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던 장마가 지나고 코발트 빛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만 듬성듬성 떠다니는 청명한 7월의 주말. 오감으로 즐겨볼 수 있는 불암산 힐링타운을 방문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불암산 자락에 자리한 ‘불암산 힐링 타운’은 지하철 4호선 상계역 4번 출구에서 삿갓봉 근린공원 방향으로 도보로 10분 거리다.
가는 길에 중계 주공 2단지 206동 뒤의 불암산 자락에 있는 은행나무를 찾았다. 이 나무는 수령이 676년 된 보호수로, 수령만큼 웅장한 높이와 둘레를 자랑한다. 1882년 조선 고종 때 명성황후가 임오군란으로 여주로 피신 중, 나라의 안녕을 위해 치성을 드렸던 서낭나무로 기록돼 있다.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서 조선을 위한 국모의 애끓는 기도가 귓전에 생생히 들리는 듯하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끔 지나는 산행객들은 무심하다.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인 나비 정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2018년 9월 개장한 나비 정원은 지상 2층 본 건물(연면적 1,115.25㎡)과 나비와 애벌레의 먹이를 재배하는 식물 재배 온실(면적 333.1㎡) 등 2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며,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평일에는 평균 300~400명, 휴일에는 1000명 정도의 관람객이 찾는다. 유치원생부터 중고생, 시니어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즐긴다.
나비 정원 내 주요 시설은 시청각 교육실, 곤충학습관, 사육배양실, 그리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나비 온실이 있다. 나비 온실은 나비 정원의 핵심 시설이다. 연중 실내 온도를 25℃로 유지해 1년 내내 살아있는 나비를 관찰할 수 있다.
현재 나비 온실에서 관찰 가능한 나비는 5종 1200여 마리다. 배추흰나비, 큰 줄 흰나비, 남방노랑나비, 호랑나비, 끝검은왕나비가 있다.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등 곤충류도 직접 볼 수 있어 어린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시청각 교육실은 나비의 일생을 담은 3D 입체 애니메이션을 상영해 나비에 대한 사전지식을 제공한다. 애니메이션은 오전 10시 30분부터 15분 간격으로 상영한다.
이어서 2층 곤충학습관. 각종 곤충 표본이 전시돼 있으며 돋보기를 통해 실제 알이나 애벌레를 관찰할 수 있다. 꿀벌, 일본왕개미, 타란툴라 등과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종 2급 곤충인 물장군, 두 점박이 사슴벌레도 전시돼 있다.
실내뿐만 아니라 야외도 곤충 학습장이다. 무당벌레, 장수풍뎅이 등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형 곤충 조형물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만지고 타고 오르는 등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시설이다. 나비 정원 정면 맞은편에는 바닥분수가 있다. 카페를 운영해 방문객들에게 차와 커피 등을 판매한다.
나비 정원 주변은 힐링 복합단지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위한 유아숲체험원, 불암산 생태학습관이 있다. 철쭉동산에는 약 10만 주의 철쭉이 식재됐다. 매년 4~5월엔 분홍빛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노원구민은 물론 서울, 경기도 등 타지역에서도 관광객이 많이 찾아온다.
또 하나의 명소, 산림욕을 통한 치유의 공간인 ‘산림 치유센터’가 있다. 이곳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숲에서 활력과 건강을 도모하고 휴식과 오감을 자극하는 5가지 산림치유 정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자는 평일 정규프로그램인 ‘행복 숲’ 과정을 온라인 예약 후 방문해 체험했다.
입구에서 핸드폰을 포함한 모든 소지품을 사물함에 보관한 후, 실내 수업장에 들어섰다. 중랑구와 남양주시에서 찾아온 주부 3명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첫 번째 순서는 ‘몸털기 마음털기’다. 약 5분간 명상 시간을 가진 후, 10여 분간 전기매트를 이용한 ‘등 털기’를 했다. 긴장도 풀리고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두 번째 순서는 ‘행복 숲 놀이’다. 맨발로 숲속 산책로를 걸어간다. 허브향을 맡으며 들꽃과 나무 등을 살펴본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기는 산책이다. 잠시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자연의 소리에 집중한다. 평소 들리지 않던 새소리, 바람소리가 생생하다. 맨손체조, 자갈길 걷기도 있다. 처음엔 발바닥이 아팠지만 어느새 시원하다.
세 번째 순서는 ‘약초 족욕’이다. 작은 욕조 안에 차가운 약쑥 물을 채웠다. 바닥은 자갈을 깔아 지압을 할 수 있다. 걷기, 발 주무르기 등을 통해 피로한 발에 생기를 불어넣는 시간이다. 주부 A씨는 “3번째 참가했는데 발 모양이 예뻐지고 있다”며,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하려고 예약했다”고 한다.
네 번째 순서는 ‘차담’ 시간이다. 약쑥 냄새가 가득한 오감의 방에서 손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며 감정에 따라 변화하는 얼굴의 모습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손수 키우고 말린 허브차를 마시며 2시간 과정을 마무리한다. 그동안 바쁜 도시생활에서 얻은 스트레스가 어느새 사라진다. 평온하게 마음 힐링을 제대로 한 느낌이다.
산림치유센터를 나와 약 50m 거리의 불암산 전망대를 올라갔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장애인과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동서남북으로 탁 트인 공간이다. 북쪽으로 도봉산과 수락산이, 동쪽으로는 불암산 정상, 서쪽으로는 롯데월드타워와 남산타워가 선명하다. 장마 끝의 푸른 하늘, 신선한 공기와 바람, 그리고 새소리가 오감을 자극하며 만족스런 힐링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