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대한민국에서 50대란 어떤 모습일까? 가정에선 외로운 아버지로, 직장에선 뒤안길로 밀려나는 선배로, 사회에선 수구꼴통의 말 안 통하는 꼰대 아저씨로 비춰지는 것이 그들의 현실은 아닐까? 그런데 우리는 기억하고 있는가? 그들도 한때는 독재정권에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민주화 투사들이었고, 찬란한 미래를 꿈꾸었던 한 가정의 가장이었으며, 이 땅의 산업화를 일군 성공의 주역들이었다는 사실을.

한국의 대표적 사회학자인 서울대 송호근 교수가 그린 우리시대 50대의 서글픈 자화상이 바로 ‘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이다. 이 책은 서글픈 이 땅의 50대, 그들의 서글픈 운명에서 시작됐다. 베이비부머 세대원인 송호근 교수는 책머리에서 이 책의 집필 의도를 이렇게 설명한다.

“30년 만에 나를 향해 돌아오는 나를 위해”

“작년 겨울 어느 날 밤, 모임에서 마신 술 탓에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한강을 건넜다. 대리기사는 중견기업 부장을 끝으로 퇴직한, 나와 거의 동년배인 베이비부머였다. 생활비를 보탤 겸 저녁 알바를 뛴다고 했다. 그의 지난 얘기를 들으면서 한없는 서글픔이 몰려왔다. 그것은 경험과 기억의 공통성, 그동안 감당했던 인생의 짐과 앞으로 걸어갈 길의 공통성에서 비롯된 서글픔이었다.

고도성장에 청춘을 바치고, 한국 사회의 현대화에 중년의 시간을 쏟아 부은 이들이 아무 대책 없이 노후를 맞아야 한다는 현실을 전혀 예상하지도 준비하지도 못했다는 사실은 내가 30년간 지속했던 ‘세상을 향한 여행’에 제동을 걸었다. 쑥스럽기 짝이 없지만, 나를 이렇게 환히 드러낸 최초의 책을 쓰게 된 것도 ‘세상을 향한 30년 여행’을 중간결산해야 할 시점이 되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더불어 ‘나를 향한 여행’이 시작되어야 함을 자신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이다. 30년 만에 나를 향해 돌아오는 나를 위해”

“가교세대를 아시나요?”

이 책은 슬픈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50대들의 서글픈 현실을 자전적 시각으로 그려낸 에세이이자 세대 치유서다. 저자는 근대가 끝나는 절벽에서 현대로 나아가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그들의 지난날들 그러나 여전히 자녀 교육, 주택 문제 그리고 노모의 부양 문제 등 현실적 문제에 헐떡이면서도 앞으로 다가올 자신들의 노후문제엔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가교세대, 그들의 서글픈 맨 얼굴을 사회학자 특유의 통찰력으로 그러나 동세대원의 감성으로 그려낸다.

저자가 그에게도 곧 다가올 ‘외로운 점심시간’을 걱정하고 그 동안에 자신과 함께했던 ‘일, 친구, 가족 등과의 독립 선언’을 준비하며 ‘지난 30년간의 잊었던 나를 찾아야 하는 시간’이라 고백하는 부분에선 이 책의 제목처럼 울컥한 감정을 애써 잡으려 애쓰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50대 선배가 떠올라 맘이 불편했다. 결국 책을 읽은 다음 날 아침 출근과 함께 자신의 선배 책상 위에 이 책을 올려놓았다”는 30대 직장인의 한줄 평은 50대를 위한 위안과 공감 이상의 이 책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보여준다. 출판사 이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