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강릉단오제는 코로나19 때문에 약식으로 했단다. 바이러스는 인류보다 먼저 지구에 존재했다. 천연두바이러스, 기원전 1500년 경~ 1979년 동안 3~5억 명이나 죽임을 당한 후에야 겨우 인간이 승리했다. 이외도 흑사병(7,500만 ~ 2억 명 사망), 스페인 독감(사망자 수 5,000만~1억 명), 에이즈(사망자 수 4,000만 명)… 2020년 7월 6일 낮 12시(한국시간) 코로나19 실시상황판에 따르면 세계 확진자 1,145만 명, 사망자 648만 명 치사율 4.67%란다.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기도는 어느 종교든지 다 열심이다. 어떤 종교는 합동기도퇴치로 오히려 전염만 더 확충시키는 역을 한 꼴이기도 하다. 니체가 죽었다는 모든 신이 다 살아나도 바이러스는 못 이긴다. 종교는 고뇌에 찬 사람마음의 병은 몰라도 육체질병은 과학에 맡겨야 한다. 예년보다 빨리 온 더위, 어디를 가나 답답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다. 10여년 전 강원도 양양 지인을 우연히 여수에서 만나 식사를 대접했다.
식사 후 10여년 쌓인 회포는 마스크가 묵언을 시켰다. 그래도 주마등같은 추억, 2013년 5~9월까지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남애리 바다아파트에서 《길 없는 길에도 길은 있다》 집필을 했다. 바위와 산, 바다에 백사장까지, 고래사냥 영화촬영지이기도 한 남애항은 아파트에서 코닫는 지근거리였다. 나는 거의 매일 같이 어두운 밤에 나가 갓밝이 새벽에 항구로 돌아오는 고기잡이배 구경하러 항구에 갔다.
만선인 배 주위에는 장화에 비옷을 입은 억샌 아지매들의 고기 받는 고무다라이가 분주하다. 고무다라이에 담긴 고기는 바쁘게 경매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전국에서 횟감을 사러온 사람들의 왁자지껄 말소리와 파도소리가 함께 너울춤을 춘다. 손 마이크를 잡은 경매사 주술에 따라 살아 퍼덕이는 고기는 새 주인을 만나 어디론지 간다. 고깃배가 들어와 고기를 내릴 때 남루한 옷차림에 여인은 플라스틱 양동이에 배마다 고기 한 마리씩 동냥해 담는다.
동냥한 고기를 항구난전에서 회를 썰어 팔다 남으면 주문항에 도매로 넘긴다. 그 여인한테 회 3천 원 어치를 샀다. 회를 사면서 때론 이런저런 이야기를 10~20분 동안 주고받던 어느 날, 또래 정도 남자가 “어이 잘 되가나” 하면서 나를 향해 큰소리 물음을 던졌다. 난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두 손을 번쩍 들어 보이면서 “잘 되 간다.” 했다. 그런 후부터 그 사람과 가깝게 지내는 지인이 되었다.
일주일 정도 지난 어느 비오는 날, 아점을 먹고 어슬렁어슬렁 남애항에 산책을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빗속에 어떤 나체여인이 노래를 하면서 거리를 쏘다녔다. 어디서 본 듯하기도 한 여인, 먼눈으로 몇 번이고 자세히 뚫어지게 보았다. 항구난전에서 회를 파는 식이(가명) 어마이가 아닌가? 난, 어떻게 할 방법은 없었다. 혹시나 저러다가 죽으면? 하는 생각에서 112신고만 하고 집으로 오다가 마을 아낙을 만나서 답을 얻었다. 식이 어마이는 2008년 6월경 고기잡이 갔던 남편이 한 달이 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바다에서 잃은 남편 넋건지기굿을 했다. 넋건지기굿은 식이네 부엌에선 조왕굿, 안방에 시줏굿을 하루 종일 한다. 그 다음날 남편 ‘혼건지기’ 굿 하려 혼을 건져 담을 넋그릇과 재물을 실은 배는 2km 정도 바다로 나간다. 바다 배위에서 2시간 정도 굿판을 벌인 무당은 남편 혼을 담아서 하선했다. 육지에서 다시 천도재를 지낸다. 넋건지기 굿판은 뱃삯을 비롯해 있는 돈 없는 돈 다 잡아 먹는 하마다.
그로부터 3년 후인 2011년 6월경, 약혼녀가 있는 아들마저 바다에 빼앗겼다. 아들 넋건지기 굿판으로 빚더미가 된 식이 어마이가 정신 줄을 놓았단다. 남애항과 주문진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나 낯선 나그네인 나만 몰랐다. 어쩐지, 식이 어마이 회를 사는 사람이 없었다. 낯모르는 사람은 고기 파는 아지매 몰골이 너무 추해지고, 정신 줄 놓은 식이 어마이 아는 사람들은 혹시나 부딪칠까봐 멀리했다. 남루한 옷차림 여인의 회를 아무도 사 주는 사람 없으니, 고기 안 먹는 중인 나라도 보시차원에서 샀다.
2013년 강릉단오제 구경을 양양지인과 같이 갔다. 강릉단오제는 1967년 중요무형문화제 13호로 등록되었다. 2005년 11월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등재되어 인류가 보존해야할 문화유산이 되었다. 종이용선을 앞세운 뱃노래굿판에선 많은 사람이 모였다. 종이용선에 돈을 실으며 두 손 고이모아 몇 번이고 절을 하는 여인들의 긴 줄은 어부부인이 아닐까? 식이 어마이도 얼마 돈인지 배에 넣고 샐 수 없이 두 손 모아 큰절하다가 지쳐 한참을 굿판 누웠다가 어디론가 쫓겨났다.
양양지인으로부터 2018년 강릉단오제 초청을 받았다. 2013년 추억을 찾아 안성에서 강릉까지 굽이굽이 3시간 대관령 달려가 단오제 입구에서 지인을 만났다. 벌써 가버린 인연에 세월 5년 때문인지 너무 반가웠다. 2018년 동계올림픽 영향 때문인지, 행사는 5년 전보다 대규모였다. 남대천엔 두둥실 오리배가, 무당들과 귀신,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우리 선조님들의 살아 숨 쉬는 이야기 보따리가 주저리 각설이타령에 흘러 넘쳤다.
혹시나 식이 어마이라도 볼까? 해서 추억의 뱃노래굿판에 갔다. 다 떨어진 누더기 사이로 보이는 여인의 엉덩이, 헝클어질 대로 헝클어진 머리카락 자세히 보았다. 양양 남애항 사람들이 말하는 내 애인 식이 어마이었다. 초대한 지인한테 간다 온다 말없이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해 굽이굽이 한계령 고갯길을 올랐다.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을 오르는 최단거리 한계령 휴게소에서 허기를 면하려고 산채비빔밥을 시켰다.
풀지 못한 목맨 눈물 때문인지 3분의 1도 채 먹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를 자랑한다는 한계령휴게소에 본 절절한 대자연 풍광은 내 애인 식이 어마이가 지우고 다 지워버렸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식히려고 운전대에 올랐다. 강릉 남대천 단오제 어딘가 헤맬 내 애인 식이 어마이 복지는 식이 어마이가 직접 신청해야만…. 코로나19에 내 애인 식이 어마이 안부도 묻지 못한 코로나19 마스크 묵언, 인간 모두를 구제할 명약이 하루빨리 개발되기를 두 손 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