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서 유가족에게 울지 않으면 “울어도 돼”, 너무 우울해하면 “울지마라”, “산 사람은 살아야지” 등은 저자가 말하는 대표적인 잘못된 위로다. 또 울고 있는 사람의 등을 토닥여주거나, 눈물을 보일 때 곧바로 티슈를 건네주는 것도 무의식적으로 ‘눈물을 멈추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당연히 좋은 위로가 아니다.

윤득형 저, 「죽음의 품격」

죽음은 마주하기도 어렵고, 애도하기도 어렵다. 또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의 상실을 위로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조문 가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익숙지 않고, 상주에게 건넬 말이 선뜻 떠오르지도 않아서다.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 윤득형 회장의 저서 「죽음의 품격」은 이런 우리의 어려움을 잘 간파했다. 그래서 책 전체의 주제를 ‘죽음’과 ‘애도’로 잡고 우리가 죽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또 좋은 애도는 무엇인지로 우리를 안내한다. 다시 말하면 죽음의 의미에 대한 성찰을 통해 현재 주어진 삶을 가치 있게 만들라는 것과 비탄과 애도의 과정을 배우라고 촉구한다.

특히 사별을 통한 상실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애도의 과업이 중요한데, 상실을 받아들이고→상실을 감내하고→상실에 적응하고→상실을 재배치하고→상실과 함께 머물면서 회피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한마디로 애써 담담한 척, 슬프지 않은 척, 잘 이겨낸 척하지 말라는 것이다.

저자는 죽음의 유형을 갑작스러운 죽음, 예견된 죽음,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죽음, 관심받지 못하는 죽음, 그리고 모호한 죽음 등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이렇게 죽음의 유형을 나누는 것은 그 죽음에 따른 슬픔을 비롯한 감정의 반응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음의 유형별 애도 방법도 달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숭실사이버대 이호선 교수는 “이 책은 과학의 시대에 죽음을 풀어내는 방정식의 증명과 풀이 이야기이다. 인간의 존엄과 죽음의 위엄 앞에 조율점을 놓고, 개인적이고 사회적이며 관계적인 죽음 앞에서 어떻게 슬픔을 더하고 빼야 하는지를 손가락으로 짚어낸다. 상실이라는 나눗셈에 용서와 회복의 분자를 크게 하여 삶의 값을 키우고, 사회라는 적분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다만 새로운 이야기의 등장을 두고 그의 문장은 조금도 거만하지 않아, 남은 가족들의 눈물을 가볍게 휘발시키지 않으며 슬프지 않은 죽음은 없다는 것을 빠짐없이 강조하고 죽음을 정복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추천을 글을 썼다.

반려동물의 죽음, 또다른 사별

요즘은 반려동물 인구가 급증하면서 거기서 비롯된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 사별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아직도 “그깟 동물 죽은 거 가지고 뭘 그리 유난이냐?” 하는 반응이 대세인지라 반려인들이 마음껏 슬퍼하지도 못하는 문화다. 그래서 저자는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해서도 별도의 장을 마련했다.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한 담론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나가자는 취지에서다.

이 책은 총 일곱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우리 사회의 흐름 속에서 죽음 담론과 웰다잉의 확산에 관해 이야기한다. 특별히, 웰다잉 문화의 한 형태로서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이해를 다룬다. 2장에서는 삶에서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죽음 유형에 관해 이야기한다. 갑작스러운 죽음, 예견된 죽음, 관심받지 못하는 죽음 등 죽음의 형태와 사별 유형에 따른 슬픔에 대해 다룬다. 3장은 죽음을 비롯한 다양한 상실 이후에 겪게 되는 애도 과정, 애도의 필요성, 위로를 위한 상담의 원리, 좋은 애도의 방법에 집중한다. 4장은 죽음의 정의를 탐색하면서 죽음이란 무엇이며, 삶 속에서 죽음이 전해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5장은 나이에 따른 죽음 준비 교육에 관해 설명한다. 또한, 실제 좋은 죽음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6장은 슬픔에 대한 위로이다. 사별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애도의 과정 가운데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 기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7장은 반려동물 사별에 관한 주제를 다룬다. 늘봄, 1만5000원.

저자 윤득형 회장은 감리교신학대학교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목회의 길을 걷던 중, 어린 시절 루게릭으로 투병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죽음과 그 시절 결단했던 꿈을 재발견하고, 각당복지재단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에서 청소년 죽음준비교육 연구실장으로 2년간 사역했다. 이후 미국 유학을 떠나 시카고신학대학교(Chicago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목회심리상담을 공부했고,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Claremont School of Theology)에서 영성 상담(Spiritual Care and Counseling)으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2015년 귀국하여 각당복지재단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 회장으로 일하며 죽음준비교육과 애도상담교육 및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사업에 힘쓰고 있다. 감리교신학대학을 비롯하여 몇몇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2016년 CBS TV 아카데미 숲에서 ‘윤득형 박사의 슬픔치유학’(16강)이라는 제목으로 강의했다. 그밖에 각종 언론에 출연했으며, 웰다잉, 죽음, 애도, 호스피스, 사별 애도 관련 강의와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슬픔학개론』(2015)이 있고, 역서로는 『애도수업』 (2018), 『굿모닝 : 알렌 박사가 말하는 슬픔 치유』(2017), 『우리는 왜 죽어야 하나요?』(2013)가 있다.