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남 방통대 석좌교수 특강④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프라임칼리지가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과 ‘노후준비’의 의미를 재탐색하는 특강을 5회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강사는 유니세프(Unicef) 한국위원회 사무총장·한국인 최초 IMF 상임이사를 역임한 오종남 방통대 석좌교수. 오 교수는 ‘21세기 나의 인생, 세 번의 30년을 준비하라’는 대주제로 ▲우리가 살아갈 21세기의 특징 ▲과거 세대와 우리 세대의 삶의 차이 그리고 그 의미 ▲나의 노후 설계:세 번째 30년을 미리 준비하라 ▲엑션플랜(Action Plan):각 연령층 별 행동강령은? ▲참 행복의 열쇠:배움과 나눔 등의 소주제를 놓고 강연했습니다. 청중과 질의응답 방식으로 진행된 오종남 교수의 강연을 연재합니다.
Q. 50대 초반이다. 부모님을 모시며 3대가 살고 있다. 부친께선 모친과 함께 하려지만 어머니는 아직도 자식들에게만 헌신하신다. 어린 자녀들은 오직 자신만 생각한다. 중간에서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좋은가?
A. 모든 세대가 자신의 입장에서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질문자의 사례처럼, 우리나라 부모는 고령에도 오직 자식 뒷바라지에만 전념한다. 그러나 자식은 부모의 노후를 걱정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대학 입시가 끝나면 자녀는 부모와 거리감을 두고 자신만의 세계를 원한다. 조금만 눈을 돌려 함께 사는 가족을 배려하는 마음이 아쉽다. 긴 안목에서 내가 아닌 다른 가족구성원의 입장을 생각하자. 현재 50~60대의 노후준비라는 관점에서, 가족을 넓은 의미의 남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결국 남이 될 자식에 대한 뒷바라지가 아닌, 나의 노후준비를 시작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가족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면 차후 서로의 실망감도 덜할 수 있다.
Q. 자녀가 첫 번째 30년을 마무리할 단계다. 그러나 여전히 교육비를 대 주고 있다.
A. 현실적인 예로 풀어보자. 동일한 금액의 교육비라면 대개의 아버지들은, 자녀가 20대 후반에 실용적인 교육을 받아 하루빨리 직장 다니길 원한다. 하지만 어머니들은 다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더라도 더 나은 학력을 갖도록, 학벌 중심으로 밀어주려 한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대개 친구 자녀와의 비교에 의한 결과다.
현재와 같은 추세로 고졸자 100명 중 70명이 대학에 진학하는 사회가 지속된다면 대졸자 전원의 취업은 불가능하다. 최근 사회적으로 선취업 후진학을 장려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좋은 대학’을 나와도 취업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청년실업이 심각하지 않은가. 우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적절한 직업교육을 통해 취업하고, 이후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따라 대학에 입학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가 자녀의 과도한 뒷바라지에서 해방되고, 자녀도 취업하기 위해서는 먼저 엄마들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
Q. 재취업을 원하는 50대 경력단절여성이다. 어떤 일에 도전하는 것이 좋겠는가?
A.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사회가 급변하면서 직업도 함께 변한다. 직업은 늘 ‘신생소멸’한다. 전문직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언젠가 사라질 사양산업에 속하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과거 타자수는 전문직에 속했다. 지금은? 사업이나 장사 경험이 없다면 무리한 창업으로 남은 자산을 모두 잃는 것보다 재취업이 훨씬 안전하다. 그런데, 중장년의 재취업도 걸림돌이 많다.
첫째는, 자신의 성공적인 커리어에 과도하게 집착한 나머지 재취업에 실패하고 좌절하며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다. 특히, 대기업이나 공기업 퇴직자들이 그렇다. 둘째, 중장년층의 재취업에서는 매몰비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비싼 영화표를 끊어 극장에 들어갔을 때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스토리의 재미없는 영화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계속 관람하면서 시간을 헛되이 쓸 것인가, 아니면 과감히 박차고 나와 그 시간에 다른 보람된 일을 할 것인가. 젊은 시절에는 적성과 소질에 맞지 않는 일도 그럭저럭 지속할 수 있지만 중장년 이후엔 다르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 무엇인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Q. 나이가 들어 생계비가 절실한데, 자녀들은 외면하고 있다.
