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육군에서 21년을 복무한 장 소령(50). 육군정보통신학교 교관을 시작으로, 국방부 조달본부, 수도군단, 교육사령부, 기갑여단 등에서 정보통신 관련 구매계약, 장비평가, 대외협력업무 등을 수행하며 참모총장표창 등 10회의 수상 이력도 있었다.
전역 후 군에서 지원하는 취업서비스를 받으며 구직활동을 지속했으나, 6개월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러던 중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의 재도약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실전면접 및 비디오코칭 시간이었다. 20명의 교육생 대부분이 모의면접에 나서기를 꺼려하는데, 가장 먼저 지원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화학 제조업체 총무팀’의 사장님 면접이라는 가정 아래 실전면접을 진행했다.
먼저 경력중심으로 자기소개를 요청했다. 자신감 있는 어투와 절도 있는 태도 등은 만족스러웠으나, 정작 내용이 문제였다. 나열식 표현으로 끝나 상대방에게 자신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했다. 두 번째 질문으로 기업의 총무업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해 보라고 했는데, 경영진과 직원의 가교역할 등 몇 마디 하다가 얼버무리고 말았다. 군복무시 자신이 자랑할 만한 성과를 말하라는 질문에는, 예산절감 사례를 설명했으나, 자신의 구체적인 역할과 이 같은 경험을 통해 앞으로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결시키지 못했다.
장 소령은 총무업무에 대해 좀 더 체계적인 학습이 필요했다. 또한, 앞으로 실무를 맡게 된다면 전문서적을 수시로 찾아볼 필요가 있으니 관련도서를 구입해 공부할 것을 권했다. 읽어볼 만한 책도 일러줬다. 이와 함께,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다양한 실무 정보를 얻는 것도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
기업의 총무업무는 자산관리 및 유지보수(건물, 토지, 공장, 기계설비 등), 사무환경관리(레이아웃, 사무집기 등), 복리후생지원(구내식당, 숙소, 근무복, 복지제도 운영 등), 법률사무(인장, 법인등본, 주주총회·이사회의사록 등), 행사관리(시무식, 승진자 임명식, 창립기념일, 워크숍, 체육행사 등), 인사관리지원(규정관리, 근태·휴가관리, 입·퇴사 직원관리 등), 문서관리(공문·계약서, 서식관리, 파일링시스템 등), 전산관리(파일서버,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전산장비 등), 소모품관리(사무용품, 전산소모품 등), 보안관리(보안시스템, 당직 등), 차량관리(렌트, 리스, 주유, 배차 등), 보험관리(화재, 자동차, 보증보험 등), 응대 및 접수업무(VIP 및 방문고객 의전, 우편물, 주차관리 등) 매우 다양하다.
총무업무는 어느 회사나 똑같다고 하지만, 업종, 직원수, 건물·공장 소유 여부, 조직구성 등에 따라 업무분장(부서별 담당업무를 구체적으로 구분·정리한 문서)에 차이가 많다. 조직구성도 총무팀, 총무인사팀, 인사팀 총무파트, 경영지원팀 등 기업마다 다르다. 규모가 큰 기업은 대부분 총무팀과 인사팀이 별도로 분리되고, 규모가 작을수록 총무, 인사팀 구분 없이 업무를 폭넓게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장 소령과 같은 장교출신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총무부서가 독립된 회사가 적합하다. 체육대회, 부대개방행사, 대외협력행사 진행 등 행사책임자로서의 경험과 사고예방, 무사고 부대 선정 등 보안 및 안전관리 책임자로의 경험을 통해 행사 및 안전관리 전문가로 느껴질 수 있도록 이력서를 수정하고, 면접 준비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아울러 채용하는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총무 경력을 가진 다른 여러 지원자와 비교해 회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뽑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장 소령의 구직활동과 관련해서는 대학 전공(화학)을 살린 화학업체 취업도 좋지만, 군 경력과 보유 학위(컴퓨터공학 석사)를 살릴 수 있는 분야, 예컨대 정보통신 또는 방산 업체를 대상으로 취업의 범위를 넓히고, 대형 아웃소싱업체의 총무 관리자 채용공고에도 눈을 돌려 볼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부족한 실무지식과 경험은 독서, 커뮤니티, 교육을 통해 꾸준하게 메워가야 한다.
전역장교는 투철한 책임감이 최고의 강점이다. 여기에 직무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더해야 한다. ‘강한 책임감+전문지식과 경험=취업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