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이후 시니어들도 온라인으로 몰리고 있다. 최근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검색을 이용하는 중·장년층은 크게 늘었지만, 결제까지 해야 하는 온라인 쇼핑은 꺼리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이후 시니어들이 적극적으로 온라인 쇼핑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유통 업계에선 “코로나 감염 사태가 발생한 올해가 시니어 이커머스 시장이 열리는 원년이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시니어들을 위한 온라인 서비스도 크게 늘고 있다. 간병인 구하기나 여행, 운동 방법을 공유하는 서비스도 인기다. 하지만, 시니어들의 온라인 참여가 늘어날수록 피해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 쇼핑하는 시니어 크게 증가
코로나19 감염증이 확산한 올해, 시니어들의 온라인 쇼핑이 크게 늘었다. 한 온라인 쇼핑몰(11번가)에 따르면 지난 3~4월 시니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20% 증가했다. 다른 쇼핑몰(롯데닷컴)에서도 70대 이상 매출 증가율(19.6%)이 50대(16.2%)와 60대(12.7%)를 웃돌았다.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노년층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니어들은 온라인을 통한 구매 품목에서 젊은층과 차이를 보였다. 공통적으로 인기가 높은 위생용품을 제외하면 20~30대의 경우 커피와 생수 같은 음용제품을 가장 많이 구매했지만, 50대는 홍삼 같은 건강식품과 채소 같은 신선식품을 가장 많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식재료를 손질해서 양념과 함께 포장해 판매하기 때문에 집에서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간편식 밀키트도 많이 팔렸다.
베이비붐세대, 온라인 시장 큰손 등장
베이비붐세대가 늘어난 여유 시간을 즐기기 위해 여가‧취미 생활에 적극 투자하면서 온라인 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했다. 한 빅데이터 컨설팅업체(롯데멤버스)가 내놓은 올해 소비트렌드 분석자료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30.6%(응답자 총 3935명)가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밀레니얼 세대의 온라인 쇼핑 비중(35.0%)과도 격차가 크지 않다.
최근 디지털 기기에 능숙한 고령층을 일컫는 ‘실버서퍼’(Silver Surfer),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노인을 지칭하는 실버를 합친 ‘웹버족’(Webver)과 같은 용어도 등장했다.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IT 기기를 능숙히 조작할 줄 아는 60대 이상의 장년층들을 지칭한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젊은이들 못지않게 활동적인 5060세대를 일컫는 이른바 ‘오팔세대’가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핵심 고객으로 부상했다. 이커머스 시장이 지금까지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인터넷·모바일 환경에 익숙하고 구매력까지 갖춘 오팔세대가 주력 고객층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시니어 전용앱 등 편의성도 크게 향상
각종 온라인 쇼핑몰들은 시니어 고객의 시야에서 그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을 펼쳤다. 시니어들이 온라인에 몰리면서 업체들의 서비스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일례로, 한 백화점(현대백화점)은 공식 온라인 쇼핑몰의 모바일 앱을 개편해 50대 이상 고객의 만족도를 끌어올렸다.
우선, 시니어 고객이 상품 설명이나 행사안내 문구를 잘 볼 수 있도록 개편 전보다 최대 30% 글자 크기를 키웠다. 글보다 직관적인 사진을 보는 것을 선호하는 시니어 소비자의 특성에 맞춰 상품 이미지 수도 3배 이상으로 늘렸다.
고객이 검색한 상품의 색상이나 패턴, 디자인을 분석해 80만 개의 등록 상품 중 가장 유사한 상품을 추천하는 검색 서비스에서도 시니어를 배려했다. 시니어들의 검색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비슷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검색한 상품을 추천하는 ‘연령대별 상품 추천 서비스’를 추가했다.
이밖에, 시니어 고객이 자주 문의하는 할인행사나 프로모션, 신상품 안내를 글과 사진 대신 ‘카드 뉴스’ 형태로 만들었다. 문자 입력 시에 터치 위치와 패턴을 분석해 자주 발생하는 오타를 자동으로 보정하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온라인 주문 대신 ‘전화주문서비스’도 선봬
온라인 서비스가 아무리 개선되더라도 물품 주문에서부터 결제까지 모든 구입 과정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면 시니어들은 사용에 어려움을 느낀다.
이처럼 온라인 쇼핑 사각지대에 있는 시니어들을 위해 전화 한 통으로 손쉽게 쇼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한 온라인 쇼핑몰(위메프)이 선보인 전화주문서비스다.
이 업체 홈페이지에서 각종 특가 상품들을 고른 뒤 전화하면 상담원이 결제에서 배송까지 한 번에 처리해 주는 서비스다. 상품을 검색하기 어려워 선택하지 못해도 괜찮다. 상담원에게 원하는 상품을 설명하면 그에 해당하는 적합한 상품을 찾아준다.
시니어 온라인 교육 필요
시니어들의 온라인 참여가 늘어나는 만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 그리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시니어를 주 사용자로 설정하고 만들어진 애플리케이션이 늘고 있다. 간병인 구하기 등 생활상의 편의를 돕기 위한 앱을 비롯해 여행, 요리, 운동 방법 등 취미 생활과 관련된 앱, 휴대폰을 고령자가 사용하기 편리하게 직관적으로 바꾸는 앱 등이 있다.
코로나19로 시니어들이 외출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시니어가 쉽게 따라할 수 있는 홈트레이닝(홈트)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 이 같은 온라인 편의성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필요하다.
웹에 업로드 돼 있는 설명이나 동영상, 그리고 최근 확산되고 있는 온라인 세미나, 즉 ‘웨비나를 통해 교육할 수도 있다. 시니어들에게 지인들과 앱을 통해서 교류하는 법,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방법, 그리고 온라인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방법도 교육이 필요하다.
온라인 피해 예방책도 마련해야
온라인 피해도 늘고 있어,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 쇼핑과 같은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시니어가 늘면서 관련 민원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2017∼2019년 소비자 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건수를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60세 이상 고령 소비자 상담이 연평균 3.5%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60세 미만 소비자 상담이 연평균 6%씩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3년 동안 60세 이상 소비자가 민원이나 제품 불만 등으로 한국소비자원에 전화를 걸었던 사례를 유형별로 분석하면, 전자상거래 관련 상담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지난해까지 3년간 노년층의 전자상거래 상담 증가율은 연평균 51.2%를 기록했다.
한국소비자원은 “e커머스로 유입하는 노년층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시니어 소비자들의 온라인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