A. 전적으로 부모의 잘못이다. 자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며 왕처럼 떠받들며 교육했기 때문이다. 패륜을 범하는 자식들의 뉴스가 종종 들린다. 그 자식들이 아니라 부모의 잘못이다. 평범한 가정에서도 잘못된 교육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엄마는 ‘막장불륜’ TV 드라마에 푹 빠져 있으면서 같이 보려는 딸에게는 공부하라고 윽박지른다. 딸이 그 엄마에게 무엇을 배우겠는가. 자녀의 잘못은 다른 사람이 아닌 부모의 잘못이다. 자녀들이 소중하다면, 어른이 돼서 기본적인 책무는 다하며 어른답게 살아가도록 교육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노인자살률이 높은 이유도 정신적 가치를 대가로 물질적 풍요를 얻었기 때문이다. 자녀들에게 지덕체(智德體)를 교육해야 한다.
Q. 보람된 일을 하고 싶다. 어떤 일이 있을까?
A. 인간이 하는 일을 크게 나눠보자. 우선, 먹고 살기 위한 일은 직업이다. 그 이외, 자신의 만족을 위해 즐기는 일이 있다. 레저, 자원봉사 등 취미활동이다. 취미활동은 다시 자신의 즐거움만 추구하는 단순취미활동과 개인적 보람과 사회적 기여를 동시에 충족하는 사회적 취미활동이 있다. ‘소셜 레저’(Social Leisure)라 부르기도 한다. 노인요양시설 봉사활동이 좋은 예다. 퇴직 후 새로운 공부에 도전하며 급속히 변하는 사회변화에 부응하는 것도 매우 생산적인 취미활동이다. 퇴직 후에도 먹고 사는 생계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면 당연히 직업 활동을 계속해야 한다. 기본적 욕구를 충족할 정도의 준비가 됐다면 사회적 취미활동을 권하고 싶다.
Q. 20~30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A. 현재의 20대는 100세까지 생존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런데 요즘 20대는 캠퍼스에 갇혀 무작정 취업공부만 한다. 다행히 취업한들, 앞으로 80년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청사진을 준비하고 있는가. 대학원 진학상담을 요청한 한 학생은 무엇을 전공할지 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학비는 ‘당연히’ 부모님이 내 주시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수재가 아닌 경우 대학원 진학을 만류한다. 도피처로서 대학원에 진학할 것이 아니라 우선 눈높이를 낮춰 취업할 것을 권한다. 어차피 입사 후 1~2년은 교육기간이다. 사회학교다. 스스로 돈을 벌며 직장과 사회를 배운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값진 일인가. 부모님께 받아쓰는 용돈의 소중함도 깨우칠 수 있다. 이후 실질적인 직업적 필요와 능력개발을 위해 얼마든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다.
Q. 30대 중반 골프강사다. 생활체육지도사로 전직하려는데.
A. 적극 찬성한다. 20세기 대비 21세기의 가장 큰 특징은 매우 빠른 변화 속도다. 지금의 20~30대는 21세기의 급속한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앞서 강조했지만, 사회변화에 따라 직업은 변화하기 마련이다. 일부 특권층의 스포츠로 여겨졌던 골프는 1970~80년대 정점을 찍고 점차 대중화되면서 회원권의 투자가치도 폭락하고 있다. 일본은 전성기의 10분의 1로 가치가 하락했다. 모든 국민에게 일상화되고 있는 사회체육의 미래가 더 밝아 보인다. 고령화에 따라 사회체육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Q. 40대 중반 주부다. 일과 가정의 균형이 너무 어렵다. 자녀와의 소통도 힘들다.
A.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이 사적인 자리에서 “엄마들이 아이 낳아 기르기 좋은 나라가 복지국가”라고 말하더라. 정부도 여성들의 일과 가정 양립이 얼마나 어려운지 통감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현실이 가장 안타깝다. 사회 전체의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육비와 사교육비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이는 국가의 책임이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하면 우리나라도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자녀 교육과 관련해서는 ‘세 번 듣고 한 번 말하기’를 실천해 보자. 부모가 자녀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고 명령하듯 일방적으로 쏘아붙이면 아이들은 마음을 닫아버린다. 어른들의 관계에서도 말 잘하는 친구보다 잘 들어주는 친구가 또 만나고 싶지 않던가. 자녀에게도 다시 만나고 싶은 친구처럼 잘 들어주는 부모가 되자.
오종남 교수는…
1952년 전북 고창 출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메소디스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경영학 석사 및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에 입문,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재정경제원, 대통령비서실 등을 거쳐 통계청장을 역임했습니다. 이밖에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서울대 과학기술혁신 최고전략과정 교수, 유니세프(Unicef) 한국위원회 이사 등 왕성하게 활동했습니다.
[싣는순서]
① “자녀에 ‘올인’ 말고, 당신의 노후 먼저 챙겨라”
② “21세기 자녀 교육, 지덕체(知德體) 부활시켜야”
③ “나의 노후 설계 : 세 번째 30년을 미리 준비하라”
④ 20~30대 자녀, 독립해서 사회 배우도록 내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