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에 도착했을 때 봄비가 촉촉하게 내렸습니다. 도시와는 다르게 하동은 비가 오니 그 운치가 더욱 살아났습니다. 화창한 날도 좋지만 비가 오니 하동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동은 옛날 신선들이 자리 잡고 놀았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사실인 것만 같은 분위기였지요.
금강산도 식후경!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우선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하동 지리산에서 자란 채소로 만든 나물, 대나무로 밥을 지은 대통밥이 하동에서의 첫 끼. 지리산의 향과 맛 그리고 멋을 느낄 수 있는 밥상이었습니다. 평소 쉽게 먹을 수 없는 음식들이라 정말 귀한 대접을 받는듯했지요.
마고성&삼성궁
식사를 마친 후 지리산에 위치한 마고성과 삼성궁으로 향했습니다. 마고성과 삼성궁은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시는 배달겨레의 성전이며, 수도장입니다. 오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던 선도를 이어받은 한풀선사가 수자들과 함께 수련하며 하나 둘 돌을 쌓아 올려 기묘한 형상으로 만든 1,500여 개 돌탑이 주변의 숲과 어울려 이국적인 정취를 풍겨내지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인들이 이곳에서 속세와 단절하고 살았다고 합니다. 처음 보는 이색적인 풍경에 신기했습니다.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 묘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요.
1990년대 초 처음 일반인에게 공개되기 전까진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고 합니다. 일반에 공개된 후 점차 관광객이 늘었고 도인들은 차츰차츰 떠나 이제는 관광지로 남겨졌지요. 넓은 산자락을 다 일구어내고 연못 또한 직접 만들었다고 해요. 직접 보니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는 것을 한눈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돌담과 길, 그리고 조형물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쌓고, 닦고, 지었다고 합니다. 땅을 일구면서 그곳에서 나오는 돌들을 하나하나 쌓았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사람의 손을 거친 섬세한 아름다움이 와 닿습니다. 마도성과 삼성궁을 여유롭게 둘러보려면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립니다. 둘러보는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지만, 특히 위에서 내려다본 경치가 정말 신비롭습니다. 정말 신선이 살았다면 이런 경치를 즐기며 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삼성궁
위치 : 경상남도 하동군 청암면 삼성궁길 85 (청암면)
문의 : 055-884-1279
이용시간 : 09:00~18:00(동절기 17:00까지)
쉬는날 : 연중무휴
최참판댁
다음 여행지인 최참판댁으로 가는 도중 하동의 대표 벽화마을인 하덕마을에 들렀습니다. 크고 화려하게 꾸민 다른 지역의 벽화마을과 달리 하덕마을은 시골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곳입니다. 소소한 느낌의 그림과 조형물, 글들로 이루어져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벽화마을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지요.
하덕마을 골목길 갤러리에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여러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일생을 글과 그림으로 그려낸 작품도 많습니다.
최참판댁에 도착하여 살금살금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옛 조선시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건물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합니다. 최참판댁은 지금도 많은 드라마, 영화의 촬영지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보통 영화와 드라마 촬영을 위해 전용 세트장을 짓지만, 하동 최참판댁은 그런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곳입니다. 원래 있던 고유의 모습을 지키고 아름답게 보존하다 보니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지로 자연스레 넓혀진 것이지요.
