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0세 의무화가 시행된지 만3년이 지났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일 수록 버겁다는 지적이다. 사진=픽사베이

[시니어신문=이길상 기자] 정년 60세가 의무화된지 만3년이 지났습니다. 문제는, 기업들이 50대 근로자에게 60세까지 일할 수 있는 직무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50대 장년 근로자를 60세까지 고용할 수 있을까요? 오랜 시간을 두고 기업의 고용환경과 임금체계가 바뀌어야 실질적인 ‘장년적합’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코로나19가 덮진 요즘 불경기에, 상당히 힘든 일입니다. 한국고용정보원 연구결과를 토대로 기업 임원들께 대안을 제시합니다.

기업이 장년에 적합한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은 직무를 변경하느냐, 임금을 삭감하느냐에 따라 네 가지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직무와 임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업무강도만 낮추는 경우, 둘째는 직무는 동일하지만, 적용되는 임금체계를 바꾸는 것이다. 셋째는 직무는 바꾸더라도 임금체계는 그대로 유지하는 방법, 넷째는 직무와 임금체계 모두 바꿔 계속고용하는 방법이다.

직무‧임금 유지, 업무량 조절

첫째, 현재의 직무와 임금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업무강도를 다소 줄이는 방법이다. 장년근로자에게 적합한 직무의 경우 현행 일자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의 강도를 줄이는 방법이 현명하다. 예를 들어, 서비스업 분야에서 야간근무 횟수를 줄인다거나, 운수업의 경우 운전시간이 짧은 노선으로 배차하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학교, 기업 등의 급식소를 위탁 운영하는 A기업은 음식조리업무에 장년근로자를 계속 활용하면서 사실상 정년 폐지한 경우다. 맛에 대한 감각과 능숙한 조리, 사람 수를 고려한 급식량 예측 등 다양한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경험이 풍부한 장년근로자를 더 선호한다. 임금은 경력이나 숙련도 등을 고려해 책정하는데, 근속수당, 직책수당, 직무수당도 지급된다. 피크타임에는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활용하기도 한다. 또, 직원들이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길 원하면 학원수강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지원하기도 한다.

또, 시간선택제일자리를 도입하거나 장년근로자를 교대‧연장‧야간근무에서 제외하는 등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장년근로자의 육체적 능력을 고려한 작업장 설계도 가능하다. 이를 테면, 제조업 분야는 조립라인에서 큰 힘을 쓰지 않아도 되는 자리, 무게가 가벼운 물품을 차에 싣는 업무 등에 장년근로자를 배치할 수 있다. 따라서, 숙련기술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의 단순노무직 등에서 주로 적용되고 있다.

직무 유지, 임금은 변경

두 번째는 직무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임금제도는 변경하는 유형이다. 연령증가와 더불어 생산성이 크게 하락하는 직군일수록 임금 변동폭은 클 수 있다. 또, 연봉을 적용하기 때문에 계속 고용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임금제도를 변경하기도 한다. 임금제도 변경은 임금피크제 방식에 따라 이뤄지지만 수행하는 일의 가치와 난이도에 따라 직무급이나 연봉제를 적용하기도 한다. 이 같은 방법은 생산성과 관계없이 연령이 높아지면 임금이 크게 상승하는 연봉제 산업과 기업에서 주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제빵회사인 C사는 장년근로자를 단순 생산직무에 계속 고용하고 있다. 단순생산직무는 난이도가 높지 않거나 숙련도를 크게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장년의 직무를 변경할 필요성이 적다. 하지만 임금은 기존 호봉제에 임금피크제(정년은 연장하되 임금은 차츰 줄이는 방법)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조정하고 있다.

직무 변경, 임금은 유지

셋째는 장년근로자의 직무는 변경되지만, 임금제도는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되는 유형이다.

업종에 상관없이 사무직 근로자에게 주로 적용되고, 연봉제인 회사의 경우 보다 전문적인 직무로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성과급 임금체계를 갖고 있는 경우 직무의 성격과 무관하게 적용하기가 수월하다. 실제로 장년근로자 고용에 모범이 되는 다수의 기업 사례는 원래 임금체계가 성과급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하는 일의 가치, 생산성 등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성과급, 직무급 임금체계를 갖고 있는 기업이나 사무직(전문직) 근로자에게 주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철도‧도시‧조경‧수자원‧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설계‧감리가 주된 사업인 ‘E엔지니어링’은 장년근로자의 직무를 바꿔 이들을 계속 고용하고 있다. 장년근로자의 직무는 설계‧감리 등 실무에서 프로젝트 총괄업무로 변경돼 발주처와의 협의 업무, 설계검토 업무 등을 수행한다. 임금제도는 기존과 동일하게 전년도의 실적이나 업무수행능력 등을 기초로 한 연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장년근로자의 직무는 대외활동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근무시간을 엄격하게 관리하지는 않는다.

