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공통적으로 필요한 직업이 있습니다. 이를 테면, 농사를 짓거나 옷을 만들고, 집을 짓는 일이겠지요. 그런데, 나라마다, 문화권마다 생활습관과 법률, 관습이 다른 데서 오는 다양한 직업도 존해합니다. 다른 나라에는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는 직업 가운데 들여올 만한 직업이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나라에 아직 없는 직업을 들여온다면 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왜 새로운 직업을 모색하는가. 세계 경제가 저금리‧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전망에서도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의 시기를 지나 저성장‧고실업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터널의 끝이 어디인지도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듯, 일이 없으면 소득이 없고, 소득이 없으면 소비가 불가능하다. 소비가 이뤄지지 않으면 성장도 불가능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라는 어젠더를 꺼내들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관점에서 신직업 발굴과 육성은 분명 창조경제의 일환이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선진국에는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는 일자리를 새롭게 발굴하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직업의 수가 적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인식이다. 직업군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에 없는 직업을 도입하는 것은 기존에 없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갖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한‧미‧일, 제조업 가장 많아
한국고용정보원이 외국에는 있으나 우리나라에 없는 직업을 도입하기 위한 첫째로 각국의 직업명을 비교했다. 한국의 직업명은 1만1655개였지만 미국은 3만654개, 일본은 1만6433개였다. 우리나라의 직업 수는 일본에 비해 4778개, 미국에 비해서는 1만8999개나 적었다. 그만큼 도입 가능한 직업이 많다는 역해석이 가능하다.
직종별로는 한국, 미국, 일본 세 나라 모두 ‘제조’ 관련 직업 비중이 높았다. 전체 직업 중 일본은 58.4%, 미국은 44.4%, 우리나라는 42.5%였다. 또,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 ‘경영‧회계‧사무’ ‘금융‧보험’ 관련 직업 비중이 높았다. 또, ‘문화‧예술‧디자인‧방송’ 관련 직업 비중도 미국과 일본에 비해 높게 나타나 문화 분야의 직업도 활성화돼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미국은 지리적 특성과 넓은 국토 면적을 반영하듯 ‘운전 및 운송’ 관련 직업 비중이 높았고, 일본은 ‘건설’ 관련 직업이 ‘제조’ 관련 직업 다음으로 많았다. 일본의 장인 중시 문화로 인해 전통 건축기능직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고용정보원은 직업명이 몇 개나 되는지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와 비교국가의 직업명 개수 차이의 원인을 유형화했다. 유형은 크게 △각국의 직업명이 동일하거나 직무가 매우 유사한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직업명이 세분화된 경우 △다른 나라에 없는 직업이 존재하는 경우로 구분됐다.
이 유형에 따라 한국, 미국, 일본의 직업명 수를 비교‧분석한 결과, 대다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직업명이 세분화된 경우’로 분류됐다. 이는 직업명의 수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직업군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직업이 우리나라보다 기술이나 장소, 지식 수준, 직급 등에 따라 세분화돼 있음을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
‘각국의 직업명이 동일하거나 직무가 매우 유사한 경우’에 속하는 직업은 미국이 28.0%, 일본은 41.2%로 나타나 일본과 우리나라 직업의 동일성이 높았다. 미국의 경우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직업명이 세분화된 경우’가 71.1%로 매우 높아서 장소나 기술, 장비 등의 차이에 의해 세분화돼 있는 직업이 많고, 그에 따라 직업명 수도 다른 나라들보다 크게 앞선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나라에 없는 직업’ 유형에 따라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 신직업을 살펴보면 미국은 257개(0.8%), 일본은 346개(2.1%)에 불과했다.
