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중시하는 5060세대를 중심으로 액티브 시니어가 전면에 나서면서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전통적인 투자가 아닌, 자신의 취미나 관심사를 토대로 새로운 재테크에 나서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시니어신문=주지영 기자] 최근 시니어들 사이에서 색다른 투자방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나’를 중시하는 5060세대를 중심으로 액티브 시니어가 전면에 나서면서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전통적인 투자가 아닌, 자신의 취미나 관심사를 토대로 새로운 재테크에 나서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이색 투자방법은 미술품에 투자하는 ‘아트테크’다. 예술품을 구입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방법이다. 실물을 소유하면서 즐기다가 가격이 오르면 되팔 수 있기 때문에 아트테크에 뛰어드는 시니어들이 많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도 돈을 버는 수단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인기있는 나무의 묘목을 사서 심으면 4~5년 뒤에는 비싼 값으로 팔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투자방법이 되고 있다. 나무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온라인 직거래 사이트도 있다.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명품 가방이나 액세서리도 투자 대상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명품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인기 있는 품목은 시간이 지나면서 값이 배로 뛰기도 한다.

예술작품 가치 활용한 아트테크

최근 시니어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번지고 있는 새로운 투자방법 가운데 아트테크가 있다. 아트테크는 ‘아트’와 ‘재테크’를 결합한 신조어다.

예술작품을 구입해 시세차익을 노리거나 구매한 작품을 전시에 빌려주고 이윤을 챙기기도 한다. 예전에는 예술작품을 보는 연륜과 안목이 있는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예술작품에 대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정보가 넘쳐나면서 일반 시니어들에게도 퍼지고 있다.

예술작품이 투자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규제가 심한 부동산 투자에 비해 세금이 낮기 때문이다. 취득세나 재산세, 종부세, 공시가격 같은 다양한 명목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부동산 투자와 달리 미술품 투자는 과세체계가 단순하다.

주식이나 가상화폐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폭이 크지만 미술품은 그렇지 않다. 미술품은 작가의 인지도에 따라 가격이 바뀌기 때문에 가격변동폭이 크지 않다. 무엇보다도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미술품은 남는다. 미술품은 부동산처럼 현물을 가질 수 있다. 집 안에 좋아하는 작품을 걸어두고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취득세·보유세 없는 미술품 인기

미술품 투자는 원칙적으로 비과세다. 양도소득세와 상속세는 있지만, 미술작품을 취득하거나 보유하는 동안 취득세와 보유세를 별도로 내지 않아도 된다.

소유한 미술품을 팔 때 양도차익이 발생하면 양도세를 낸다. 하지만 대부분은 비과세에 해당한다. 6000만원 미만인 작품과 양도 당시 생존해 있는 국내 작가 미술품은 차익이 얼마가 됐든 세금을 매기지 않기 때문이다.

세금을 내는 대상이 되더라도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 세금이 적은 편이다. 미술품 양도차익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고, 일괄적으로 지방세를 포함해 22% 세율을 적용한다. 사업소득세율 42%, 3주택 이상 소유자에게 적용되는 양도세 최고세율은 무려 75%나 되는 상황에서 미술품의 22% 양도세율은 매력적이다.

예를 들어, 1억원에 산 미술품을 1억5000만원에 판다면, 1억5000만원의 80%(1억2000만원)가 필요경비로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과세표준은 3000만원(1억5000만원의 20%)이다. 3000만원의 22%인 660만원이 내야 할 세금이다.

대여·공동구매 등 투자방법도 다양해

최근에는 예술작품에 투자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반드시 소유할 필요도 없다. IT기술이 발달하면서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방법도 많아졌다.

우선, 미술품을 빌려주고 대여료를 받는 방법이다. 그림으로 월세를 받는 방식이다. 그림만 전문적으로 빌려 전시하는 한 업체는 그림을 빌려주는 사람에게 그림값의 연 8%를 준다. 1억원짜리 그림을 이 업체에 빌려주면 연간 8% 수익금, 즉 800만원을 벌 수 있다. 사업소득세 3.3%를 공제하면 매달 64만원이 통장에 들어온다.

여러 사람이 미술품을 공동구매하는 방식도 있다. 공동구매는 미술품을 분할해 주식이나 펀드처럼 투자하고 수익을 창조할 수 있는 아트테크 방법이다. 적은 돈으로 유명 작가의 작품을 소유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최근 SK텔레콤과 하나금융지주가 스타트업들과 설립한 금융 플랫폼(‘핀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5월 이 플랫폼에서는 세계적인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의 ‘LOVE’를 공동구매 상품으로 내놨다. 판매 시작 10분 만에 완판됐는데, 고객 100명이 평균 20만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무를 활용한 나무테크도 등장

‘나무테크’는 나무를 심어 시장의 수요만큼 키운 뒤 차익을 보고 파는 투자 방법이다.

나무테크를 하려면 최소 5년은 봐야 한다. 그러면 적지 않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인기 있는 품종을 잘만 고르면 일정 기간이 지나 배 이상의 수익도 낼 수 있다.

‘에메랄드 그린’이란 묘종은 약 4000원에 사서 4년 정도 키우면 품질에 따라 3만~4만5000원에 판매할 수 있다. 어린 느티나무도 4000원 정도에 사서 키우면 4~5년 뒤 10만원 안팎에 팔 수 있다. 수익률로 따지면 어마어마하다.

묘목을 키우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씨를 뿌려 모종을 길러 팔 수도 있다. 다육식물과 같이 작은 화분을 만들어 파는 방법도 있다.

다양한 종류의 식물로 재테크에 도전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시니어들 사이에서 인기다. 특히, 귀촌이 관심을 끌면서 좋은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환상을 갖고 함부로 뛰어드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나무를 심기 위해서는 땅이 필요하지만, 무리하게 토지를 매입하거나 분석 없이 처음부터 과하게 비싼 묘목을 사들여서는 안 된다. 먼저, 나무시장에 대한 학습과 경험을 쌓아야 실패하지 않는다는 조언이다.

명품 인기 등에 업은 샤테크

국내 명품 소비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명품을 활용한 재테크도 나왔다. 시니어들의 명품 구매도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대표적인 온라인 쇼핑몰(G마켓·옥션)에서 5060세대의 구매 품목 비중은 2019년 3~5월 15%에서 2020년 21%까지 올랐다. 매출 비중은 23%에서 25%로 늘었다. 특히 수입 명품 구매액이 1년 새 24%나 급증했다.

이처럼 명품에 대한 식을 줄 모르는 인기가 재테크를 만들었다. 명품 업체들은 가격을 계속 올리기 때문에 ‘명품은 오늘 가격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돈벌이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사람들은 명품브랜드인 샤넬 제품을 구매하려 새벽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까지 생기며 과열 양상을 보인다. 명품 업체들은 1년에도 4~5차례 가격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구매 제한까지 둔다.

샤넬 클래식 라인은 1인당 1년에 한 개 제품만 살 수 있다. 돈을 지불한다고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지라 제품을 구매한 뒤 비싸게 되파는 ‘리셀’ 가격은 더욱 치솟고 있다.

‘샤테크’(샤넬+재테크)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희소성이 큰 명품 브랜드 가방을 구입한 뒤 바로 되팔기만 해도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차익을 낼 수 있다. 5060세대에서도 명품 구매가 하나의 자산 관리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