직무‧임금 변경, 계속 고용

넷째는 장년근로자의 직무와 임금제도를 바꿔 계속 (재)고용하는 유형이다.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현재 직무에서 생산성이 많이 떨어져 직무변화가 불가피한 직군의 근로자에게 주로 적용된다. 또, 장년근로자의 숙련 기술과 업무 노하우를 젊은 근로자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멘토링제도나 사내강사제도를 도입하는 사례도 많다. 임금제도는 대체로 성과급이나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 연봉제를 시행하는 기업이나 기술 전수가 중요한 직무에 이 같은 방법이 알맞다.

가스레인지, 보일러 등을 제조‧판매하는 ‘J주식회사’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장년근로자에게 후임 직원 기술전수 업무를 부여하고 있다. ‘직책정년제’를 도입하면서 56세부터는 별다른 직책을 부여하지 않고 후임직원 기술 전수만 담당하게 한다. 특히, 사무관리직 간부는 업무방법에 대한 교육과 지도, 서비스직 간부는 서비스 기사를 대상으로 한 제품교육과 콜센터 직원의 상담 업무 협조, 연구직간부는 품질부서로 이동 후 품질교육 직무와 제품 설계 도면의 오류를 검증하는 직무를 수행한다.

업종별 다양한 고용제도 고안가능

업종별로도 다양한 방안을 고안할 수 있다.

우선, 제조업의 단순노무직은 생산‧조립‧품질‧운송 등 난이도가 비교적 낮아 현격한 생산성 저하가 없는 경우 직무의 변경 없이 계속활용이 가능하다. 다만, 연봉제를 시행하는 경우 인건비 부담으로 인한 임금수준이나 임금체계 변경을 고려할 수 있다. 장년근로자의 신체적 부담 등을 고려해 시간제 근로 등 근로시간 변경이나 장년근로자 친화적 작업장설계 등 관련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의 전문‧기술직의 경우 기술, 숙련의 활용과 전수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직무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직무를 수행하면서 멘토링 제도 또는 사내강사제도 도입 등을 통해 후배 직원들에 대한 기술전수 직무를 부여할 수 있다. 기술전수 직무만 부여하되 시간선택제 일자리 등을 도입하면서 임금제도를 변경할 수 있다.

사무직의 경우 장년근로자의 대인관계나 리더십 역량을 고려해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직무를 부여하거나 후임직원 양성 직무를 줄 수 있다. 개별 장년근로자 특성을 고려해 다른 직군의 직무도 부여가능하다. 기존 영업‧사무직원을 품질관리 직무에 배치하는 것이 좋은 예다.

단순서비스직의 경우 생산성 등 업무수행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되지 않는 한 기존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다. 다만,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임금체계나 임금수준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이 경우에도 장년근로자를 배려해 근로시간 조정이나 업무강도 경감을 위한 동선 고려, 야간근로 단축 등 지원제도가 필요하다.

연구‧전문직은도 본인의 업무를 계속 수행하거나 보다 전문적인 직무를 부여할 수 있다.

금융업의 경우 업종 특성상 직원들이 특정업무만을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업무에 대한 경험이 있고, 성과에 기반한 임금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직무전환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따라서 영업 직무를 부여하되 성과기반의 임금체계를 적용하거나 지점검사 등 특정 직무를 부여하며 계속 (재)고용할 수 있다.

[장년적합 직무 개발 6단계]

1단계 정년연장에 따른 장단기 인력전망
(회사 직원 연령 파악, 인력 수요공급 예측, 연도별 장년근로자 파악)

2단계 장년근로자의 강점‧약점 파악
(장년근로자 개개인의 강점 최대 활용, 약점 회피 직무 부여)

3단계 직무분석 및 적합 직무 개발
(장년 적합직무 확인, 직무분석 시행)

4단계 장년근로자 희망직무 파악
(회사 선정 적합직무 공지, 근로자 선호도 파악)

5단계 노사 공동 적합직무 선정, 노사 협의 후 배치
(적합직무 선정, 정원 고려 부서배치, 업무 부여)

6단계 평가 및 환류시스템 구축
(조직 구성원 의견 수렴, 평가, 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