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조명 시장점유율 상위권 업체의 제품개발부서에서 10년 넘게 경력을 쌓은 주 과장(43), 직속 팀장이 갑자기 퇴사하면서, 그 업무의 대부분을 인수받았다. 일은 산더미처럼 쌓이고, 팀장충원 계획은 없었다. 결국 과중한 업무와 팀장 역할에 대한 부담감을 이기기 못하고 무작정 사표를 던졌다.
완성차 1차 협력사의 총무팀에서 근무한 성 과장(41), 재직기간 중 회사의 매출은 3배, 생산직을 포함해 직원은 2배가 늘어날 만큼 회사는 성장했다. 총무업무의 특성상 회사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일도 늘었다. 인사·총무업무부터 공장의 HSE(Health Safety Environment, 안전·환경·보건) 업무까지 추가됐고, 요구되는 업무수준도 높아졌다. 야근은 일상화되고, 업무에 대한 중압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지속적인 인력충원 요청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한 내 일처리만 강요받았다. 결국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재충전을 위해 퇴사를 결심했다. 결혼 후 처음 아이들을 데리고 3개월간 해외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성 과장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
중장년 직장인, ‘번아웃 증후증’ 심각
앞의 두 구직자의 공통점은 많은 업무량으로 인한 잦은 야근 등으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뒀다는 것이다. 이는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신체·정신적인 극도의 피로감으로 기력이 소진한 상태인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과 맞닿아 있다.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OECD 평균 1765시간보다 훨씬 높은 2090시간(1일 평균 10시간 30분)에 달한다.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의 조사에 따르면 이직 경험이 있는 직장인 중 절반이 넘는 사람이 ‘충동적으로 퇴사 및 이직을 결정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 퇴사 이유로 ‘대인 갈등’ ‘잦은 야근 등 근무환경 불만족’ 등의 순이었다.
우물 안 개구리 극복, 부족역량 계발해야
앞서 예를 든 주 과장의 경우 또 다른 실수는 채용시장을 오판했다는 점이다. LED조명 시장은 대기업부터 중견·중소기업까지 많은 업체가 시장에 진입해 경쟁이 격화됐다. 이직할 업체도 많고, 기술직이기 때문에 쉽게 회사를 옮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성장가능성만 믿고 시장에 뛰어들었던 기업들은 내수시장의 한계 등으로 자연스럽게 사업에서 철수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실제 채용수요는 많지 않았다. 연구실에서 기술개발에만 몰두하던 주 과장은 자신의 기술과 경력만 믿고 외부상황은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앞으로 자신의 전문분야 외에도 시장상황, 업계 트렌드까지 시야를 넓혀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또한,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관리(PM) 등 팀장 또는 관리자로서 업무수행에 필요한 공통역량과 경영진과의 의사소통능력을 키워야 재취업은 물론, 직장생활에 성공할 수 있다.
자신의 강점을 찾아 이를 극대화하자
성 과장의 경우 일반적인 인사총무직으로 취업한다면, 전체적인 근무경력, 근속기간, 나이 등 여러 면에서 경쟁력이 부족해 보였다. 송 과장의 성공적인 재취업을 위해서는 기존의 업무경험을 살린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이전 회사에서 환경경영시스템인 ISO-14001, 안전 보건 경영시스템인 OHSAS 18001 인증 업무경력을 살려 재취업을 준비하는 것이다. 환경·안전분야는 전기전자, 자동차·기계 등 다양한 업종에서 대기업은 물론 협력업체까지 채용수요가 증가하는 직무다. 자신의 강점을 찾아 이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공백기를 자기계발의 기회로 전환시키자. 회사에 출근하듯 아침 일찍부터 도서관에 가자. 환경·안전 전문서적을 통해 부족한 지식을 채우고, 이를 경력기술서와 면접을 통해 어필해야 한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전문자격증 취득에도 도전하자. 안전·환경분야의 강의와 컨설팅을 준비하는 것도 10년 후 미래를 위한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