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주지영 기자] ‘60세 이상만 고용한다.’ 일본 기후현 나카쓰가와시에 있는 가토제작소의 모토다. 자동차와 항공기, 가전제품 등에 쓰이는 금속부품 등을 생산하는 가토제작소는 1888년 창업 이래 가장 혁신적인 실험을 한다. ‘의욕 있는 사람 구합니다. 남녀 불문. 단 나이 제한 있음. 60세 이상만’이라는 구인광고를 내걸고 60세 이상 시니어 직원을 고용한다.

2001년 4월 노인 15명을 고용한 이후 나카쓰가와 인구 6만명 중 30%에 이르는 60세 이상 노인이 채용 대상이다. 현역 직원들은 60세가 넘어도 자신이 원하면, 재취업할 수 있다. 전체 직원 100여명 가운데 60세 이상은 절반이 넘고 최고령자는 80세가 넘는다. 시니어 직원들에게 60대는 청년이라서 “역시 젊군, 팔팔하네”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처럼 됐다.

주요 공정은 현역 직원이, 단순 지원 업무는 시니어 직원이 맡는 ‘능력별 워크 셰어링’을 통해 1년 365일 연중무휴 공장을 운영한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시니어 직원이 전담으로 일하는 것이다. 평일에는 평균 나이 39세, 주말에는 평균 나이 65세의 직원들이 일을 하며 ‘2교대 공장’을 실현했다. 이들에게 정년은 없다. 고용 기간은 직원이 ‘그만두고 싶을 때까지’다. 직원들의 권유에 밀려 사장이 정년을 70세로 정했지만, 이마저도 시니어 직원이 원하면 힘이 닿는 나이까지 일할 수 있다.

가토제작소에는 ‘대장장이 학교’가 있다. 그 분야의 숙련공이 직접 만든 교과서를 준비해서 강의와 실기를 지도하는 배움의 장이다. 후배들에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르쳐주고, 회사 매출에 기여한다. 회사 매출액은 2001년 이후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들은 노동을 통해 인간이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귀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깨달았다.

60세 이상 노인을 고용한다는 것

가토 게이지는 고령화와 저출산 시대에 노동력 부족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예견했다. 60세 이상인 시니어 세대들도 일하고 싶지만, 일할 곳이 없는 게 현실. 시니어 세대들의 귀중한 경험을 살려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면서 IT 혁명이 세상을 아무리 바꾼다고 해도 ‘노인을 공경하지 않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고 단언한다.

“나는 노인 고용을 통해서 ‘일한다는 것은?’, ‘산다는 것은?’이라는 큰 명제의 답을 일하는 실버 직원들에게서 배웠다. 우리 인간에게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귀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마음 깊이 실감할 수 있었다. 막연하게 시작한 노인 고용이지만 많은 돈을 들일 수 없는 만큼 다양한 궁리를 짜내고, 실버 직원들과 손을 맞잡고 만들어냈다.”

가토제작소는 노인 고용으로 일석삼조의 효과를 보았다. 첫째, 노인 자신에게 득이 된다.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일하면 수입도 생기고, 일을 해서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존재이며 도움도 된다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둘째, 회사에도 득이 된다. 귀중한 현장 작업자로서 주말에도 일을 해주고, 기술 보유자로서 젊은 기술자를 육성하면서 기술 계승에 공헌한다. 게다가 2001년 이후 매출이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셋째, 지역에도 득이 된다. 은퇴하고 나면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는 현실에서 고용의 장을 제공하는 것은 지역에 큰 도움이 된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지역의 커뮤니티가 붕괴돼 버린 지금, 지역의 커뮤니티를 부활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마주한 현실적 질문, 일하고 싶어 하는 60세 이상 시니어들에게 어떻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할까. 이 책은 기존의 틀에 사로잡히지 않은 자유로운 발상으로 새로운 노인 고용의 이상적인 방식을 만들라고 말한다. 건강한 60세 이상 시니어들은 자신이 가진 지식과 기술을, 현역 시절 업무의 틀을 뛰어넘어 어떻게 살릴 것인지, 어떻게 일할 것인지를 앞으로 남은 인생의 최대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