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에서 임금을 감액하는 유형

[시니어신문=김형석 기자] 2016년부터 정년을 60세까지 의무적으로 연장하는 ‘정년연장법’이 시행됐습니다. 고령근로자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고령근로자에게 마냥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상승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임금피크제’라는 제도가 병행됐습니다. 퇴직하지 않고 오래 일하는 대신, 임금을 조금씩 덜 받아서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윈윈전략’입니다. 임금피크제가 왜 필요하고, 어떻게 운용되는지 알아봤습니다.

지난 2013년 4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까지 의무적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년연장법’이 제정됐다. 2016년 1월부터 근로자 수 300명 이상의 대기업과 공공기관, 지방공단, 공사에서 먼저 시행됐고, 2017년 1월부터는 근로자 수 300인 미만의 사업장과 각 지자체도 적용됐다.

고령화에 따라 점점 늘어나는 고령근로자의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체계를 보완하지 않고는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고령근로자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도입해야 하는 것이다. 근로자의 정년을 보장하면서 인건비는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도입된 제도가 임금피크제(salary peak)다. 이 때문에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법 시행에 대한 기업의 대응전략이다.

고용노동부가 정의하는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 또는 정년 후 재고용하면서 일정 나이·근속기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다. 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근로자는 고용이 연장돼 노사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임금제도다.

정년연장 대신 임금 덜 받는 제도

임금피크제는 크게 △정년연장형 △재고용형 △근로시간단축형 등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정년연장형은 기업이 노사간 합의에 따라 정한 정년을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정년 전의 임금을 조정하는 제도다. 현재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이 형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예컨대, 기업이 모든 근로자를 대상으로 정년을 55세에서 58세로 3년 연장하는 대신 55세의 기본급 기준으로 56세에는 임금의 10%, 57세 15%, 58세엔 20%를 감액하는 방법이다.

다른 사례도 있다. 기업이 근로자의 정년을 만58세에서 만60세로 연장하는 경우 임금피크제 적용 1년차엔 임금의 30%, 2년차 40%, 3년차 60%, 4년차 60%, 5년차 이후 70%를 감액하는 방법도 있다.

재고용형은 국민연금수급 개시연령의 상향 조정에 부응해 일단 정년퇴직한 뒤 고령근로자의 고용을 일정기간 연장하는 대신 임금을 조정하는 제도다. 현재 현대차그룹, 대우조선, 한국전력, 한국SC은행 등 일부 국내 기업들이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3급 이하 기능직 사원을 대상으로 정년(만55세)이 되는 해의 말일 이후 3년간 재고용 1년차는 임금감액이 없고 2, 3년차는 정년 직전 임금의 10%를 감액하는 방법이다.

이외에도,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정년(만55세) 후 2년간 재고용하되, 피크임금의 30%를 감액하는 사례도 있다.

근로시간단축형은 기존 정년을 연장하거나 정년은 그대로 두고,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하면서 임금을 줄이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이다.

이를 테면, 만50세가 피크연령이라면,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정년을 만55세에서 만65세로 연장하는 대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51~54세 20%, 55~59세 40%, 60세 이상 60%, 그리고 임금감액율은 51~54세 20%, 55~59세 40%, 60세 이상 60% 등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임금피크제의 핵심은 퇴직하는 대신 회사에 다니면서 임금은 적게 받는 것이다. 임금피크제를 시행할 경우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고용이 보장돼 해고를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혹은 사규에 정해진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퇴직 연령의 베이비붐세대는 고등학생 또는 대학생 자녀를 둔 경우가 많다. 퇴직하지 않고 자녀들의 학비를 벌충하기 위해서라도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에게 필요한 제도로 인식된다.

사용자는 고용조정을 둘러싼 노사갈등을 피하고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면서 절감된 인건비로 신규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 30년 이상 기업을 위해 일한 근로자는 그 분야에서 누구보다 전문가다. 이러한 숙련된 인력이 기업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기업으로서도 손해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고급인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정년퇴직 후에도 숙련된 인력을 재공용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인건비의 탄력적 운용이 가능하다.

국가적으로는 인구고령화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사회보장비용 부담도 줄여 성장잠재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변칙운용 가능성 차단 방책 마련해야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임금피크제가 구조조정에 악용되거나 계속고용을 무기로 임금삭감을 요구받는 등 변칙적인 운용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은행권의 경우 지난 2005년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임금피크제가 도입돼 하나은행, 국민은행, 외환은행 등에서 지금까지 운용하고 있지만 신청자는 매년 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피크제를 지원할 경우 퇴직금이 줄어들기도 하지만, 사측의 직간접적인 퇴사 압력으로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더라도 정해진 정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퇴물 취급 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여전하다. 임금피크제가 중장년층의 고용연장을 위한 만능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임금피크제는 2016년 이후 불과 3년이 조금 넘은 걸음마 단계다. 정부는 2006년부터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임금이 감소되는 근로자들에게 일정 부분(최대 840만원)의 정부 지원금을 지원했는데, 2016년 정년법 이행 이후 액수가 크게 증가했다.

정부는 정년법 시행 이후인 2016년부터 만 55세부터 임금을 10% 이상 감액하는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근로자에게 1인당 월 최대 90만원씩 연 최대 1080만원의 보조금을 한시적으로 지원해왔다. 관련 예산은 2016년 313억원에서 올해 988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정부가 2020년 말을 끝으로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올해부터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근로자들은 혜택을 볼 수 없게 됐다. 올해 책정된 정부 지원금은 2018년부터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근로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소급분이다. 정부 지원금은 1년 단위 신청이 기본이긴 하지만 월 단위, 분기 단위로도 신청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