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증권회사에 입사한 박 상무(50). D증권 투자전략팀 재직시 6년간 베스트 애널리스트 10위안에 선정됐으며, 경제TV 주식방송 출연, 경제일간지 고정칼럼 기고 등 회사 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계열사의 자산운용사 주식운영팀를 거쳐 시중금고 투자팀에서 근무했고, 다른 자산운용사의 임원으로 스카우트돼 줄곧 투자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최근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사를 그만뒀다.
경력을 살려 재취업을 준비했지만, 오라는 곳이 없었다. 한 달 넘게 쉬다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다름 아닌 물류회사의 창고업무직으로 머리보다는 몸을 쓰는 일이었다. 상자를 들고 옮기는 창고업무를 마치고 집에 오면, 밤마다 붙이는 파스값이 더 들어가는 듯했다. 시급 7000원 받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억대 연봉 시절을 생각하면 세상이 뒤집힌 것 같은 심정이지만, 마음을 많이 내려놓은 것 같다. 그래도 몸 쓰는 창고관리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은 마음은 없다.
박 상무가 원하는 취업방향은 크게 3가지다. ①금융권 재취업 ②제조업체 재경팀 취업 ③경제교육 강사 등이다. 이 가운데 금융권 재취업은 현재 상황이 어렵고, 재취업이 돼도 얼마나 오래 근무할지 불분명하다. 제조업체 재경팀 재취업의 경우 현재의 경력만으로는 경험과 역량이 부족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박 상무와 같은 50대 경력직이라면, 법인세법, 지방세법, 정부정책자금이나 R&D자금 활용 등 절세와 정책자금 심사 및 운용에 관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앞으로 세무회계 학원수강이나 전산회계 자격증 취득 등 준비가 필수적이다. 또한, ‘더존’ ‘영림원’ ‘SAP’ ‘오라클’ 등 회계·ERP프로그램 사용법도 배워야 실무 적응이 수월하다. 경제교육 강사직은 증권사 재직시절 방송출연과 강의 경험이 있는 박 상무의 적성과 능력에도 적합해 보인다. 강의 대상에 맞춰 강의교안을 만들고, 초중고교나 교육업체 등을 통해 시장에 진입한다면, 증권금융, 경제교육 강사로서 성장이 가능하다. 다만, 강사로서 이름을 알리고 자리를 잡으려면, 1~2년 정도 준비와 적응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버틸 수 있는 재정 대책이 필요하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D생명 영업소장, Y캐피탈 리스금융팀에서 근무했던 강 부장(52), 7년 전 퇴직 후 커리어컨설턴트 교육을 받고, 민간 전직지원기관에서 여러 해 동안 계약직으로 상담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현재는 신용평가정보회사 영업팀에서 일하고 있으나, 성과급제로 급여를 받기 때문에 수입이 불안정하다. 그의 적성에도 맞고 재취업 의사가 있는 직업상담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일하기 위해서 그동안 미뤄온 직업상담사 자격증 취득을 권장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중장년층 남성 재취업자의 직종 이동 분석’에 따르면 전문대졸 이상의 금융권 퇴직자 10명 중 2명 정도가 다시 금융권으로 재취업에 성공했다고 한다. 반대로 보면 8명은 다른 분야로 이동한 것이다. 이렇게 재취업이 힘든 금융권 퇴직자를 위해 정부는 다양한 지원책을 준비 중이다. 은행 등에서 5년 이상 재직하고 퇴직연금 분야에서 1년 이상 경력이 있으면 자격증이 없어도 퇴직연금 모집인 자격을 부여하고, 금융권 퇴직자가 중소기업 재무회계직으로 재취업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채용장려금 요건을 완화한다. 또한, 이들이 초중고교 금융교육 강사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가 취업지원 대책을 마련했다고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 만약, 퇴직연금 모집인으로 나선다면, 기업 영업 및 세일즈, 설득, 프레젠테이션 스킬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중소기업 근무를 원한다면, 해당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문화의 특성도 이해해야 적응할 수 있다. 피나는 자기계발 노력이 없다면, 모두 ‘그림의 떡’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