한국, 직업의 세분화 필요
이처럼 미국은 우리나라에 비해 사용 장비나 활동 장소, 기술, 생산물 등에 따라 세분화된 직업 비율이 높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가정용 전기기구조립원’으로 단일 등록된 직업이 미국에서는 생산물에 따라 전자레인지조립원, 라디오조립원, 냉장고조립원, 에어컨조립원, 세척기조립원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사서의 경우도 우리나라는 ‘사서’라는 1개의 직업만 존재하지만, 미국은 활동장소에 따라 ‘어린이도서관 사서’(Children’s librarian), ‘병원 사서’(Hospital librarian), ‘직장도서관 사서’(Institution librarian), ‘이동도서관 사서’(Bookmobile librarian) 등으로 나뉜다. 여기에다 전문지식에 따라 ‘필름 사서’(Film librarian), ‘의학 사서’(Medical librarian), ‘미디어 사서’(Media librarian), ‘음악 사서’(Music librarian)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일본도 제조업, 건설 관련직에서 세분화를 보인다. 우리나라의 ‘제면기조작원’은, 일본에서는 우동제조공, 온면제조공, 소바제조공, 건면제조공, 중면제조공, 생면제조공, 쌀국수제조공 등 10개 이상의 직업으로 분화된다. 택시운전원도 개호(care) 택시운전사, 개인택시운전사, 승합택시운전사, 전세택시운전사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렇게 세분화된 직업들은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직업들이 직무 단위로 분화돼 있지 않아 생기는 차이다.
물론 미국과 일본에 우리나라에는 없는 직업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우리나라에서는 하나의 직업이 다양한 업무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차이인 경우가 많다. 예컨대, 미국은 ‘약사’(Pharmacist) 이외에 ‘약제사’(Druggist), ‘조제약사’(Prescriptionist), ‘약국인턴’(Pharmacy intern), ‘약사견습생’(Apprentice pharmacist) 등 다양한 약사 관련 직업이 존재한다. 이렇게 파생된 직업들의 이름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에 없는 직업들이 맞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약사 자격증을 가진 1인이 조제와 등록, 접객을 모두 전담해 미국의 약사 관련 다양한 직업명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해당 업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문화‧법률‧기술 차이, 직업에도 영향
‘다른 나라에 없는 직업’ 유형에 해당하는 직업들은 세부 유형에 따라 다시 4가지로 나뉜다.
첫째, ‘문화 및 자연 환경의 특수성’은 그 나라에 존재하는 고유의 종교, 예술 등 문화적 차이와 동식물, 천연자원 등 자연환경에 의한 차이로 인해 발생한 직업이다. 미국은 ‘인종관계자문관’(Race relation adviser), 일본의 ‘기모노강사’(着物着付講師) 등이 있다.
둘째, ‘법률 및 제도의 특수성’은 의료, 교육, 공공서비스 등 그 나라의 법률이나 제도에 따라 발생한 직업이다. 미국은 ‘정부재산조사자’(Government property investigator), ‘홈스쿨링코디네이터’(Homeschooling coordinator) 등이 있다. 이러한 직업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도입과 함께 우리나라 법률과 제도의 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기술 발전의 차이’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른 나라에는 없는 산업이나 기존의 직무가 전문화돼 직업이 되는 차이가 발생한다. 선진국의 경우 우리나라에 비해 우주항공 산업, 군수 산업 등이 발전해 ‘우주비행사’(Astronaut), ‘로켓엔진시험자’(Rocket engine tester), ‘우주개발기술자’(宇宙開發技 術者) 등과 같은 직업이 존재한다. 이러한 직업은 해당 산업이 발전하지 않으면 도입되기 어렵지만, 관련 산업기술이 도입돼 발전한다면 자연스레 발생하는 직업군이다.