박경리 선생님의 일생을 담아놓은 장소도 있습니다. 박경리 선생님은 소설 ‘토지’로 유명한 작가지요.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만들어 내셨습니다. 최참판댁이 토지의 배경이라고 해요. 선생님의 옛 글들, 사용하신 물품들, 사진 등 많은 흔적과 향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참판댁 가기 전 오르막길입니다. 길 양쪽으로 고유의 멋을 자아낸 가게들이 즐비합니다. 하동 여행에 볼거리와 먹거리로 소소한 재미를 더해주는 곳이지요. 꽤 길게 늘어선 길을 따라 하동만의 정겨운 분위기를 즐겨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최참판댁
위치 :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길 76-23 (악양면)
문의 : 관광안내콜센터 1588-3186
악양종합관광안내소 055-880-2950
화개장터관광안내소 055-883-5722
청암종합관광안내소 055-882-5379
이용시간 : 09:00~18:00
쉬는날 : 연중무휴
지정현황 : 국제슬로시티 인증
하동스윙점프(빅스윙 체험)
다음날 여행의 시작은 즐거운 액티비티! 빅 스윙을 체험하러 갔습니다. 빅 스윙은 40m 상공에서 거대한 그네를 엎드려 타는 듯한 놀이이설인데요, 직접 줄을 당겨야 내려갑니다. 많은 액티비티를 해봤지만 이런 액티비티는 처음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안타까운 정도였지요. 빅 스윙이 주는 스릴도 대단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경치에 한번 더 감탄하게 됩니다. 초반에는 정신이 없었지만, 잠시 뒤 여유가 생기니 절경을 즐기며 시원한 바람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비가 그치니 하늘이 너무나도 화창해져 전날과는 사뭇 다른 따스한 하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가 그치자마자 하동의 특산물인 차를 체험하러 갔습니다.
■ 하동스윙점프(빅스윙 체험)
위치 : 경남 하동군 금남면 경충로 493-37
문의 : 055-883-1064
차문화센터
하동은 차로 유명하지요. 많은 사람들은 차 하면 가장 먼저 녹차를 떠올립니다. 어느 순간부터 녹차가 인기를 끌며 대표적인 차로 이야기되고 있지만 사실 녹차는 여러 차 종류 중 하나일 뿐이랍니다. 그래서 밭을 이야기할 땐 ‘녹차밭’이 아닌 ‘차밭’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고 해요.
하동 매암다원은 옛 일본 사람이 만든 곳이라고 합니다. 광복이 되고 나서 이곳을 인수해 녹차밭과 함께 아름답게 가꾸었지요. 지금도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보통 녹차밭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보성 녹차밭보다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크고 넓은 밭보다 좀 더 정감이 가는 것 같아요. 이곳에서는 녹차, 홍차, 메밀차 등등 여러 차들을 맛보고, 직접 체험도 해볼 수 있습니다.
차는 종류에 따라 성분이 다르고 우려내는 시간과 온도도 다르다고 합니다. 녹차와 같은 경우에는 우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쓴맛이 강해져 보통 3분 이내로 우려낸다고 합니다. 홍차와 감잎, 홍차와 메밀 등을 섞어 티백을 만드는 체험을 했습니다. 티백 한 주머니에 2L 정도의 물을 우려낼 수 있다고 합니다. 직접 만들어서 그런지 홍차의 향과 맛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아직까지도 생각나는 것 같아요!
하동에는 섬진강이 흐릅니다. 녹차밭을 따라 섬진강 변을 두르고 있는 산책로 또한 정말 가봐야 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화개장터까지 이어진 긴 산책로는 지루할 틈 없이 눈을 호강시켜주지요. 자연과 어우러져 걷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푸르른 녹차밭과 대나무, 그리고 강이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해줍니다.
차의 고장 하동에 여행 왔으니, 차문화센터에도 들렸습니다. 평소 몰랐던 차의 종류와 다도 방법, 또한 우리나라 차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차 문화도 알 수 있는 곳이지요. 디지털로 차문화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차를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잘 설명되어 있지요. 차의 99%를 경험할 수 있는 국내에 몇 없는 차 박물관 중 하나랍니다.
차를 만드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평소 흔히 접할 수 없는 다도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도는 차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접해보았을 텐데요. 이곳에서 잠깐이지만 전문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격식을 차려 다도를 배우니 마음 깊이 평화가 자리잡는 것 같았답니다.
자연 속 경남 하동은 신비로웠습니다. 여행 내내 바닷 속 진주를 발견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동은 별과 은하수가 아름다워 출사 장소로도 많이 찾는다고 해요. 정말 다양한 매력을 지닌 팔방미인 하동. 하동을 다녀오고 하동의 향기에 빠져버렸습니다. 또 다시 하동을 찾을 때까지 그 향기는 짙게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 차문화센터
위치 :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쌍계로 571-25 (화개면)
문의 : 055-880-2895,2834
이용시간 : 09:00~18:00
쉬는날 : 설날,추석,1월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