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남 방통대 석좌교수 특강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프라임칼리지가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과 ‘노후준비’의 의미를 재탐색하는 특강을 5회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강사는 유니세프(Unicef) 한국위원회 사무총장·한국인 최초 IMF 상임이사를 역임한 오종남 방통대 석좌교수. 오 교수는 ‘21세기 나의 인생, 세 번의 30년을 준비하라’는 대주제로 ▲우리가 살아갈 21세기의 특징 ▲과거 세대와 우리 세대의 삶의 차이 그리고 그 의미 ▲나의 노후 설계:세 번째 30년을 미리 준비하라 ▲엑션플랜(Action Plan):각 연령층 별 행동강령은? ▲참 행복의 열쇠:배움과 나눔 등의 소주제를 놓고 강연했습니다. 청중과 질의응답 방식으로 진행된 오종남 교수의 강연을 연재합니다.
오종남 방통대 석좌교수는 ‘우리가 살아갈 21세기의 특징’을 주제로 한 첫 번째 강연에서 “21세기의 인생설계는 세 번의 3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평소 강조하는 ‘30, 30, 30 법칙’에서 비롯됐다. ‘세 번의 30년’에서 첫 번째 30년은 부모님의 양육을 받으며 성장해 사회진출을 준비하는 30세까지 ‘자녀로서의 시기’를 말한다. 두 번째 30년은 자식을 낳아 가정을 이루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녀를 출가시키는 60세까지 ‘부모로서의 30년’이다. 마지막 세 번째 30년은 은퇴 이후 죽음에 이르기까지 맞이하는 ‘여생으로서의 30년’이다. 이번 강의 주제가 반영되는 시기는 세 번째 30년.
오 교수는 ‘우리가 살아갈 21세기의 특징’을 ‘고령화 및 저출산’으로 압축했다. 통계청장 재임시절(2002년 2월~2004년 9월) 급속한 고령화 현상을 생생히 목격하고, 저서 ‘은퇴 후 30년을 준비하라:행복지수를 높이는 노후설계’를 통해 경제학자로서 행복한 인생을 위한 삶의 자세에 대해 다양한 화두를 던져오던 참이다.
Q. 평균수명은 증가하고 있지만, 은퇴연령은 그대로다.
A. 15세 이상~64세 이하 생산가능인구는 부모세대를 부양하고, 자신이 늙었을 때 부양할 자녀를 출산해 양육하는 의무를 갖는다. 그런데 양육비가 턱없이 비싸다보니 정부가 출산장려금을 지급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 출산율이 1.2명인 상황이 계속된다면 20~30년 뒤에는 노인을 부양할 젊은이가 없어지게 된다. 현재의 50~60대는 부모부양과 자녀양육을 동시에 책임지고 있다고 해서 ‘샌드위치세대’ 또는 ‘낀세대’라 표현하기도 한다. 이들은 부모에 효도한 마지막 세대이자 효를 받지 못하는 첫 번째 세대가 된다는 의미에서 ‘말초세대’라 부르기도 한다.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하면 젊은이들의 취업이 곤란하게 돼 세대갈등이 빚어진다. 경제성장 속도는 느리고, 일자리 창출에도 한계가 있으니 일자리를 놓고 세대갈등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가 어떠한 정책을 내놔도 신속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당장은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Q.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A. 첫째는, 자녀에 올인(all-in)하지 말고 하프인(half-in)만 하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평균수명이 50~60대에 불과했고, 부양할 자녀도 많았으니 ‘자식농사’를 짓는 것이 자신의 노후를 대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 부양 자녀가 1~2명에 불과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스스로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자녀들이 부모를 부양하려 할 것인가. 이제 늙어서 자녀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자식사랑인 시대가 됐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인생은 ‘자식보험’에 모든 것을 헌신할 것이 아니라 ‘내 노후는 내가 준비한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21세기의 인생설계에서는 미래도 중요하지만 오늘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노후설계도 중요하지만, 40대와 50대의 인생도 중요하다. 오늘을 살아가며 마치 자식이 미래의 전부인양 살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 자녀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부모로부터 독립하는데, 부모는 자녀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노년기에 가장 중요한 사람은 자식이 아니라 배우자다.
