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억머구리(참개구리) 뒷다리 뽑아 굽거나 삶아 먹기 좋아하는 여름방학 끝 무렵, 덕자네 상 할매가 돌아가셨다. 일흔 넘게 생활하시다가 3일 앓다가 영명하신 호상(好喪)이란다. 동네제일부잣집 덕자네 식구는 눈물이 날지 몰라도, 마을사람속마음은 얻어먹을 소고기국밥에 침 삼킨다. 갈라산막장마을 덧티골 사람들이 겹겹이 껴입은 가난, 소고기국밥은 꿈엔들 언감생심이었다.
덕자네는 초상 치를 때마다 소 한 마리를 잡는다. 소한마리 뼈와 뒷고기 넣은 가마솥장작소고국밥 맛! 지금 어디 그런 맛이 있기나 하겠나? 덧티골도 안동양반 곳이라 주희가례 관혼상제, 관례(성인식), 혼례(결혼식), 상례(초상), 제례(제사)를 충실히 지킨다. 상례는 살아 있는 인간세상인 이승에서 죽어 영원히 살 저승으로 가는 의식철차다.
플라톤과 기독교는 세상을 이승과 저승으로 둘로 나눴다. 이승은 살아 있는 지금 세상, 저승은 죽은 육체를 버리고 영혼(이데아)만이 영원히 죽지 않고 사는 곳이다. 독일철학자 니체(1844~900)는 “신은 죽었다”라며 저승과 신을 부정했다. 지금 신이 살아 걸어 나온다 해도 누구 말은 맞고, 누구 말은 틀리다고 답하긴, 답할 답이 없을 거야.
덧티골 가난한 집 장례는 3~5일장이나, 덕자네 상 할매는 7일장이란다. 드는 날(발인 전날) 저녁부터 발인 날 아침까지 상주는 곡을 하며 조문객을 받는다. 그때 부엌일하려 간 어매를 따라 초딩 3년 순돌이, 친구 덕수와 소고기국밥을 얻어먹으러 갔다.
문상마친 조문객은 햇볕 막으려 마당에 처 놓은 차알 밑에 펴 놓은 두 사람겸상자리에 앉는다. 상차림이 내려지면 큰 놋그릇소고기국에 하얀 쌀밥 말아 얼굴비지땀을 쏟으며 먹는다. 꿀꺽 침을 삼킨 순돌이와 덕수도 정지뒤쪽처마에 쭈그려 앉아 어른 2분 정도 놋그릇소고기국밥을 각자 한 그릇씩 해치웠다. 얼매나 맛이 좋았으면, 입에 넣기 바쁘게 목구멍으로 먹어갔을까?
부잣집 덕자네 초상을 어떻게 알았는지 안동읍내 각설이와 걸인패가 소고기국밥 두 끼를 얻어먹으러 10여명 넘게 해거름에 왔다. 이때 마을청년 7~8명도 왔다가 배가 불룩 나온 돈 많은 고인 둘째사위 ‘형달’한테 쫓겨났다. 초상집 담장을 쫓김으로 지나는 청년들은 “어씨 홍단 불렀 네” 거듭 내지르는 고함소리 뒤로 도망치는 발자국소리, 멀어지며 감춰 살아졌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다. 덕수와 순돌이를 비롯한 덧티골 아이들은 배가 불룩하고 뒷다리가 포동포동 살찐 억머구리를 ‘형달이’라 불렸다. 억머구리를 잡으려고 막대기로 풀을 툭툭 칠 때마다, 3/4박자 “형달이, 형달이”. 노래를 부렸다. 소고기국밥에 쫓긴 형들 화풀이였다. 텃티골 3~6살 아이는 요즘 TV에 비친 방글라데시 어린이처럼 단백질 부족으로 배가 볼록 나왔다.
어른들은 여름동안 아이 단백질보충으로 억머구리를 잡아 삶거나 구워 먹인다. 억머구리 뒷다리를 여름햇볕에 말려 보관했다가 겨울에도 먹였다. 아이 단백질보충을 위해 억머구리를 잡는 어른들까지도 3/4박자 그놈 형달이 노래가 따라붙었다.
덕수이느마야! 쌀밥으로 난 하루 세끼, 너무 출세해서 미안하다. 똑똑한 니도 쌀밥 먹지! 우리 언제 형달이 억머구리 추억이 춤추는 고향 덧티골에 한번 가자. 야이느마야 니한테 편지 붙이려 우편국에 와서야 생각났다. 주소 없는 덕수이느마야 니 한국에 살기나 사나? 옳고 그름에 기준은 내편이면 그름도 옮음, 네 편은 옳음도 그름이 된다. 기준 없는 기준에 사는 너와 나, 우리 모두가 너무너무 불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