넷째, ‘시장수요 또는 성숙도의 차이’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시장 수요가 없거나 미성숙한 직업이다. ‘피어싱시술원’(Body piercer), ‘학교약사’(學校藥劑師), ‘영양컨설턴트’(榮養コンサルタン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해당 서비스나 직업을 국내에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직업으로 도입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직업들도 국내 도입에 있어 법‧제도 마련, 훈련과정 개설 등의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신직업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 이해당사자들 간의 소통과 정책적 조율이 활발히 진행돼야 한다”며 “정부는 직업의 도입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제도를 마련하 는 데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도입 가능한 직업 목록]
분야 | 직업 |
개인서비스 | 소셜미디어전문가, 도우미로봇전문가, 이혼부모코디네이터, 여가생활상담원, 타투이스트, 네일아티스트, 주변환경정리전문가, 이혼플래너, 매매주택연출가, 디지털장의사, 소비생활어드바이저 |
경영·행정 | 협동조합코디네이터, 자금조달자, 평판관리전문가, 분쟁조정사, 그린마케터, 기업프로파일러, 기업컨시어지, 탄소배출권중개인, 직무분석가, 신사업아이디어컨설턴트 |
공공·안전 | 민간조사관, 영유아안전장치설치원, 도로안전유도원, 교통행정처분상담자 |
교육· 연구 | 재능기부코디네이터, 빅데이터전문가, 과학커뮤니케이터, 뇌기능분석 및 뇌질환전문가, 줄기세포연구원, 감성인식기술전문가, 인공지능전문가, 홈스쿨코디네이터, 창의트 레이너, 보조교사, 지역사회교육코디네이터, 잡투어플래너, 정밀농업기술자 |
복지 | 조부모-손자녀 유대관계전문가, 베이비플래너, 장애인여행코디네이터, 육아감독관, 방문목욕도우미, 입양사후관리원, 노년플래너, 케어매니저, 재활 및 교육 돌보미, 보건 및 사회시설 품질평가원, 가정방문건강관리사, 방문미용사, 장애인잡코치, 산업카운슬 러, 임심갈등상담사, 복지주거환경코디네이터 |
상담 | 라이프코치, 약물 및 알코올 중독전문가, 정신대화사, 사별애도상담원, 자살예방상담가, 퇴직지원전문가 |
의료 | 의료용로봇전문가, 정형외과신발제작자, 놀이치료사, 병원아동생활전문가, 당뇨상담사, 레크리에이션치료사, 자연치유사, 유-헬스(U-health) 전문가, 보조약사, 개업물리치료사, 검안사, 원격진료코디네이터, 의학물리사, 운동치료사, 척추교정사, 정시훈련전문가, 보조의사, 의료소송분쟁조정사, 음악치료사, 유전학상담전문가, 의료일러스트레이터 |
스포츠·문화 | 문화매니저, 홀로그램전문가, 아웃도어인스트럭터, 댄스치료사, 도시재생전문가 |
동물 | 수의테크니션, 애완동물장의사, 동물관리전문가, 애완동물행동상담원 |
자연· 환경 | 가정에코컨설턴트, 냄새판정사, 지속가능전문가, 에너지절감시설원, 그린장례지도사, 온실가스관리컨설턴트, 기후변화전문가, 리사이클링코디네이터, 오염지재개발전문가,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Designer)디자이너, 그린빌딩인증평가전문가, 산림치유지도사 |
직업명 | ||
정부 육성·지원 신직업 | 법·제도적 인프라 구축 | 민간조사원, 산림치유지도사, 전직지원전문가 |
기존 직업의 세분화·전문화 | 연구기획평가사, 연구장비전문가, 연구실안전전문가, 주거복지사, 문화여가사, 온실가스관리컨설턴트, 화학물질안전관리사, 협동조합코디네이터, 소셜미디어전문가, 지속가능경영전문가, 녹색건축전문가 | |
R&D 투자 및 전문인력 양성 | 인공지능전문가, 감성인식기술전문가, 정밀농업기술자, 빅데이터전문가, 도시재생전문가, 홀로그램전문가, BIM디자이너 | |
공공서비스를 통한 직업적 기반 구축 | 임신출산육아전문가, 과학커뮤니케이터, 정신건강상담전문가(자살예방상담가, 약물중독전문가, 행위중독예방전문가) | |
민간의 자생적 신직업 | 기업컨시어지, 노년플래너, 사이버평판관리자, 가정에코컨설턴트, 병원아동생활전문가, 기업프로파일러, 영유아안전장치설치원, 매매주택연출가, 이혼플래너, 주변환경정리전문가, 애완동물행동상담원, 신사업아이디어컨설턴트, 그린장례지도사, 생활코치, 정신대화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