Q. 모든 가정에서 ‘부부’는 없고, ‘엄마, 아빠’만 존재하는 것 같다.
A. 자녀들은 만고강산 귀여운 내 아이로 남지 않는다. 그들은 언젠가 반드시 독립하고 부부만 남는다. 부부는 자녀중심에서 벗어나 부부중심으로 사는 연습을 해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남성은 직장생활을 하며 직장동료들과 어울려 살아간다. 일과 결혼한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직장에서 퇴직하면 직장동료들도 사라진다. 남성은 결국, 집안에 들어앉아 ‘삼식(三食)이’가 된다. 반면, 여성은 전업주부라도 지속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한다. 여성은 남편의 은퇴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나름의 행복을 찾아간다. 자신이 은퇴한 후 아내 옆에 있으면 반겨줄 것이란 생각은 남편의 착각이다. 따라서, 남편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내와 친해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Q. 준비된 노후자금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하나?
A. 언론이 ‘은퇴 후 평균 노후자금이 얼마가 필요하다’고 보도한다. 만약, 평균 5억원이 필요하다는데 나에게는 3억원 밖에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언론보도를 접하고 불안한 나머지 부족한 노후자금 확충을 위해 사업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오히려 노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잘못된 선택이다. 언론보도에 현혹되지 말고, ‘내가 갖고 있는 자금에 맞게 살아가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을 가져야 한다.
Q. 행복을 위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첫째, ‘행복지수’라는 개념을 공유하고 싶다. 행복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분모, 얻는 것을 분자라 하고, 이것을 행복지수라 정의하자. 행복지수가 커질수록 인간은 행복하다. 보통 원하는 것(분모)을 극대화하고, 가능한 많은 것(분자)을 얻으려 한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자. 얻는 것이 변함없을 때 원하는 것을 줄이면 행복지수는 증가한다. 100분의 80이 행복하다면, 90분의 80은 더욱 행복할 수 있다. 만약, 원하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면, 이를 덤이라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스스로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둘째, 자신과 남을 적극적으로 비교해야 한다. 흔히 행복을 위해 남과 비교하지 말라는 말을 한다. 비교할 때 위만 바라보기 때문에 잘못이다. 나보다 행복한 사람만 올려볼 일이 아니다. 전후좌우로 돌아보면 나보다 힘든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는다면, 아래를 봐야 한다. 나보다 불행한 사람이 있다면 베풀자. 나눔을 실천하면 최고의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정치·경제적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뤘지만 대신 남에 대한 배려는 잃고 말았다. 짝을 염려하는 마음, 부모님께 효도하는 마음, 이웃과 협동하는 마음을 되찾아야 한다. 식당에서 ‘깍두기 더 주세요’가 아니라, ‘깍두기 좀 맛없게 담그세요’라며 주문하면 서로 웃는 얼굴이 될 수 있다. 기대를 덜고, 감사하는 마음, 배려하는 마음이 행복의 지름길이다.
오종남 교수는…
1952년 전북 고창 출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메소디스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경영학 석사 및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에 입문,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재정경제원, 대통령비서실 등을 거쳐 통계청장을 역임했습니다. 이밖에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서울대 과학기술혁신 최고전략과정 교수, 유니세프(Unicef) 한국위원회 이사 등 왕성하게 활동했습니다.
[싣는순서]
① “자녀에 ‘올인’ 말고, 당신의 노후 먼저 챙겨라”
② “21세기 자녀 교육, 지덕체(知德體) 부활시켜야”
③ “나의 노후 설계 : 세 번째 30년을 미리 준비하라”
④ 20~30대 자녀, 독립해서 사회 배우도록 내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