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이길상 기자] 창직은 새로운 직업 또는 직무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창직에 대해 ①창조적 아이디어와 활동 ②개인의 지식·기술·능력·흥미·적성 반영 ③지속적 수익 창출 ④지속가능한 새로운 직업 발굴 ⑤스스로 일자리 창출로 설명한다.
창직은 똑 부러지게 규정하기 어렵다. 학자들도 저마다 조금씩 다르게 정의한다. 본래 학계에서 나온 개념도 아니다. 최근 다양하게 변하는 삶의 방식 속에서 자신의 강점을 활용, 자신만의 직업을 만들어 활동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던 언론이, 2009년부터 일반적인 창업보다 좁은 의미로 사용하면서 고유명사처럼 확산됐다.
창직을 굳이 정의하자면, 창조적으로 자신의 직업능력을 개발해 자신의 재능과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현실화한 결과, 경제적·예술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창조적 일감과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자기주도적 직업 및 일자리 개척 활동이다.
창직은 ‘평생직장’이 아니라 ‘평생직업’을 찾는 과정이며, 자기 스스로 자신의 직무와 직업을 개발해 활동이면서 자기를 고용하는 과정으로도 설명된다. 예술과 문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직종과 취업 및 창업, 사회공헌활동을 아우르는 모든 결과물로 이해할 수 있다.
시니어 창직, 경험·경륜 활용 중요
정의야 어떻든, 창직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과거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청년 창직인턴제도’를 시행하기도 했다. 청년들이 가진 저마다의 소질과 능력을 바탕으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결합해 스스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일을 만들도록 지원하자는 취지였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창직이 권고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중소기업청은 시니어의 경력과 전문성에서 출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자기주도적으로 직업과 일자리를 개척하는 활동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시니어 창직 아이디어 사업’을 전개한 바 있다.
당시 중소기업청은 13억원의 예산을 투입, 80여개의 창직 과제를 선정해 각 1000만원 이내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사업아이템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의 경비를 지원했다. 지원 항목은 아이템 개발비, 시제품 제작비, 마케팅·판로개척비, 운영비 등이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성공하지 못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무엇보다 참여가 저조했고, 사업화될 만한 아이디어도 많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중장년층이 창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험과 경력을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서현배 SBS CNBC 리커리어센터장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수주해 업무를 수행해 주는 방식이나 중소기업 임직원 대상의 직무능력 강화 연수사업, 학교와 산학협력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직무관련 교육을 시키는 사업 등이 유망하다”고 소개한다.
취미·지역사회 기반 창직 노려볼 만
중장년층이 도전 가능한 창직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중소기업청은 ‘공동창업 또는 창직’을 비롯해 지역 특성화 창직프로그램에서 도전할 만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공동창업·창직
△공연팀 음악에 취미를 가진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밴드를 구성해 교육 및 실습 등 창직활동 실시 후 공공기관 행사나 칠순잔치, 결혼식 등에서 연주하고 일정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
△소셜커머스 중개인 일정 인원이 모였을 때 적용되는 할인 쿠폰을 서로 바꿔 쓸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개발, 온라인상에 전문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는 방안
△디자인 유통중개인 디자이너 누구든 자신의 디자인에 가격을 매긴 후 등록하면 소비자가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보고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
△애완동물 장례지도사 애완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사회문화가 형성되면서 애완동물 장례문화도 확산될 것으로 판단, 애완동물 상조회사를 설립하는 방안
△뮤직스쿨 피아노학원 등 단일 악기 교육학원을 탈피, 피아노․ 바이올린 등 음악 전공자들이 모여 다양한 악기를 교육하는 종합 뮤직스쿨을 구성하는 방안
△목공팀 목공에 특기가 있는 시니어를 팀으로 구성, 가구 수리 및 주문생산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거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무료봉사하는 방안
▲지역 특성화 창직프로그램
△부산사하 비즈플라자 문화생태자원을 소개하는 문화유산 및 생태 해설사 분야를 전문적으로 교육
△광주 비즈플라자 광주지역 문화콘텐츠 기반과 연계된 사업개발 및 일자리 창출
△서울마포 비즈플라자 상암DMC 등 주변 인프라를 활용한 방송‧IT 등 디지털 관련 분야 일자리 창출
귀농귀촌, 창직 분야로 급부상
귀농귀촌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직업을 창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정원 한국창직협회장은 “귀농귀촌 플래너, 협동조합 플래너 등 이미 활성화된 직업도 있지만, 창직에 적합한 새로운 직업이나 해외에만 있는 신직업도 주목할 만하다”며 “그동안 1차 산업에만 머물러있던 농업이 6차 산업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미래 직업이 창출될 수 있는 창직 분야로 급부상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이 농업·농촌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유망일자리를 발굴하고 소개하기 위해 진행한 ‘농업·농촌 유망일자리 발굴조사’ 결과를 지난 9월 내놨다. 이 연구에서 선정된 50개 일자리가 흥미를 끈다. 농산물 생산 및 지원, 6차 산업화, 농촌 삶의 질, 정보통신기술(ICT) 등 융·복합, 농촌지원서비스, 국민생활, 환경·에너지 등 7개 분야에 걸쳐 다양한 창직 대상 직종이 선보였다.
△농산물 생산 및 지원 분야 친환경 병해충방제·도시농업·곤충 전문가 등.
△산업화 농촌체험 해설사, 농촌교육농장플래너, 마을기업 운영자 등.
△농촌 삶의 질 분야 치유농업 전문지도사, 돌봄농장운영자, 식생활교육 전문가 등.
△ICT 등 융·복합 부문 정밀농업기술자, 스마트농업 전문가 등
△농촌지원서비서 분야 귀농·귀촌 플래너, 협동조합 플래너 등
△외국에만 있는 일자리 수력공학자, 그린마케터, 동물관리전문가(이상 미국), 농업·농장검시관, 지역사회개발자, 지역사회교육코디네이터(영국), 마을도우미, 식물의사, 동물심리학자, 공급관리체인(독일) 등.
보람 찾는다면 사회공헌 제격
창직을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창업과 마찬가지로 창직을 위한 전문적인 교육과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기관이 나서 창업과 동일하게 인큐베이팅을 제공하고, 실질적인 사업 안정화 단계에 이를 때까지 마케팅, 브랜딩, 상품기획, 경영지원 등 다양한 사업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관점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창업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창직이 아니라 창업적 마인드로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것. 따라서, 반드시 경제적 부와 이윤을 창출하는 창직이 아니어도 자신의 소질과 능력을 발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창직의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재룡 한국은퇴연구소장은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일이란 좋은 일자리에 재취업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일자리’와 ‘일거리’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면 은퇴생활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한다.
우 소장은 “일자리는 급여를 받으며 회사의 방침에 따라 일을 해야 하는 직업을 말한다. 반면, 일거리는 조직에 속하든 안 하든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을 말한다. 대부분 일거리는 보수가 적지만 반대로 보람 있는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