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형 50플러스코리안 회장
한주형 50플러스코리안 회장

2005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에서 ‘노년학’을 전공했습니다. 그에 앞서, 한국에서 금융전문가로 일하던 중 미국에 거주하던 아내가 몸이 아팠습니다. 정리하고 아내 곁으로 날아갔습니다. 이를 계기로 인생을 되돌아보게 됐고, 새로운 각오로 뒤늦게 노년학을 공부했습니다. 이후 2008년, 대기업 계열 보험회사의 노년전문위원으로 다시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그 해 찾아온 금융위기, 그리고 흔들리는 50대를 목격했습니다. 이들에게 잠시 쉬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2013년 ‘50+코리안’을 설립했습니다.주인공, 한주형 회장을 만났습니다.

Q. ‘50+코리안’은 어떤 단체인가?

A. 한국에 들어온 2008년, 퇴직연령이 너무 빨랐다. 친구, 선배, 후배들의 이야기였다. 이들의 삶이 흔들리고 있었다. 50대, 이들의 삶을 굳건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재교육이든, 인식의 전환이든, 새로운 기술 습득이든 새로운 출발이 필요해 보였다. 2011년 퓨처모자이크연구소에 이어, 2013년 비영리사단법인 ‘50+코리안’을 설립했다. 젊은 장년들이 소통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자는 취지다.

Q. 핵심사업은 무엇인가?

A. 지금껏 살아오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을, 이제는 고민해보자는 제안이었다.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충격과 체험이 필요하다. 내가 우연히 노년학에 빠져들었던 것처럼, 다른 분들에게도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서로 나누고 공유하면서 스스로 할일이 무엇인가 고민하고자 한다. 그래서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비슷한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새로운 사귐, 연결이다. 수 십 년 이어온 직능을 소규모 커뮤니티에서 배우고 나누면서, 자신의 새로운 일을 찾자는 것이다.

Q. 그래서 실제로 추진한 사업은?

A. 최근 서울시와 ‘스마트영상작가’ 양성교육을 시작했다. 10주 동안 퇴직 영상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디지털을 접목시킨 교육을 진행한다. 영상자서전, 가족사, 기업사, 인물향토사 등을 상품으로 개발하는 신직업 만들기 프로젝트다. 아날로그 시대의 전문가들에게 디지털 교육을 제공, 새로운 일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액티브 시니어들의 커뮤니티를 목표로 하는 ‘50+코리안’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Q. 매주 인문학 강의도 진행하고 있는데.

A. 수강생 대부분이 퇴직 전 50대다. 인문학에 대한 갈증이 대단하다. 강사도 동갑내기다. 40여명의 청중들이 아침 일찍 자리를 채우고 종교, 철학, 역사 등 다양한 인문학 강의를 듣는다. 교육생들의 반응은 매우 뜨겁다. 좁은 공간, 많은 분들을 모시지는 못하지만 민간단체가 교육장과 카페를 마련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서울시와 매년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한다. 해외에서는 베이비부머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벤치마킹하면서 연구하고 있다.

Q. 얼마 전 디자인 전시회도 열었는데.

A.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디자이너들과 함께 유니버설디자인을 테마로 진행했다. 시니어와 장애인이 함께 가자는 취지였다. 수 만명의 사람들이 다녀갔고, 유니버설디자인으로 제작된 제품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국내에는 이 같은 용품을 판매하는 곳이 없다. 그래서 공익법인으로 (주)시니어허브를 설립했고, 을지로지하상가에 ‘타임브릿지’란 시니어용품 매장을 문 열었다.

Q. ‘타임브릿지’에선 어떤 제품을 판매하나?

A. 타임브릿지는 유한킴벌리, 노인인력개발원이 지원하는 공익법인이다. 현재 몸이 불편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활동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용품들이다. 유니버설디자인으로 제작된 제품들이 많다. 을지로는 사무공간 밀집지역이다. 한 건물에 8000~9000명의 젊은이들이 일한다. 이들에게 시니어용품 체험을 비롯해 노인복지제도를 알리는 거점이 되고 있다. 직원 2명도 시니어다.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차원이다. 전국적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모집하고 있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시니어에게 적합한 의미 있는, 생산적인 사업을 계획하는 분들을 점주로 모시고자 한다.

Q. ‘타임브릿지’ 판매 제품 특성은?

A. 타임브리지는 ‘수익을 통한 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사업비전으로 하는 공익유통기업이다. 소비자가 타임브리지의 제품을 구입할 때마다 시니어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게 된다. ‘모든 이들을 위한 활동적인 삶’(Active Life)을 지향하는 타임브리지는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기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Universal Design) 스토어다.

서울 을지로3가 지하상가에 자리한 20평 규모의 타임브리지 매장에는 700여 가지 시니어 용품이 진열돼 있다. 돋보기, 손톱깎기, 찜질기, 쉽게 병을 따는 도구, 안마기, 영양제, 보청기 등 헬스용품부터 주방도구까지 시니어들의 생활에 필요한 제품들이다.

Q. 고객 반응은 어떤가?

A. 지하에 위치해 처음엔 이용객이 적었지만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제대로 홍보하지도 않았는데 매출이 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매장을 ‘노인전문’으로 규정지으면 다른 세대와 소통이 막힐 것을 우려해 ‘타임브리지’란 이름을 지었다.

타임브리지는 ‘시간을 연결한다’는 뜻도 있지만,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가교’라는 뜻을 내포한다. 시니어 용품뿐만 아니라 연령을 떠나 모든 세대가 쓰기 편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접목된 제품들을 판매한다. 타임브리지의 고객은 시니어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다.

Q. 앞으로 계획은?

A. 타임브리지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2명. 모두 60세 이상 시니어다. 타임브리지가 보건복지부로부터 고령친화기업으로 인증받았고, 시니어 일자리 창출이 주된 사업목표이기 때문이다. 타임브리지가 ‘소셜체인’(사회적 공동브랜드) 구축 지원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사업모델을 공동 브랜드화해 100여개의 가맹점을 모집할 계획이다. 가맹점마다 시니어를 직원으로 채용할 경우 시니어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고령친화산업이 부문별로 시장이 형성되고 활성화되는 단계다. 앞으로 5~10년 후에야 안정된 시장으로써 자리가 잡힐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기사는 2015년 8월 20일 작성된 것으로, 재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