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 전후 재취업과 창업, 사회공헌활동, 귀농귀촌 등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그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제2 인생의 모습도 달라집니다. 따라서 무엇을 하든 그것은 ‘새로운 일’이 아닌 ‘새로운 삶’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창업을 통해서 이전보다 훨씬 활기차고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을 불태우는 시니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일하는 즐거움과 자부심을 느끼며 하루하루 보내다 보니 몸도 마음도 젊어졌다고 합니다. 성공창업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시니어 사례입니다.
창업자들을 만나다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나이가 많아서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다. 장사가 잘되는 가게일수록 하루 일과는 바쁜 경우가 많아서 더욱 지칠 법도 한데, 오히려 그런 가게 사장님들 얼굴에서 활력이 더 넘친다. 예순, 일흔이 넘은 나이에 탄탄한 피부 탄력을 자랑하기도 하고, 동년배들보다 체력도 좋다.
혹시나 해서 장사가 잘된다는 즐거움에 젊음을 유지하게 되는 것인지 질문해보면, 오히려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몸도 마음도 늘어졌다가 창업 이후 활력을 되찾았다고 대답하는 이들이 많았다. 사람이 살지 않는 옛 시골집들은 어느 순간 갑자기 낡아지고, 심하면 집이 무너지기까지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다. 퇴직 후 갑자기 주름살이 늘면서 늙어버린 가장들의 모습을 우리는 자주 접하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로
마치 사람이 사는 동안 집 안에 적당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것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는 바쁜 일상이 때로는 선물이 될 수도 있다. 안산시 라성호텔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종만 씨. 활기찬 표정과 젊은 목소리에 청년 창업가인가 싶어 나이를 물었더니 50대 중반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이 가게는 같은 상가 안에 경쟁점이 7개나 있는 초밀집 경쟁 지역에 있다. 그러나 고른 매출이 말해주듯 테이블이 7개밖에 없는 비교적 작은 매장이지만, 한번 찾아온 손님들이 멀리 이사를 간 뒤에도 다시 찾아올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씨가 꼽은 것처럼 맛도 맛이지만 이 씨의 밝은 미소와 친절함이 사람들을 가게로 이끌었다. 인터넷 상에서도 친절한 사장님의 싹싹한 성격 때문에 가게를 즐겨 찾는다는 글을 볼 수 있다.
처음 매장 홍보 때, 인근 호텔 프런트 직원들과 자주 왕래했던 것도 주효했다. 호텔을 찾은 외국 손님들이 치킨을 시킬 경우 이종만 씨의 치킨집을 연결해주곤 했다. 새로운 고객 활로를 하나 더 찾아낸 것이다.
젊게 사는 창업자의 ‘웃음 고리’
이런 그도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고민이 컸다. 20년 넘게 인근 안산 반월공단에서 일했던 그였다. 익숙했던 일을 접고 시작하는 새로운 도전이 큰 걱정이었다. 그런 그가 제일 먼저 가진 생각은 ‘내가 뭘 잘하지?’라는 의문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면 가장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고른 것이 ‘치킨 사업’이었다. 평소 즐겨먹던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 본사를 선택한 것이다. 물론 유명한 브랜드라는 것만 믿고 사업을 시작할 수는 없었다.
본사의 직원과 면담을 가지며 가맹본부 시스템과 안정적 물류망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무엇보다 준비과정에서 본사가 보여준 성실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사람을 믿고 시작한 사업이었다. 그만큼 자기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모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가 늘 웃음 지으면서 손님을 맞이한 것도 그런 시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웃으니 손님이 늘어나고, 손님이 늘어나니 매상이 올라가 웃음을 짓게 될 수밖에 없었다. 좋은 순환, 그야말로 멋진 ‘웃음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도 이종만 씨는 창업을 시작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확신한다. 자신이 좋아한 일이었던 것이 남들에게 자랑할 만큼 잘하는 일이 되었다는 것은 그에게 큰 자부심이었다. 인생에 있어 성공의 여부는 돈을 많이 버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즐겁게 살 수 있는가에 달렸다고 그는 말한다.
사람의 얼굴에는 약 80개의 근육이 있다. 그 중 웃을 때는 16개의 근육을 사용하지만, 화내거나 찡그릴 때는 나머지 모든 근육을 사용한다고 한다. 찡그리는 일이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보면, 오히려 쉽게 웃는 것이 건강과 젊음을 위해 좋지 않겠는가. 더불어 일에 대한 성공까지 불러온다면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만조다. 오늘도 이씨는 맛있는 치킨과 함께 사람들에게 젊음의 미소도 나눠주고 있다.
내가 바로 청년 창업자
서울지하철 역사 내에서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하정평(73세) 씨는 무역회사를 경영하던 CEO 출신이다. 한때 ‘대한민국 산업호’에 승선해 일선에서 열정적으로 뛰다가, 재작년 2막 인생의 일터를 지하철역으로 정하고 매일 아침 향긋한 빵 내음과 커피향으로 사람들을 만난다.
얼핏 보면 50대라고 해도 믿을 만큼 건강하고 젊어 보이는 하 씨는 오전 8시를 전후로 매장을 찾는 고객들을 보면서 살아있다는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50㎡(15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하 씨를 포함해 모두 7명이 아침, 오후, 저녁 시간대 3조로 나눠서 일하고 있다. 작은 매장이지만 하루 200만원대 매출을 올리는 데다 고용창출에도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매일 같이 사무실에 출근해 앉아있던 시절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편하고 좋다고 그는 자신 있게 말한다. 일하기 위해서 두르고 있는 앞치마가 ‘챔피언벨트’처럼 느껴진다며 자랑했다. 젊음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맛있는 빵과 커피를 제공하는 것이 보람찬 일이라는 생각에 매일을 즐겁게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의 성공에 힘입어 그의 아내와 아들 모두 같은 브랜드의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 중이다. 일흔이 넘었지만 가족의 성공까지 책임지는 진정한 가장의 모습으로 서게 된 것. 남들이 보기에는 집에서 쉴 노년의 나이지만 그는 아직도 청년과도 같은 에너지를 간직하고 있다. 일하는 것을 힘들게 여기지 않고 활력을 더해주는 원천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일이 아닌 새로운 삶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인 은퇴시기에 접어든 이후 50대 창업 비율은 실제로 크게 늘어났다. 국세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4년 초반 15.3%에 불과했던 50대 창업자의 비중은, 25%를 넘어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40대의 비중도 32%를 넘어섰다. ‘백세인생’이라는 말이 인기를 끌다가 선풍적인 인기의 유행가로 나올 정도로 이제는 일상적인 단어가 되었다. 그런 것을 생각해보자면 40~50대의 창업은 말 그대로 인생의 절반을 도는 전환점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터닝 포인트’와도 같다.
오늘날 일본을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만든 근간에 있다고 불리는 ‘상도학자’ 이시다 바이간(石田梅岩, 1685~1744)은 진정한 상인이란 상대방과 자기가 모두 잘되게 하는 사람이며, 일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자기를 완성하는 수양과도 같다고 말했다.
창업은 ‘새로운 일’이 아닌 ‘새로운 삶’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할 때 가지는 올곧은 마음가짐은 단순히 ‘마음만은 편안하자’는 임기응변이 아니다. 오히려 그 사업을 번창하게 만들고 기쁨을 되돌려주는 ‘잘 포장된 길’의 출발선이다. 새로운 인생의 목표를 갖고 도전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같이 ‘자신으로부터 되돌아오는 기쁨’이 함께 하기를 힘차게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