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청은 노인 교통사고 및 사망 건수의 급속한 증가에 따라 노인 자동차 면허 갱신 시 전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뿐만 아니라, 유효기간도 이미 1년 전에 10년에서 5년으로 줄인 기간을 다시 3년으로 추가 단축하겠다는 계획안을 발표했다. 고령자의 운전면허 규제는 고령자의 교통사고를 줄인다는 단순한 정책을 넘어 고려해야 할 많은 여러 가지 측면이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이번에 경찰이 발표한 고령자 운전면허 규제 강화와 관련된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문제점들을 지적해 본다.
첫째, 경찰청에서 발표한 통계의 해석이 너무 단편적이다. 경찰청은 2011년에서 2015년 사이에 고령자가 일으킨 교통사고의 수가 69.6%로 크게 증가하였다고 했다. 만일 이 자료를 고령자 운전면허 규제를 위한 기초자료로 사용하려면 다음의 몇 가지 통계자료를 구해 더 깊이 있는 분석을 해야 한다.
즉, 그 기간 65세 이상 인구의 증가정도, 65세 이상 인구 중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는 인구수의 증가 정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 이유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이 기간에 65세 이상 인구도 거의 3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현 65~70세는 그 어느 때보다 자가용 운전을 위한 면허를 많이 내던 연령대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고령자의 운전미숙으로 인한 교통사고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하기보다는, 고령자의 인구수가 더 늘고 그 중 운전하는 인구가 늘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분모를 고려한 율(率)이 아닌 분자만을 본 통계자료의 단순한 해석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고령자의 교통사고율이 전보다 더 높아질 개관적인 이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
같은 기간 동안 고령자의 교통사고 사망자의 수도 34.7% 증가하였다고 하면서 운전면허 규제의 타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통계자료의 설명에서 교통사고 사망자의 의미가 불분명하다. 즉 발표한 자료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은 고령자 자신의 운전미숙에 의한 것인지, 다른 운전자의 잘못에 의한 사망인지 아니면 단순히 다른 사람들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다 일어난 사고에 의한 것인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고령인구의 급속한 증가에 비하면 교통사고로 사망한 고령자의 비율은 별로 사소한 사고보다는 심각하고 치명적인 교통사고율이 65세 이상에서 그 이하보다 더 높다는 통계를 보여주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또한 택시운전기사의 교통사고율은 따로 산출해서 고령자의 교통사고율에서 제외하여야 한다. 지금 젊은이들은 업무 부담보다 보상이 적다는 이유로 택시 운전을 기피하고 있어 택시기사 특히 임시직 기사의 대부분을 65세 이상의 고령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택시기사는 하루 종일 장기간 운전하게 됨으로 사고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65세 이상 고령 택시기사의 사고율을 제외해야 일반 고령자의 사고율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령자는 운전면허를 받고 운전해온 경력이 30, 40년 또는 그 이상 되는 분들이다. 운전 기간이 길면 그만큼 경륜이 쌓여 운전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무리한 운전을 하지 않는다. 운전을 잘못하면 자기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운전을 제한하며, 필요 이상의 속도를 내거나 장거리 운전 등을 자제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둘째, 75세 이상 고령자에게 일률적으로 인지기능 검사를 하겠다고 한다. 우선 75세를 기준으로 정한 근거와 그 이유가 타당해야 한다. 해가 갈수록 고령자의 건강수명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지기능이 어느 정도 저하되면 운전을 할 수 없다는 기준을 타당하게, 합리적으로 또한 과학적으로 정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비록 치매 환자라도 초기에는 운전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으며 특히 운전석 옆자리에 배우자라도 앉아서 방향을 정해주면 별로 문제가 없다고 한다.
75세 이상의 고령자들에게 인지기능 검사를 일률적으로 시행한다는 것은 운전면허를 얻으려면 자기가 치매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3년마다 증명해야 함을 의미한다. 운전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다수의 고령자는 이러한 검사를 하나의 모욕으로 인식하고 분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경찰이 나서서 어떤 연령 이상을 대상으로 일률적으로 인지기능 검사를 한다는 것은 고령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고령자의 인지기능에 문제가 있을 때 가장 먼저 알아보는 사람은 그분의 가족들이다. 그러면 가족들은 그분의 운전을 강력하게 제한하게 됨으로 인지기능에 문제가 있는 고령자의 대부분은 운전을 포기하게 된다. 이러한 관행을 볼 때 법적으로 이를 규제하는 것보다 스스로 자제하도록 본인과 가족에 교육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행정이라고 생각된다.
셋째, 자동차 운전은 이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대단히 편리하고 중요한 수단의 하나다. 공중 교통시설이 잘되어 있고, 식품을 구매할 곳이나, 식당이 주위에 많은 큰 도시 중심부에서는 차가 없어도 생활에 큰 지장이 없을지 모르지만 공중 교통시설이 발전하지 않은 대도시 외곽, 대부분의 지방도시나 농촌에서는 자동차가 없으면 생활을 영위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운전면허의 제한을 받으면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되고, 생활 활동 자체가 크게 위축된다. 심하면 수십 년간 살아온 거주지를 더 번잡한 시내로 옮겨야 할지도 모른다. 거주지역 등의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 많은 고령자는 이 규제를 차별로 받아드릴 수밖에 없다.
넷째, 마치 많은 나라에서 고령자에 대한 면허를 보편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같이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자의 운전면허를 규제하는 나라는 극소수이며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규제하지 않고 있다.
다섯째, 고령자 운전면허 규제 배경에는 그동안 고령자의 건강이 전보다 훨씬 향상되었음에도 고령자를 노인으로 호칭하면서 일률적으로 쇠약한 육체, 판단력 부족 등으로 운전 같은 힘든 일은 할 수 없는 부정적인 과거의 인식을 아직 그대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와 달리 나이가 70~80대가 되어도 전혀 노인의 모습이 없고 활동적이며 육체적으로 강건한 분들이 점점 많아진다. 운전면허의 규제는 건강한 고령자들의 삶의 영역과 삶의 질을 크게 낮추는 정책이다. 규제보다는 교육이나 설득 그리고 도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